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민주당 의총에 참석한 정대철 대표가 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걸어내려 오고 있다. 중앙위의장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일단 ‘무혈입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특히, 한화갑 대표 사퇴 이후 임시 대표직에 오른 정대철 대표가 중앙위의장에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원내대표에 나설 러닝메이트로 김근태, 박상천 의원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러나 정대철 대표와 함께 오랫동안 비주류 수장 역할을 맡아왔던 김상현 의원 역시 원내대표 혹은 중앙위의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차기 당권을 둘러싼 정대철-김상현 역할분담도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당 개혁위원장을 맡아 개혁안 마련을 진두지휘한 김원기 의원은 원내대표를 염두에 두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 출신 가운데는 한광옥 전 대표가 중앙위의장에, 박상천 최고위원이 원내대표에 각각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23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한화갑 전 대표 주변에선 김근태 의원 지원설도 흘러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 휘몰아쳤던 ‘인적쇄신, 민주당 해체’ 요구는 당이 차기 당권 장악을 위한 유력 후보군의 각축장으로 변질되면서 이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가운데 신주류 대표격으로 급부상한 정대철 대표와 한화갑 전 대표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근태 의원이 차기 민주당 지도체제와 관련, 급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2002년 12월19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에는 크게 세 차례 당권 투쟁이 전개됐다.
1차 당권 투쟁은 노 대통령 탄생과 함께 주류로 부상한 신주류들의 구주류 압박이었다. ‘인적청산, 민주당 해체’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신주류측이 ‘한화갑 대표’로 상징되는 구체제를 와해시키기 위해 벌인 당권투쟁이었다. 대선 이후 3일 만에 이뤄진 23인의 성명이 기폭제였다.
당권투쟁 제2라운드는 신주류 내부 간 파워게임으로 전개됐다. 구체제를 무력화시킨 민주당 신주류 내부의 갈등이었다. 김원기 정대철 김상현 등 시니어그룹과 정동영 추미애 신기남 천정배 등 주니어그룹 간 갈등이 그것.
제3라운드는 국무총리 인선과 개혁위원장을 놓고 벌였던 김원기 정대철 두 사람 간의 당권 경쟁이었다.
민주당의 당권 투쟁은 제3차 당권 갈등 국면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다. 노 대통령 취임 이후 전개된 각종 인사, 그리고 대북송금 특검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에 묻혔던 탓이다.
노 대통령 취임 직전 한화갑 대표의 전격 사퇴는 제4차 당권 경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당 개혁안에 대한 당무위원회 의결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차기 당권에 뜻을 둔 유력 후보군이 일찌감치 당권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한화갑 대표의 대표직 사퇴 이후 자연스레 임시 대표직에 오른 정대철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중앙위의장에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어뒀다.
실제 정 대표는 중앙당 부위원장단의 당연직 대의원 수용을 언급하고, 지구당위원장 폐지에 반발하는 동교동계 의원들을 연쇄 접촉, 이들의 요구조건이 개혁안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등 차기 중앙위의장을 향한 행보를 계속해 왔다. 민주당의 현재 분위기로는 초대 중앙위의장에 정 대표가 ‘무혈입성’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정대철 대표가 중앙위의장에 나서는 것과는 별도로 차기 민주당 지도부가 ‘중앙위의장-원내대표’의 투톱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기 ‘원내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정 대표에게 김상현 의원이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권노갑 전 고문을 필두로 하는 동교동계에 맞서 정대철 의원과 함께 비주류로 오랫동안 정치적 동지관계를 유지해왔던 후농(김상현 의원의 아호)이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내비치며 협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후농측에서 ‘중앙위의장 정대철-원내대표 김상현’ 러닝메이트를 요구하고 있는 것.
후농측에서는 ‘만약 신주류가 후농을 원내대표로 지원하지 않을 경우, 후농이 중앙위의장에 직접 출마할 수도 있다’며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후농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맞선 당권 경쟁에 나서 3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정대철 김상현 두 사람이 동시에 중앙위의장에 나설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정 대표측의 고민이다.
