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시리즈 MVP 양현종. 연합뉴스
[일요신문] “우승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
스포츠 세계에서 우승 축하가 있고난 후 꼭 따라오는 말이다.
KIA 타이거즈가 지난 30일 통산 1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축제는 끝났다. 곧 ‘집안단속’에 신경 써야 할 때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단연 주가를 올린 선수는 토종 좌완 선발 에이스 양현종이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1완봉승 1세이브로 MVP를 수상했다. 역대 최초 한국시리즈 1-0 완봉승이었다.
양현종으로 영광의 V11을 달성한 KIA는 곧바로 양현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국내 최고 좌완 선발인 그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양현종의 행선지는 해외무대가 유력한 상황이다.
양현종은 지난겨울에도 김광현, 최형우 등과 함께 FA 시장에 나오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KIA는 거포 최형우에 100억 원을 투자하는 역대 최고(이대호에 의해 경신) 계약을 안겼다.
최형우에 거액이 투자되며 상대적으로 KIA는 양현종까지 챙길 수는 없었다. 차우찬이 LG와 95억 원 계약을 맺으며 상황상 양현종에게는 더 많은 금액을 안겨야 했다. 양현종 또한 해외 구단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은 상황에서 구단에 많은 양보를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1년 총액 22억 5000만원이라는 보기 드문 계약 결과가 나왔다. 만 28세의 선수가 1년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계약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현종의 FA 계약에는 1년 이후 선수가 원한다면 조건 없이 방출한다는 조항이 삽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종의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조건이다.
양현종은 그간 김광현과 함께 류현진, 윤석민 등에 이어 해외 무대에 진출할만한 투수 1순위로 꼽혀왔다. 실제 많은 스카우터가 그의 경기를 찾았고 양현종 에이전트도 해외 구단 관계자와 구체적인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014년에는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경험도 있다.
KIA로선 방출 조항 삽입이 오랜 기간 구단에 헌신한 선수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지만 이는 곧 전력 약화로 이어진다. 양현종은 KBO 11시즌 통산 107승 66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김광현과 윤석민이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국내에서 그를 대체할 만한 자원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양현종은 최근 제구력, 시즌을 운영하는 체력 등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며 올 시즌 20승 6패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리며 시즌은 끝났다. 영광의 우승을 거둔 KIA가 해외진출이 유력한 양현종의 공백을 내년 시즌 어떻게 메울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