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정숙 변호사
한일공동선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입법이 일본 정부 국회에 의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확인하고, 이 입법에는 일본군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하여 설치 운영한 ‘위안소’ 등에서 여성에 대한 조직적이고 계속적인 성적 행위의 강제가 당시의 국제법·국내법에 위반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이며, 여성에 대한 명예와 존엄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것임을 일본이 인정하고 피해자에 대해서 사죄하고 그 책임을 분명히 하여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금전의 보상을 포함한 조치를 취하며, 그 사업을 실시함에 있어서는 내각총리대신 및 관계 각료를 포함한 실시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자 및 피해자를 대리하는 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교육 홍보를 위한 방책을 세우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확인했다.
그런데 12월 28일의 합의는 크리스마스 연휴 직후 발표되었는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내 해결’ 지시에도 한일 국장급 협의가 진전이 없자 외교의 정상 루트인 외교부를 통한 협상을 하지 않고, 청와대가 직접 주도를 하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이 배제된채 속전속결로 졸속 합의를 한 것이다.
12월 28일 합의는 여러가지 점에서 1965년 한일협정과 비슷했다. 미국의 ‘한일 관계 개선’ 압박 속에서 외교의 작은 부분을 얻기 위해서 피해자 인권이라는 큰 부분을 잃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드 문제로 미국,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일 외교의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1965년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한 아버지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 이와같은 굴욕적인 합의를 한 것이다.
한일 양국은 12월 28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되었다고 했는데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은 한글 문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쓰는 표현이 아니다. 이는 일본어 문장에서 흔히 등장하는 표현으로 일본의 주도하에 일본에 끌려간 협상을 하여 결과적으로 이면 합의에까지 이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면 합의 내용 또한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시민운동을 하는 것을 어떻게 정부가 나서서 못하게 하겠다고 국가간 합의로 할 수가 있겠는가.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참여 없이 국가 주도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위안부 합의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부정의(不正義)가 희석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피해자 인권의 문제가 국가간 합의를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일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신뢰가 깊어지게 하는 것이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한 것이므로 합의 무효화 또는 재협상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양정숙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