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내 썰렁했던 월드컵 공원에 서서히 나들이객들이 몰 리고 있다. 위 사진은 어른 키만큼 자란 억새가 일렁이고 있는 하늘공원. | ||
꼭 멀리 가야만 봄을 맞게 되는 것은 아니다. 봄은 순식간에 올라와 집앞까지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시간부담 없이 전철을 타고 나서보자. 봄으로 단장한 도심속 공원으로의 가벼운 나들이는 이 혼잡한 도시에도 숨쉴 공간과 삶의 여유가 있음을 깨우쳐 준다.
마포구 성산동, 지난해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메인 스타디움 옆 월드컵공원으로 나서봤다. 위로는 하늘, 아래로는 너른 강물이 흐르는 월드컵 공원을 중심으로 하늘공원 노을공원 평화공원 생태공원과 고수부지, 그리고 강 가운데 떠있는 선유도공원까지 하루에 돌아보기가 버거울 정도의 부지에 봄이 가득하다. 나들이온 시민들의 얼굴에도 봄빛 같은 미소가 그득하다.
< 월드컵 공원 >
하늘공원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월드컵경기장 포함) 내의 5개 공원 가운데 일부다.
2002년 월드컵은 우리 한국인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었을 뿐 아니라 열기가 뜨거웠던 그 자리에 아름다운 녹지공간과 달라진 생태환경을 남기고 떠났다. 쓰레기매립장이었던 난지도에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면서 주변 1백만여 평에 5개의 테마 생태공원이 조성된 것이 겨우 1년전. 평화의 공원을 시작으로 하늘공원, 난지천공원, 노을공원, 난지 한강공원까지가 잇달아 있는 월드컵공원은 전체를 돌아보는 데는 하루해가 모자란다. 공원과 공원 사이를 이동하는 데도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힘이 든다.
3월로 접어들면서 겨우내 썰렁했던 월드컵공원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개는 자동차로 직접 닿을 수 있는 평화의 공원에 머물다 떠나지만, 다른 공원 구역으로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하늘공원에서 만끽하는 도시 탈출의 자유로움을 아는 공원마니아거나 발빠른 정보수집가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장 길 건너 마포농수산물센터 앞에는 공원셔틀버스가 항시 대기중이다. 이 버스의 도착지점은 하늘공원. 걸어서는 약 1km 거리지만 하늘 아래까지 오르는 길이라 만만치 않다. 계단을 이용하면 15분 정도 소요된다. 5만7천여 평이나 되는 하늘공원은 본래 쓰레기더미다. 산 하나를 헐어내는 인간의 힘이 대단하단 생각을 하였으나 생활쓰레기를 쌓아 이처럼 거대한 산을 만든, 그 또한 놀라운 인간의 힘이 아닐 수 없다.
▲ 옛 모습 그대로를 조형물로 잘 살려낸 선유도공원의 정수 장. 아래는 선유정. | ||
겨우내 메마른 초지에는 억새가 어른 키만큼 자라 일렁이고 있다. 그 사이 길을 따라 아이들이 달린다. 난지도에서도 가장 메마르고 척박한 땅인 하늘공원. 그 폐허로부터 자연 생태가 어떻게 다시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려 했다는데, 자연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되살아나는 중이라고 한다. 경칩이 지나자 겨울잠에서 깨어난 맹꽁이들의 합창 소리가 찾아온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멀리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던 하늘공원의 은빛 풍차. 막힌 데 없이 트인 정상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거대한 바람개비가 핑글핑글 돌아간다. 20kw급 풍력 발전소로 무공해 청정에너지를 생산, 하늘공원 내 2백20개 가로등과 안내소 등에 전력을 공급한다.
지겨울 만큼 막힘 없는 하늘도 올려다보자. 북쪽으로는 북한산 전체가 가깝게 와 있고, 동쪽으로는 남산과 63빌딩, 남쪽은 한강, 서쪽은 행주산성이 보인다. 각각의 장소와 가깝게 전망대가 설치돼있어 쉬어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탐방객안내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따라서 한바퀴를 도는 데 넉넉하게 약 30분. 중간 샛길까지 들어서면 한층 더 많은 시간을 걸을 수 있다. 특히 하늘공원은 해질녘 풍경이 근사하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 1번출구, 마포구청역 8번출구-평화의 공원/ 버스 7번, 361번 월드컵경기장 남문에서 하차. 승용차는 강변북로 이용. 가양 행주지역에서는 가양대교, 동북지역에서는 내부순환로 이용. 문의 02-300-5500~5502.