▲ 김근태 의원이 민주당의 차기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 주목받는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 ||
그러나 박상천 최고위원은 차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전당대회에 함께 했던 옛 동지를 규합,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등 나름대로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철 대표가 또 다른 원내대표 러닝메이트로 접촉하고 있는 김근태 의원의 경우 민주당 신주류 가운데 주니어그룹에서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모태는 ‘국민정치연구회’.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근태 의원 등 재야출신 개혁성향 의원들로 구성됐던 국민정치연구회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대철 대표가 이사장에 취임한 바 있다. 국민정치연구회에 가입, 활동하고 있는 의원들은 대략 20여명 선. 이밖에 우호그룹까지 포함하면 민주당 의원 과반수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위의장으로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정대철 대표가 원내대표로 김근태 의원을 염두에 두고 국민정치연구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이다.
정대철-김근태 연대에는 민주당 내 노무현 대통령의 대리인 역을 자처하고 있는 신주류 그룹에서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개혁작업에 돌입한 노 대통령과 함께 원내중심의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로 김근태 의원을 선호하고 있는 것.
지난달 23일 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후 정치일선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한화갑 전 대표 등 동교동계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특히 차기 당권과 관련, 김근태 의원측과의 접촉이 활발하다는 전언이다.
한 전 대표는 대표 사퇴를 전후해 모두 서너 차례 김근태 의원과 단독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김 의원과의 회동에서 ‘자신의 진퇴여부’는 물론, ‘향후 당 운영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 세 대결이 벌어지면서 한화갑-김근태 회동이 주목받고 있다. 신주류로부터 내몰리다시피 대표직에서 사퇴한 한 전 대표가 대리인을 내세워 당권 수호의지를 관철시킬지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 인사는 “(한 대표가) 당권에 미련을 갖고 대리인을 앞세우려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말 그대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주변에서 지켜볼 뿐”이라며 현재 한 전 대표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그는 “차기 당 지도부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신주류다 구주류다 해서 갈라진 당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너무 신주류의 냄새가 나도 안되고, 그렇다고 구주류의 색채가 짙게 배어 있어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간자적 입장에서 양측을 설득하고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 당을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표(한 전 대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회적으로 김근태 의원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피력한 셈이다.
노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 지도부를 장악한 신주류측은 중앙위의장과는 별도로 정책위원회 등 실질적 대표성을 행사할 수 있는 원내대표 만들기에 착수한 상태.
일단 김원기 특대위원장의 발빠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개혁안이 마련된 이후 원내대표를 향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골프회동을 통해 표밭 다지기에 나서고 있는 것.
김 위원장이 활발한 골프회동을 통해 의원들을 접촉하는 과정에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민주당 K의원을 둘러싼 중복 골프회동 약속이 그것.
김 위원장측에서는 K의원에게 일요일 골프회동을 제안한 반면, 김 위원장을 돕고 있는 경기 출신 또 다른 K의원도 K의원에게 토요일 골프회동을 제안한 것. 날짜는 달랐지만, 두 골프회동은 모두 김원기 위원장측에서 주선한 회동이었다. 결국 K의원은 토요일 골프회동을 취소한 대신, 김 위원장측에서 직접 제안한 일요일 골프회동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골프회동을 통해 접촉한 의원은 줄잡아 40여명 선. 당 개혁위원장을 맡았던 여세를 몰아 원내대표 입성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신주류측에서는 이상수 사무총장, 이해찬 의원과 함께 인수위원장을 지낸 임채정 의원 등이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 대통령을 대리하고 있는 신주류 주니어 그룹 사이에 원내대표 후보 단일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 개혁안이 통과되기 이전에 예상 후보들 간 조율을 통해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는 것.
이들은 김원기 특대위원장은 물론 김근태 이상수 이해찬 임채정 의원 등 예상 후보군을 놓고 물밑 조율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동영 추미애 의원 등 또 다른 예비후보들과의 조율문제 등이 남아 있어 단일후보 선정은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들 간에는 이미 치열한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민주당 차기 지도부가 중앙위의장-원내대표 투톱시스템으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당권 주자들 간 합종연횡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앙위의장을 노리는 정대철 대표측과 대표 사퇴 이후 관망하고 있는 한화갑 전 대표 진영에서 연대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김근태 의원의 주가가 급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 이후 정중동의 행보를 계속해오고 있는 김근태 의원의 향후 거취가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