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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고비도 잘넘겨 봅시다 천신일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MB 특별당비’ 논란이 한나라당의 고발로 화근이 돼 재점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연합뉴스 | ||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MB의 특별당비 30억 원은 대선자금’이라고 주장해 온 민주당은 관련 금융거래 자료가 제출되면 자체 진상 규명에 착수하는 동시에 반드시 특검을 관철시켜 MB의 대선자금 의혹 사건을 정치쟁점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들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부른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둘러싼 편파·보복 수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실체적 진실규명 차원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이 법원의 명령으로 재부상한 MB의 특별당비 논란을 대선자금 의혹과 연계시켜 특검 도입 명분을 쌓는 동시에,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이 일고 있는 각종 사건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찰 수사 내지는 특검을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청와대와 여권은 금융자료가 공개되더라도 정상적인 거래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꺼져가던 대선자금 불씨가 다시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법원의 금융자료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MB 대선자금 논란의 막후를 들춰봤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MB 특별당비’ 논란이 여야 간 공방을 넘어 법원의 금융자료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한나라당은 ‘30억 특별당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논란의 무대를 법정으로 옮겨 놨다. 참여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한창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당비 논란이 가열될 경우 검찰 수사 본류가 희석될 수 있고, 사정 국면으로 장악한 정국주도권 또한 야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검찰 고발을 결행한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민주당을 옥죄기 위해 꺼내든 한나라당의 검찰 고발 카드는 오히려 잊혀져가던 사건을 다시 되살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고발에 맞고소 카드를 꺼내든 민주당이 한나라당 지도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30억 특별당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금융자료 제출 명령을 법원에 신청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은 6월 23일 민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금융기관에 자료 제출을 명령하기에 이른다.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수사 발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MB 특별당비’ 논란이 한나라당의 고발이 화근이 돼 재점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정치보복진상규명특위 위원인 이재명 부대변인은 6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전날(23일) H 상호저축은행(H 은행)과 O 은행에 금융자료 제출을 명령했다”며 “법원에 자료가 제출되면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MB와 천 회장이 비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천 회장 측은 민주당이 주장한 ‘특별당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해명한 바 있다. 천 회장은 2007년 11월 31일 자사(세중나모여행사) 주식을 매각한 대금 330억 원 중 30억 원을 떼내 H 은행에 정기예금을 들었다. MB는 같은 날 이 예금을 담보 삼아 30억 원을 대출받았고 12월 3일 한나라당에 이를 특별당비로 납부했다. MB는 5개월 후인 2008년 4월 30일 자신의 빌딩을 담보로 O 은행에서 30억 원을 대출받아 H 은행의 대출금을 변제했다. 천 회장은 MB가 30억 원을 상환하자 곧바로 H 은행에서 이 돈을 인출했다. 금융기관을 통한 정상적인 거래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양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하지만 이 부대변인은 “친구인 천 회장이 MB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면 간단한 문제인데 공연히 금융기관을 끼고 예금담보대출 형식을 갖추느라 근저당설정비 등 명목으로 4000만 원 이상의 불필요한 돈을 쓴 것은 뭔가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금융자료가 제출되면 30억 원의 돈 흐름은 물론 MB가 담보대출에 따른 이자를 제대로 냈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살핀 후 금융거래가 정상이 아니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선자금과 연계된 두 사람의 돈거래 의혹을 반드시 파헤칠 것이란 각오다.
특히 민주당 정치보복진상특위는 “대검 중수부의 편파·기획수사로 천 회장에 대한 수사는 ‘봐주기’ 수사와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웃지 못할 희극으로 막을 내렸다”면서 “30억 당비 대납의혹을 포함한 MB의 대선자금 규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며 진상규명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청탁사건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6월 5일에는 MB와 천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띄운 상태다.
민주당은 천 회장이 대선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MB의 특별당비 30억 원을 대신 납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선의 해에 천 회장이 자사 주식을 매각해 330억대 자금을 조성한 것은 분명 MB의 대선자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의혹 또한 감추지 않고 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6월 26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설령 금융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천 회장이 대선후보의 특별당비를 대납한 사실 자체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자료 제출 시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부대변인은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내부 결재 등을 고려하면 빠르면 1주일, 늦어도 2주일 정도가 소요되지 않겠느냐”며 “검찰을 통한 사실 규명이 불가능할지라도 특검과 사법부를 통해 끝까지 부정한 자금을 추적하고 진상을 규명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MB 특별당비’ 의혹을 둘러싼 민주당의 전 방위 압박에 대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원의 금융자료 제출 명령으로 ‘MB 특별당비 대납’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고, 민주당은 MB의 대선자금 의혹으로 확전시키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논평이나 반박은 물론 개인 명의의 해명자료조차 일절 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MB 특별당비’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해명하는 것 자체가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한 여권이 ‘무대응’ 전략을 구사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6월 25일 기자와 만난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때로는 무관심과 무대응이 최선의 전략일 수 있다”며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령한 만큼 정상적인 돈거래 여부가 조만간 밝혀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정보기관의 관계자는 “MB가 직접 관계된 사안인 만큼 여권 내부에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령한 만큼 민주당과 맞대응을 자제하는 대신 관련 금융기관을 상대로 비밀리에 거래 내역과 돈 흐름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MB의 특별당비 대납’ 의혹 사건의 빌미가 된 MB와 천 회장의 30억 원 돈 거래가 정상적인 금융거래였는지 아니면 편법이었는지 여부는 조만간 법원에 제출될 금융자료로 그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거래로 판명될 경우 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빠지면서 MB의 특별당비 논란은 물론 대선자금 의혹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반면 두 사람의 돈거래가 비정상적이고 베일에 가려진 또 다른 자금흐름과 연계된 사실 등이 드러날 경우 파문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민주당의 주장과 논리에 힘이 실리면서 특별당비 논란이 MB의 대선자금 의혹 사건으로 비화되고, 그동안 ‘대선자금 수사 불가’ 원칙을 고수해 온 검찰도 ‘대선자금 X파일’ 상자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법원에 제출할 금융기관의 금융자료에 여권과 정치권 전체를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는 뇌관이 담겨 있을까. 정치권의 이목이 관련 금융기관과 서초동 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