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먼저 여권 핵심부에선 이명박 정권의 최대 원군이기도 한 보수적인 언론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 자신들의 곁을 떠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보 언론 매체에 의해 계속 휘둘려온 이명박 정권이 이번 ‘미디어법’마저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신문사의 방송사 경영 참여 등과 같은 이해관계가 걸린 조·중·동도 자신들로부터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청와대는 미디어법을 조기에 통과시켜 방송시장도 무한 경쟁 체제로 하루 빨리 바꿔놓아야 ‘진보세력’이 민심을 그들의 이념적 의도대로 선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또 다른 ‘의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지금과 같은 방송사의 소유구조에서는 다양한 시각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재계와 신문업계 등 각계각층의 소유자들이 나와 방송사도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보수적인 신문업계 메이저들이 방송계를 장악하면 언론시장은 조·중·동만 판을 칠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조·중·동’이 이 대통령의 중도론을 대서특필하면서 밀어주기를 하는 것도 미디어법 통과를 위한 돗자리 깔기 차원이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한나라당은 지난 26일 의원총회를 열어 ‘6월 임시국회 때 미디어법 처리’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청와대 측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를 시키지 못하면 9월 정기국회 때 미디어법을 재상정해 ‘죽어도’ 관철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미디어법 통과 여부의 불똥은 여권 원로그룹 핵심 멤버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도 옮겨 붙을 전망이다. 당 주변에서는 “향후 미디어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최 위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실 미디어법은 의원입법으로 국회 소관 사항이지만, 최 위원장이 선진방송체험 등의 명목으로 해외순방을 하는 등 미디어법 통과를 위해 그동안 공개적인 행보를 해오며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했기 때문에 만약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그에게도 책임론이 넘어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의 원로그룹 퇴진 분위기와 미디어법 통과도 관련이 있다. 법안이 별 충돌 없이 무사히 통과될 경우 최 위원장은 당분간 권력 핵심에 있겠지만 만약 6월 임시국회에서 실패로 끝날 경우 원로그룹의 퇴진을 앞당기는 상징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이 때문에 방통위 참모들이 최 위원장에게 미디어법과 관련해 너무 나서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