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친박계 일각에서도 야당과 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갑작스런 ‘찬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면대결은 아직 역부족이란 점을 자인하며 대세에 편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그의 ‘생뚱맞은 말 바꾸기’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계속 “그동안 고고하게 간직해오던 박 전 대표의 ‘얼음공주’ 이미지가 한 순간에 녹아내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대로만 가면 집권할 수 있다’는 보신 논리에 빠져 결정적인 순간에 메이저신문인 ‘조·중·동’에 백기 투항을 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친박그룹의 핵심 관계자 A 씨는 한 사석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박 전 대표의 일방적인 의원 줄 세우기를 우회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A 씨는 예전부터 박 전 대표가 민주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발언을 자주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친박그룹 일각에서는 앞서의 A 씨 발언이 최근 친박계의 입각설과 이명박 정권 참여론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진 친박그룹의 대체적인 정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박 전 대표의 카리스마에 대한 이 같은 일종의 불신 정서는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이라고 한다. 옛 경선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경선 때는 박 전 대표 앞에서 일체의 이견도 제시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진과 범박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전 대표를 신성시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대리투표 등이 불법으로 드러날 경우 평소 원칙과 정직을 목숨처럼 강조해온 박 전 대표가 과연 어떤 ‘말’을 하게 될지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친박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