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비행기편으로 날아간 뒤 바르셀로나에서 크루즈 여행이 시작된다.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크로아티아 등 지중해 연안의 문화유적을 대형유람선 ‘밀레니엄호’를 이용해 돌아본 뒤, 선상여행이 끝난 베니스부터는 버스로 밀라노- 암스텔담까지 가서 다시 비행기편으로 귀국하는 일정이다.
유럽의 고대와 중세 유적, 그리고 현대 문물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지중해 문화탐사 크루즈를 통해 크루즈 여행의 참맛을 느껴보자.
밀레니엄호가 부두에 기항할 때마다 관광객들은 팀을 이루어 육상관광에 나선다. 기본 일정에 포함된 관광코스 외에 여러 옵션투어도 이루어진다.
6월의 지중해 날씨는 초여름. 가벼운 캐주얼 차림에 대부분 선글래스를 쓴 한국 관광객들은 두 대의 버스에 분승해 시내 관광을 했다. 1992년 올림픽 때 황영조 선수가 뛰었던 마라톤코스의 마지막 개선지인 몬쥬익 언덕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둘러보았다. 황 선수는 골인 후 실신,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고 이 때문에 시상식이 40분 지연되었다는 현지 주민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주경기장 바깥쪽에는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와 바르셀로나 시장간의 결연문이 들어간 대리석 조각상이 서 있다. 약 2미터 높이와 4미터 넓이로, 골인하는 황 선수의 모습이 담겨있다. 현지 가이드는 바르셀로나 시민과 의회가 반대하는 것을 여러 차례 설득으로 뚫고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우승을 한풀이했다고 설명했다.
▲ 일광욕이나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유람선 갑판 위에 마 련된 시설.(맨위), 두번째부터 아래로 레스토랑 수영장 카지노 등 유람선의 실내 시설이 화려하다. | ||
해마다 5월에 열리는 국제영화제로 유명한 칸느는 조그마한 시골 어촌에 불과했던 곳이지만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국제적인 휴양도시로 탈바꿈되었다. 그러나 관광거리는 영화제가 열리는 꽤나 큰 극장과 크지 않은 해변 정도가 전부인 듯하다. 옷을 벗고 강한 햇볕에 일광욕을 하는 유럽인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세계 유명자동차 전시장이 들어서 있는데, 현대 기아 등의 전시장도 보였다. 칸느 옆의 프랑스 최대 휴양지 니스는 전 대우회장 김우중씨도 별장을 갖고 있는 곳. 대우그룹 계열사 소유로 되어있다는 이 별장에 요즘 김우중씨가 기거하고 있고, 가끔 골프장에 부부가 함께 나타나 현지 교민들의 눈에 띄기도 한다고 한다.
카지노를 국가가 운영하는 모나코. 인구 3만명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다. 지난 1982년 47세의 나이로 사망한 왕비 그레이스 켈리 때문에 왕궁 관광객이 밀려든다. 홀몸이 된 레니에공은 올해 84세다. 그의 주변에 한국 여인이 있다는 현지 가이드의 귀띔은 믿거나 말거나 통신일까.
피렌체는 르네상스를 꽃피운 도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이름과 작품이 쌓여있는 도시다. 수많은 예술품과 건축물로 지난 1982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기자는 이탈리아 여행의 핵심으로 피렌체를 꼽고 갔으나, 실상 미술관이나 박물관, 성당 등에는 단 한 곳도 입장해보지 못한 채, 한두 시간의 길거리관광으로 끝을 냈다. 어떤 곳은 수리중이었으며, 어떤 곳은 아예 발도 들여놓지 못한 채 광장 근처만 배회했다.
피사의 사탑을 오전중에 보고 관광지 관람이 오후시간에 배정되었으나, 가이드가 일정에도 없는 쇼핑 스케줄을 끼워넣어, 예정되어 있던 메디치가의 베키오궁전, 베키오다리, 죠로의 종탑, 그리고 꼭 들르고 싶었던 미술관 등은 ‘컷오프’되었다.
