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
근래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오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몇 가지 의견을 밝혔다. 지난 6월 21일 밤 박 전 대표는 ‘마음 心’이라는 제목으로 “바른 가치를 가지고 딛고 일어서는 것이 삶의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에 제출한 법률안들이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잘 제정·개정되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안전하게,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는 부탁의 말을 전한 것.
박 전 대표가 대표발의한 법안은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안’ ‘소방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복권 및 복권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 ‘문화재보호기금법안’ 등 총 8건이다. 이외에 공동발의한 10건을 포함해 총 18건을 대표 혹은 공동발의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안’(한나라당 강명순 손숙미 원희목 의원 등 공동발의)은 근래 들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제대혈이란 태반이나 탯줄에 들어 있는 피. 제대혈은 유전성질환 및 난치성질환을 가진 환자의 치료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나 현재 이를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발의한 관련 법안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업체가 대신하고 있는 기증제대혈은행이나 가족제대혈은행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가족부에 제대혈위원회를 두고, 국가 예산에서 기증제대혈은행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16일 접수되어 현재 소관위인 보건복지가족위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지난 21일 법률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기 이전부터 관련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주식시장에는 때 아닌 ‘제대혈 테마주’가 급부상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메디포스트’ ‘차바이오앤’ ‘이노셀’ 등 제대혈 관련주들이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었던 것. 실제로 지난 2005년 보건복지부가 용역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기증제대혈 은행을 지정하고 지원하는 데 633억 6300만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분석되었다. 관련시장이 이러한 돈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될 것도 자연스레 예상되는 바다.
이외에도 박 전 대표가 대표발의(한나라당 강승규 나경원 이정현 이혜훈 정병국 최경환 의원 등 공동발의)한 문화재보호기금법안은 오는 12월 10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박 전 대표가 17대 국회에서도 대표발의했던 것으로 당시 국회에서는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던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11일 이 법안과 함께 조세특례제한법, 국가제정법, 복권기금법 등 4개 법안의 개정안을 같이 제출했고 이 가운데 문화재보호기금법안이 지난 4월 30일 가결됐다. 이 법은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문화재보호기금을 설치하는 것에 주목적이 있으며 기금은 정부 출연금과 복권기금 중 일부, 문화재 관람료 중 10% 등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박 전 대표가 문화재 보호기금 마련에 남다른 노력을 하는 이유는 문화재에 대한 조예가 깊은 데다 과거 당 대표 시절부터 불교계 등으로부터 관련 요청을 계속해서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지난해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문화재 보호 필요성이 커졌으나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는 점도 17대 국회에 이어 문화재보호기금법을 재추진한 배경이 되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8대 국회에서 총 1건의 법률안만을 대표발의했다. 이밖에 16건을 공동발의해 총 발의법안은 17건. 정 최고위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으로 정 의원 외에 고승덕 구상찬 권영세 백성운 우제창 정병국 의원 등 30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이 법안은 북한이탈주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취업보호 제한 범위를 줄이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앞서 여섯 차례에 걸쳐 다른 의원들이 발의했던 내용과 비슷해 대체토론 뒤 ‘대안폐기’되었다. 대체법안인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난 1월 30일부터 시행 중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경우 18대 국회 들어 대표발의한 법안이 한 건도 없었다. 공동발의한 법안만 모두 29건. 그러나 공동발의한 법안 중에는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내용이 많다. 이 총재가 공동발의한 법안 29건 중 27건은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것. 특히 심대평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및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충청권에서의 관심이 높은 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심 의원 등이 발의한 이후 교육과학기술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등 관련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왔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 충청지역에서는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뜨거워 향후 처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 충북도당에서도 임시국회가 열리는 대로 이 법안을 중점적으로 처리하자는 요구가 높아 ‘충청민심’을 둘러싼 각 당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이 총재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안’ ‘고엽제후유증 환자지원 등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 등에 공동발의자로 서명했다. 특히 고엽제 관련 법안은 이 총재 외에도 여야 총 84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는데 올 초 ‘고엽제후유의증 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로 가결돼 1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복귀한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현재까지 공동발의한 법안은 3건이며 대표발의한 법안은 아직 없다. 정 의원이 공동발의에 서명한 법안은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것들.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 개정법률안’(오제세 의원 대표발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법률안’(김종률 의원 대표발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김종률 의원 대표발의) 등이 그것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36건의 발의법안 중 대표발의는 한 건에 그치고 있다. 정 대표가 대표발의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69명의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서 눈길을 끈다. 이 법안은 아직 국회 계류 중이지만, 앞서 17대 국회 시절 정 대표가 대표발의했던 세 건의 법안(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안, 소형기선저인망어선정리에 관한 특별법안)은 모두 통과돼 ‘100% 가결’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법안도 눈에 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17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했던 법안 중 유일하게 통과되었던 법안으로 ‘한국4에이치활동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있다. ‘4에이치(4-H)운동’이란 1947년부터 추진돼온 농촌청소년운동으로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지·덕·노·체를 갖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 법안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4에이치 활동에 시설지원과 보조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의원들에 비해 유력 대권주자들의 법안 대표발의 건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개별 법안에 따라 각계각층의 이해나 입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기에 잠룡들이 법안에 대해 소신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 또 당 지도부에 몸담고 있을 경우 ‘소신’과 ‘당론’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대표발의가 적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 유력 정치인들은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데에 주력하기보다 정치적 현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당파적 싸움보다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민생법안’에 더욱 신경써주길 바라고 있다. 차기 꿈을 꾸고 있는 잠룡이라면 ‘입법’을 책임진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은 몇 점짜리인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