▲ 박근혜 전 대표 | ||
박 근혜 전 대표의 대권 기상도를 맑게 할 수 있는 주요 변수는 경주 지역에 출마한 ‘친박’ 정수성 후보의 당선 여부.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수성 후보가 친이계 정종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경우 이는 ‘박심 열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정수성 후보를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정수성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박 전 대표로선 ‘영남 수장’의 입지에서 크게 더 얻을 것이 없다”며 애써 재보선에 대해 큰 의미를 두려하지 않는 듯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선거가 계파 싸움으로 묘사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정 후보가 낙선할 경우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스처에 가까운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정 후보의 패배가 자칫 박 전 대표의 영향력 퇴보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연차 리스트’의 수사 여파도 구름을 몰고 올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 ‘박연차 리스트’에 친박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과 친박을 대표한 한나라당 지도부인 허태열 최고위원 등 5~6명의 친박 의원들이 거론된 바 있다. 일단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당 안팎의 내홍은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친박계는 검찰과 한나라당이 ‘친박 말살 음모’를 진행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분간 계속될 박연차 리스트 수사의 칼날이 다시 친박계로 향한다면 박 전 대표의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박연차 리스트’는 박 전 대표에게 언제든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는 악재인 셈이다.정몽준 최고위원에게도 재보선은 향후 대권 도모의 발판을 마련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 북구에 지원유세를 나선 정 최고위원은 이 지역의 선거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
▲ 이재오(왼쪽),정몽준(오른쪽) | ||
이곳에서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당내 정 최고의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겠지만 패배할 경우 친박계의 당 지도부 사퇴 압박까지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얼마 전 귀국한 이재오 전 최고의원의 행보도 재보선 정국에서 눈길을 끈다. 최근 이 전 최고가 박희태 대표와의 조찬모임을 취소하는 등 여전히 여의도와 거리두기를 하고는 있지만 선거 향배에 따라 여권의 정치지형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재보선은 그의 정치일선 복귀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박연차 사건’ 파문으로 인한 사정정국이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던 이 전 최고위원에게 오히려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야가 박연차 리스트 파문으로 몸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최고의 대외적인 발걸음이 빨라진 점을 두고 재보선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른다.
당내 구도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친이계’를 대표하는 이상득 의원은 정수성 후보 사퇴종용 파문으로 친박계와 갈등을 겪은 터라 정종복 후보가 패할 경우 입지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친이계의 결집은 이재오 전 최고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가에서는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부터 자연스레 이 전 최고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당내 계파 갈등 등으로 여의도를 떠나 있어야 했던 이 전 최고에게 ‘오랜 우기’가 지나고 비로소 ‘맑고 쾌청한 하늘’이 펼쳐지는 걸까.
하지만 이 전 최고 주변에는 이미 친박계와의 갈등으로 당내 분란을 불러왔던 그가 아직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는 신중론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민주당도 ‘정동영 변수’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정세균 대표의 ‘공천 불가’ 카드에 맞서 정동영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대권 기상도 역시 재보선 승패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 손학규(왼쪽),정동영(오른쪽) | ||
정동영 전 장관 측은 전주 완산 갑에 출마하는 신건 전 국정원장과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면서 정 대표에 맞불작전으로 맞선 상황. 정 전 장관으로서는 본인이 전주 덕진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하고 신건 후보가 ‘이기는’ 결과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 경우 대권을 향한 보다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반대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박지원 의원이 김근식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어서 햇살 속에 ‘동교동’이란 먹구름과 마주친 형국이다.
만약 민주당이 전주 덕진에서 패한다고 해도 전주 완산 갑에서 이긴다면 정세균 대표는 책임론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기 부평을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거나 선전한다면 정 대표 체제가 오히려 공고해질 가능성도 크다.한편 민주당 내 대권주자 구도는 칩거 중이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등장으로 한층 더 복잡해졌다. 손 전 지사는 당 지도부의 요청을 받고 재·보궐선거 지원유세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이후 당분간 현실정치를 떠나 있겠다며 강원도 춘천으로 떠난 지 9개월 만이다.
손학규 전 지사의 등장은 재보선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여의도 나들이를 거의 하지 않은 채 컴백 시기를 저울질해온 손 전 지사에게도 이번 재보선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 전 장관이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면 이후 손 전 지사가 나설 틈을 찾기가 더 힘들다는 점도 그를 움직이게 한 동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손 전 지사는 선대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하고 ‘평당원’ 신분으로 돕겠다고 밝혀 당원들에게도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현재로선 정동영 전 장관이 낙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손 전 지사의 ‘도움’으로 민주당 후보가 선전할 경우 그의 ‘몸을 낮춘’ 유세 지원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전 장관은 “선거에 승리한 뒤 복당해 당을 구하겠다”며 유세에 나서고 있다. 반면 손학규 전 지사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입지를 구축한 뒤 10월 재보선을 통해 정계에 공식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