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 탄핵정국 | ||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민주당에게 추월당하는 결과가 나타나 한나라당 내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일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21.1%로 민주당(23%)보다 1.9%p 뒤졌다. 한나라당 자체 조사에서 지지율이 역전된 것은 2005년 4·30 재·보선 이후 처음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지지율 추락에 담겨 있는 민심은 무엇일까. MBC의 조사 결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2위로 밀려난 건 2004년의 탄핵정국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폭등했고 이 역풍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2위로 하락했었다. 당시의 여론조사 수치를 되짚어 보면, 노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2004년 3월) 실시된 경향신문 조사에서 열린우리당(36.0%)은 한나라당(14.0%)을 두 배 이상 압도했었다. 총선 공식선거운동 직전인 4월 10일 조사 때도 열린우리당(34.5%)이 한나라당(22.9%)을 여유 있게 앞섰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강고했던 30~40대 지지층은 노무현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이탈했고, 40대에서는 한나라당으로 옮겨간 지지층이 다수 생겨났다.
▲ 2009 조문정국 | ||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팀장은 “장례식 기간 중에 실시된 여론조사의 경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다소 올라가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내려간 흐름은 있으나 한나라당 지지자 중 일부는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침묵의 나선효과’로 인해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지지성향을 드러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특성 중 하나로 ‘자기 의견이 소수라고 느껴질 때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
최근 다른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와는 달리 리서치앤리서치의 6월 3일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32.5%, 민주당 25.4%로 한나라당이 여전히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최근 12개월 중 가장 큰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넘어서진 못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이 끝나면서 이전에 감췄던 ‘자기 의견’을 밝히는 응답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리서치앤리서치의 같은 날 조사에선 대통령 지
지율의 지역별 특성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대구·경북 지역의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5월 조사(37.6%)에 비해 무려 14.4%p 상승한 52.0%를 기록한 것. 배종찬 팀장은 “기존의 이 대통령 지지층들이 전 국민적인 ‘반MB’ 심리에 대한 견제와 방어심리로 재결집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점은 추락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언제든 반등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며,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일시적 효과’일 수도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크게 변화가 없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 한 여론조사에서는 ‘각종 악재에도 한나라당 정당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당(열린우리당)이 더 싫어서’라는 응답이 37.9%나 나왔다. 민주당뿐 아니라 이제 ‘여당’의 입장이 된 한나라당도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국민들의 대답이 어떠할지 되새겨볼 일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