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이 높아 예방이 중요한_한국형 출혈열
6·25 이후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에서 원인 모르는 괴질로 크게 유행 했으나 1976년 이후 쥐에서 기생하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병으로 밝혀졌다. 도시형 출혈열의 원인인 서울바이러스도 있다. 유행성 출혈열이라고도 부른다. 들쥐나 집쥐의 배설물에 섞여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감염을 일으킨다. 봄과 가을에 발생하는데 가을, 특히 11월에 많이 발생하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어디서나 나타난다. 도시의 사례도 있지만 대개 들일을 많이 하는 농촌 지역 주민이나 군인들에게 잘 생긴다. 어느 연령에나 나타날 수 있으나 일을 많이 하는 젊은 층에게,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자주 발생한다. 균이 사람에게 옮겨지는 경로는 등줄쥐가 배설한 오염물질이 사람의 호흡기로 옮겨진다고 생각된다.
증상으로는 전신쇠약감·식욕부진·현기증·근육통·두통 등 감기몸살과 같은 증상이 있다가 갑자기 38~41℃의 열이 심하게 나고 오한이 동반된다. 2~3일 후부터는 구역질과 구토가 생기고 배가 아프다. 얼굴과 목 주위가 붉게 달아올라서 마치 햇볕에 덴 것 같은 모양이 되며 결막에 충혈이 생긴다. 저혈압이나 신부전이 잘 오며 다른 합병증도 많이 생기므로 심한 경우에는 큰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더라도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이 병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특효약이 없다. 이 병에 걸린 사람 100명 중에 7~10명이나 죽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므로 이 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생겼을 때에는 빨리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단을 받고 지시에 따른다. 병원에 입원해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하고, 몸의 전신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예방주사가 개발돼 있다는 것이다. 논밭에서 일을 많이 하는 농민, 야외에서 훈련을 많이 받는 군인, 야외로 자주 놀러가는 사람들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첫해에는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을 맞고 그 다음 해부터는 1년에 한 번씩만 맞으면 된다.
무증상이 많아 경과 관찰이 중요한_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라는 나선형의 균의 감염에 의해 생기는 전염병으로, 1984년부터 정확한 원인이 밝혀졌다. 이 균도 들쥐나 포유동물의 몸속에 기생하다가 감염된 동물의 오줌을 통해 배설된 뒤 물속이나 볏짚, 흙 속에 있다가 피부의 상처나 점막을 통해 들어와 감염된다. 계절별로는 9~10월 사이에 비가 온 다음이나 추수기에 잘 생기며 벼 베기나 탈곡을 할 때 오염된 물이나 흙, 볏짚과 접촉을 많이 하는 농민에게 많이 발생한다. 이전에는 중부지방에 많았는데 차츰 경상도나 전라도에서도 환자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
무증상 감염증이 많아서 황달이 없는 경증 환자가 병에 감염된 환자의 90%이며 황달이 나타나는 중증 질환은 10% 이하다. 증상으로는 논일을 한 후 평균 7~13일 뒤에 두통으로 나타난다. 두통은 앞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빠지듯이 아픈 것이 특징이다. 또 허리와 넓적다리의 근육통이 심하고, 갑자기 열이 나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4~9일간 계속되다가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고 숨이 차고 기침을 하며, 구역질·구토·복통도 생긴다. 의식장애·결막충 혈·황달·빈혈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즉시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국형 출혈열과는 달리 조기에 항생제를 쓰면 렙토스피라증은 비교적 치료가 잘 된다. 하지만 증세가 차츰 진행돼 폐·간·콩팥 등에 균이 퍼지면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예방하는 방법은 이 병이 잘 생기는 때로부터 한 달 전에 ‛렙토박스’라는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다. 첫 해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을 맞고 그 다음 해부터는 1년에 한 번 씩만 맞으면 된다. 유행지역을 여행할 때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생제로 예방할 수도 있다.
애벌레 유충에 쏘여 임파선이 부어오르는_ 쯔쯔가무시병
‛리케챠’라는 일종의 작은 세균에 의해 전염되는 열성질환으로, 특이하게도 진드기의 애벌레가 사람 피를 빨아먹을 때 감염된다. 우리나라 전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자주 나타난다. 병이 유행하는 시기는 10월과 11월에 집중돼 있고 12월에도 상당수 발생한다. 진드기의 유충은 평소에는 풀이나 나무에서 진액을 빨아먹고 생활하지만, 이 유충이 애벌레로 변태할 때 동물의 조직액이 필요해 피를 빨아먹는데 이때 사람에게 감염된다. 풀이나 나무가 무성한 곳에서 일을 하거나 밭에 앉아 김을 매거나 일을 할 때에도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므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이 병에 더 잘 걸린다.
진드기의 애벌레에 쏘이면 대개 모르고 지내지만 10~12일이 지나면 쏘인 부위에 물집이 생기고 차츰 짓물러 결국에는 흑갈색의 딱지가 앉는다. 갑자기 열이 오르고 머리나 눈이 아프기 시작하며 밥맛이 떨어지고 온몸이 나른해지며 기침이 난다. 쏘인 곳 주위에 임파선이 부어오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생긴지 5일째가 되면 몸통에 붉은 반점이 시작돼 다리로 퍼져가며 결막충혈이 나타나고 간이 커지고 부종이 생길 수 있다. 발병한지 2주가 지나면 열이 떨어지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다면 회복된다.
우리나라의 가을에 유행하는 급성 열성 출혈성 질환의 약 30%를 차지하며, 유행성 출혈열이나 렙토스피라증보다 약 3배 정도 많이 생기는 병이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았을 때에는 사망할 수도 있지만 항생제를 쓰면 치료가 쉽다. 진드기의 애벌레에 물리지 않기 위해 수풀 속이나 밭에서 작업할 때에는 토시·장갑·장화를 착용하고 작업 후 휴식을 취할 때에도 풀밭에 그냥 앉지 말고 꼭 깔개를 깔고 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예방주사는 아직 없다.
모기와 진드기를 통해 감염되는_일본뇌염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통에 잠을 설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모기는 피부의 가려움을 유발함과 동시에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옮기기에 기피대상이다. 모기가 일본뇌염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는 원리는 간단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포유류 등의 피를 빨다 모기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다시 감염된 모기가 다른 동물의 피를 빨아 전파시키는 것이다. 이때 인간의 피를 빨아 인간을 감염시키면 바로 일본뇌염에 걸리게 된다.
일본뇌염은 감염 이후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모기와의 접촉이 있은 후 5〜15일의 잠복기를 거친다. 이후 고열·지각 이상·두통·현기증·복통 등이 나타나며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행히 증상이 약화되면 7일 전후로 열이 내리며 회복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0일 이내에 죽음에 이르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일본뇌염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치료를 실시한다. 치료보다는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생후 6~12개월까지는 모체로부터 받은 면역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생후 12개월 이후에는 일본 뇌염에 대한 면역이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12~24개월 사이에는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뇌염은 보통 모기에 물려 전염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진드기를 통해 걸리는 뇌염도 있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진드기를 매개로 한 뇌염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야생 쥐들에서 같은 뇌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국내에는 백신이 도입되지 않아 진드기 매개 뇌염 발생국에는 되도록 가지 않아야 한다. 부득이 해당 국가를 여행해야할 경우 해충 기피제를 사용해 진드기를 피하고 수풀에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건강검진센터 김순관 원장은 “가을에는 선선해진 날씨로 야외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가을철 발열성질환자 수가 증가하므로 야외활동에 주의해야한다”며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환의 경우 접종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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