▲ 파릇파릇한 생명의 활기찬 모습이 선유도공원의온실에 가득하다(위).한강변에서 망원경을 들고 조류탐사에 열중 하고 있는 아이들. | ||
주말에는 반드시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월드컵공원을 찾아갈 것. 5시까지만 운영되는 셔틀버스를 먼저 타는 것이 좋다(마포농수산물센터 가로질러 월드컵전시관앞).
▶난지도 역사를 담고 있는 월드컵 전시관 구경 후, 20분 간격인 순환버스에 오른다.
▶하늘공원에는 매점이 없으므로 간단한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천천히 둘러본 뒤 내려올 때는 평화의 공원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을 이용해보자. 지그재그로 숨가쁘게 내려가면서 월드컵경기장과 평화의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평화의 공원. 징검다리가 놓인 실개천과 인라인 스케이트로 붐비는 광장을 지나 분수가 시원한 인공호수를 구경할 수 있다. 호수를 감싸고 있는 반원형의 유니세프 광장은 나무로 된 마루바닥인 데다 벤치도 많아 앉아 쉬기에 좋다. 호수 뒤쪽으로 한적한 잔디밭과 전통멍석을 깔아놓은 휴식장소들이 많다.
▶공원에서는 인라인과 자전거를 탈수 있고 아이들과 하늘공원 생태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 선유도 공원 >
합정동에서 연결되는 양화대교 남단에 간신히 닿아있는 조그만 섬이 선유도. 신선이 노닐었다는 이름을 가질 만큼 한때 아름다움을 자랑했으나 일제시대부터 해체되기 시작해 오랜 기간 정수장의 기능만을 했던 곳. 지난해 4월에야 재활용생태공원으로 재탄생된 섬이다. 그 아름다움은 옛 선유도의 명성을 되찾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때마침 개설된 월드컵 공원에 가려 선유도 공원은 대다수 시민들에게 ‘아는 사람만 아는’ 공원이 되고 말았다.
은은한 조명 덕분에 공원은 낮보다 밤에 그 위치가 확연히 드러난다. 프랑스인 루디 리치오티가 설계한 무지개다리 선유교는 파리 센강의 미라보다리를 연상시킨다.
선유도 공원은 옛 정수장 물길, 정수지 등을 그대로 활용해 ‘물’이라는 주제를 가장 다이내믹하게 표현한 테마공원이다. 환경물놀이장, 수생습지원, 원형소극장 등도 본래의 시설과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연출이다. 특히 정수장의 파이프를 이용해 아이들을 위한 환경놀이터를 만들었고 부서진 벽과 기둥들을 활용해 아름다운 조형물로 바꾸었다. 부서진 콘크리트 옆에는 야생화나 수생식물들이 자라나 죽어있는 폐허와 살아있는 자연의 대비가 가슴에 스며든다.
가로 세로 41m, 깊이 5m 규모의 침전지 두 개를 활용한 ‘시간의 공간’에는 정지된 시간이 담겨있다. 비닐하우스형 온실에서는 사계절 파릇한 화초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원목을 사용한 보행자 전용 다리 선유교, 한강의 역사를 보여주는 갤러리, 정수장의 물길을 이용한 공간활용, 태양열을 이용한 온실 등 여러모로 지금까지의 공원에서 진일보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선유도공원을 제대로 알려주는 홈페이지가 없다는 것과 공원 내 시설이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강갤러리나 강연홀도 크게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원형극장은 일반시민들에게 무료로 사용신청을 받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원봉사자들에 의한 공연안내도 가능하다.
■ 찾아가는 길: 자가용은 장애인 차량만 공원 안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일반 차량은 한강공원 양화지구 주차장에 세운 뒤 선유교를 건너 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 또는 2, 6호선 합정역에서 내려 양화대교 방향으로 15분 정도 도보. 문의 02-3780-0594.
ㅁ박수운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