이런 일은 이틀 뒤인 나폴리항 상륙관광 때에도 한차례 일어났다. 약 2천년전 화산폭발로 없어졌다가 1748년도 발굴작업으로 다시 모습을 나타낸 폼페이 폐허지 관광에 뒤이어 소렌토 관광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소렌토 관광은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전중에 카프리섬을 방문했고 날씨가 30도를 넘는 등 모두가 지쳐있어 무리라고 변명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면 상황설명과 양해가 뒤따라야 하지 않았을까.
현지 가이드의 자의적인 안내가 문제점이지만 어쨌거나 해외관광에서 말썽이 뒤따르는 쇼핑 안내, 스케줄 변경은 좀더 개선되어야 할 대목이다. 하루 일정으로 이루어졌던 로마 관광은 전에도 몇차례 왔던 일이 있어 줄서기 관광으로 끝냈다.
산토리니섬은 70도 이상의 경사를 케이블카와 나귀를 타고 올라가야만 하는 남산 높이의 산꼭대기 도시. 반대쪽에는 여유있는 항구도 있기는 하지만, 강렬한 코발트색의 바다와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빽빽히 서있는 흰색의 집들로 정말 아름답고 이색적이다.
다음날 이뤄진 아테네 관광도 필수코스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제1호인 파르테논신전과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렸던 경기장 관광, 소크라테스가 갇혀 있다 숨졌다는 바위굴 감옥 관광 등이 인상에 남는다.
물의 도시 베니스는 화려하지만 이제는 쇠퇴하는 도시라는 인상이 짙다. 1백20개 정도의 작은 섬, 1백50개의 운하로 이루어져 있는 베니스는 옛날과 비교해 인구가 1/4로 줄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초여름밤 곤돌라를 타고 운하관광을 할 때도 거의 대부분의 집에 불이 꺼져 있는 것이 놀라웠다. 1년에 40차례 이상 평상시 수면보다 1미터 이상 물이 차오른다니 사람이 살 수 있겠는가? 물과 접해있는 4층짜리 집들이 물속으로 내려앉는 형국이다. 어느 관광객은 “유령의 도시와 같다”는 표현을 썼다.
산마르코 광장 주변의 궁전, 미술관, 성당 등이 특급 관광상품. 곤돌라는 약 40분의 탑승시간에 1인당 50유로 (우리돈으로 약 7만원)나 받는다.
이탈리아 북부의 최대산업도시 밀라노. 패션의 거리라는 명성 못지 않게 소매치기가 많은 도시로도 악명을 날린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누누이 소매치기 조심이란 경고를 받았지만 밀라노 관광에서 한 사람이 두 차례나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다.
전직 장관인 인사가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3백달러 이하의 절도 정도는 무죄다. 그 정도는 생존권 차원으로 인정된다.” 그렇더라도 소매치기 천국이란 누명이 결코 명예는 아닐 텐데.
마지막 날은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크루즈 여행의 일정에 없는 추가 코스였다. 배를 타고 암스텔담의 운하관광을 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한국으로부터 건너온 입양아가 3천명 정도라는 말을 듣고 놀랐다.
그들은 한국의 생모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고, 현지에 적응해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나라는 육지의 25%가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것이고, 지금도 바다 수면보다 낮은 육지가 많다. 매립에 쓰이는 흙은 외국수입품이란다.
운하를 관광하면서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가 숨어 살았다는 집 앞을 지났다. 일기장 속에는 5백미터 떨어져 있는 교회에 나가기를 소원했다고 쓰여있는데…. 가슴이 아팠다. 사진 한 장을 남기려고 셔터를 눌렀다.
히딩크 감독이나, 한국 축구 선수들의 근황은 이곳 암스텔담에서는 클로즈업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히딩크 감독의 고향마을은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윤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