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는 회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고르기 위해 이색 방법으로 지원자들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한국 기업 샘표의 입사시험에서 지원자들이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 ||
“우리 회사의 입사시험은 20년 동안 실패율 제로”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의료용 고성능 현미경으로 세계 시장 70%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미타카 코키(三鷹光器)’의 나카무라 사장이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유능한 인재만 골라서 채용하는 걸까.
이 회사의 입사시험장 풍경은 다소 독특하다. 책상 위에는 필기시험용 문제지, 전구, A4용지 열 장, 연필, 모형비행기 조립키트가 놓여 있다. 필기시험과 함께 ‘전구 데생’과 ‘모형비행기 조립’으로 인재를 뽑고 있기 때문. 당황한 입사지원자들 중에서는 “전구를 어느 정도까지 정밀하게 그려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낮은 평가를 받는다.
얼핏 들으면 황당한 입사시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카무라 사장의 설명을 들으면 납득이 간다. “고성능 현미경이라는 정밀기기 회사이기 때문에 데생과 모형 조립으로 지원자들의 치밀함과 손재주를 알 수 있다. 높은 점수를 받는 지원자들은 전구에 비치는 배경이나 제조사 이름까지 정확하게 묘사하거나, 손을 함께 그려서 전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다”는 것이다.
열 장의 A4 용지에도 ‘깊은 뜻’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을 알아내기 위한 것이다. 좋은 제품은 거듭되는 실패와 시험작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지우개로 지우며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는 데만 집착하는 사람은 도전적인 엔지니어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나카무라 사장의 지론이다.
입사 시험 중간에는 점심시간이 있는데 이때 지원자들에게는 ‘생선구이 정식’이 제공된다. 실은 이것도 입사시험의 중요한 관문 중 하나다. 일부러 약간 덜 익힌 생선을 내놓는데 이는 일부러 비린내를 풍겨 지원자들로 하여금 먹기 힘들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참고 다 먹는 지원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는다.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 입사시험이 사실은 ‘미타카 코키’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 인재를 뽑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문제라는 것이 놀랍다.
일본 나가사키 현에서 농업체험시설을 운영하는 ‘슈슈(シュシュ)’는 입사시험으로 ‘플라워 디자인’ 외에 ‘2분 안에 젓가락으로 콩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얼마나 옮길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 이 시험의 의도에 대해 야마구치 사장은 “젓가락으로 콩을 옮기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속도가 붙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속도가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도 묵묵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시험”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이번에도 납득이 간다.
도쿄의 시스템 개발회사 ‘시그마 크래스트(シグマクレスト)’의 ‘어뮤즈먼트 채용’은 ‘놀이’에 중점을 둔 입사시험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볼링이나 당구, 다트 던지기 등의 게임으로 지원자들과 사원들을 경쟁시켜 이긴 지원자나 혹은 회사 분위기와 맞는다고 생각되는 지원자들이 1차 면접에 통과하게 된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고르는 ‘센스’로 인재를 추려낸 적도 있었다.
올해 4월에 ‘시그마 크래스트’에 입사한 한 여성사원은 볼링으로 입사가 결정된 케이스. 그녀는 입사통보를 받고도 “처음에는 게임으로 입사시험을 보는 회사에 입사해도 괜찮을지 오히려 불안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이 회사의 인사개발 사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인 면접에서는 다들 좋은 모습을 어필하기 위해 꾸미고 있지만, 놀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채용시험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게임의 승패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서 져 패색이 짙어지면 평정심을 잃고 신경질적으로 변하거나, 주위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앞서 나온 ‘노래방 시험’의 경우 모르는 사람과도 흔쾌히 듀엣곡을 부르거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하는 것을 보고 지원자의 사교성을 가늠한다.
그밖에도 ‘인간의 종합력 능력’을 보는 곳도 있다. 오카야마 현의 ‘야마다 양봉장(山田養蜂場)’은 지원자들을 6인 1조로 반나절이 걸리는 등산을 하게 한다. 피로가 쌓였을 때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을 보기 위한 것. 자신도 힘들지만 농담을 해가며 팀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이나 탈락자가 나오지 않도록 팀 전체를 신경 쓰는 모습 등을 보면 지원자들의 통찰력이나 리더십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기업들의 독특한 입사시험 배경에 대해 <젊은이들은 어째서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는가>의 저자이며 인사 컨설턴트인 조 시게유키 씨는 “요즘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는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업 나름의 ‘방어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