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휴가를 못챙긴 사람들, 가는 여름이 아쉬워 또 한번의 자연 나들이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가깝고도 자연 그대로면서도 한적한 그런 곳을 찾아 하루쯤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서울에서 한 시간반 거리에 있는 가평은 서울 인근으로는 가장 깊은 계곡과 숲을 갖춰 짧고 진한 자연 여행에 적합한 곳이다. 가족단위 나들이는 물론 학교나 기업 단체의 MT 장소로도 적격이다. 가평은 강원도 춘천-화천과 맞닿은 경기도의 끝 지역. 경기도에서도 가장 높고 넓은 명지산 화악산 등 산악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산악의 반대편은 수도권의 상수원인 북한강 상류가 맑은 줄기로 흐르고 있다. 강촌부터 남이섬 청평호까지가 가평을 거치는 구간이다. 가평에서도 가장 복잡하지 않은 계곡들을 소개한다.
[경반천-선녀가 멱감던 계곡]
경반계곡은 이웃하고 있는 용추계곡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다. 가평군청이 있는 읍내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쉬운 경반계곡은 경반리 마을을 지나 용추계곡 발원지인 칼봉산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위치했다. ‘거울처럼 비친다’는 이름을 가진 계곡답게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계곡에 수정처럼 맑고 찬 물이 흐른다.
▲ 지금은 폐교돼 서울의 한 성당 수련시설로 사용되는 경반초등학교 회목분교(위).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학교종’은 옛 정취를 자아낸다.아래는 경반계곡 오르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숙박시설인 ‘솔밭휴양지’. | ||
길의 왼편 혹은 오른편으로 계곡이 펼쳐져 있으며 때로는 길을 가르고 지나기도 하는 계곡은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그늘에 가린다.
경반천은 경반산장부터 칼봉산 연수원, 솔밭휴양지라는 이름의 펜션을 지나 궁소유원지로 이어진다.
경반천을 따라 오르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소(沼)가 첫나들이소인데 이 소에 마장리에 있는 옥녀봉의 그림자가 비치는 시간이면 선녀들이 내려와 조용히 머리를 감고 간다는 전설이 있다.
계곡 입구에 있는 매표소를 지나 2.7㎞ 올라가면 궁소를 만나게 된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지독한 가뭄에 목이 마른 들소가 유일하게 물을 찾아 목을 축였다는 곳이다. 소가 물을 마신 구유 같다는 뜻에서 궁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궁소유원지를 지나면 인적이 점점 드물어진다. 경기도에도 이런 오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적한 길을 걸어 올라가면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을만한 길을 제외하고는 거의 원시림에 가까운 주변경관이 펼쳐진다.
수락폭포가 가까이 있는 회목리는 안골이라고도 불리는데 원래 화전민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화전을 일구고 살던 사람들이 1965년의 큰 장마에 가옥의 대부분을 잃고 나서 하나둘 떠나 지금은 배씨 부부만이 살고 있다.
당시에 있던 경반초등학교 회목분교는 한 학년에 십수 명이 되는 작지 않은 규모의 학교였다는데, 지금은 폐교되어 서울의 한 성당에서 교인들의 수련시설로 간간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경반리 마을에서 수락폭포까지는 4.5㎞ 제법 먼 길이다. 걸어 가면 1시간반 이상이 걸리므로 중간에 요깃거리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경반분교 터와 배씨 부부의 민박집을 지나면 절집인 경반사가 나온다. 경반사에서 4백m 정도 더 올라가면 수락폭포로 가는 길이 왼쪽으로 이어져 있다.
산으로 난 1백여m의 길은 대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숲이 깊다. 간간이 쓰러져 있는 큰 나무를 피하고 큰 바위를 돌아가면 일부러 숨어있다가 나타나기라도 하듯 돌연 눈앞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수락폭포다.
수락폭포는 높이가 30m를 넘어 시원한 키를 자랑하지만, 장마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수량이 많지 않아 장쾌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하늘과 닿을 듯 아찔한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보고 있으면 하늘에 구멍이라도 나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바위를 타고 내려온 물이 바닥에 부서지며 자아내는 하얀 물보라와 웅장한 소리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분을 선사한다.
▲경반계곡 오르기: 경반계곡의 경우 걸어 올라가면서 계곡을 즐기는 것도 괜찮지만 편안한 가족 여행을 원한다면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단 길이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사륜구동 자동차라야 안심이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경반리 마을 입구 매표소에는 여름 피서철에 쓰레기 수거료를 입장료의 형식으로 1천원씩 받는다. 비가 많이 올 경우 길을 넘는 계곡이 불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기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길을 가로지른 내를 건널 때 만일 물이 불어있다면 핸들을 급히 꺾거나 엑셀에서 발을 떼지 말고 한번에 통과해야 한다. 저단기어로 출발해 엑셀을 계속 밟으면서 통과하는 것이 요령이다.
▲취사금지: 계곡 안에서는 원칙적으로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어 있다.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서만 야영을 하고 쓰레기는 반드시 봉투에 담아 가지고 내려온다.
▲숙박: 경반산장-건물 9동, 1백20여명 숙박 가능, 4인 기준 6만~7만원(성수기), 소수 인원일 경우 가평읍까지 픽업 서비스, 주차 80여대 가능. 031-582-1071. / 궁소유원지-방 9개, 50여명 숙박 가능, 4인 기준 3만 원, 매표소에서 2.7km 거리. 주차 20대 가능, 단체는 식사 주문 가능, 음료 및 주류 매점 운영, 582-6915 / 솔밭휴양지-펜션형 숙박시설 5동, 방갈로 13동, 황토방, 미니운동장, 자연 풀장, 가격은 계절 따라 유동적. 582-4527 / 회목분교(폐교)-2개의 교실에서 여름철에 한해 50여명 캠프 가능, 자체 발전시설, 침낭사용, 582-8009.
▲ 차량의 접근이 힘들어 온전히 발걸음에 의지해 올라야 하는 명지계곡. 들어서기 전 지도를 꼭 살펴보자. | ||
가평은 군 전체가 거대한 유원지라고 해도 좋을 만큼 풍부한 수량의 계곡들을 자랑한다. 특히 북면 75번 국도(구 363번 지방도)와 나란히 흐르는 가평천은 얕은 하천에 비해 넓은 폭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한여름 피서철의 붐비는 사람들을 피하려면 명지산 쪽에서 아래로 숨어 흐르는 계곡인 명지계곡을 찾는 것이 좋다. 명지계곡은 가평천 상류에서 갈라져 승천사 절을 지나 명지폭포까지의 구간이 중심이다. 계곡의 폭이 좁고 바위가 많아 가족 단위로 놀기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시원한 그늘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더위는 어느새 성큼 달아난다.
승천사 입구 시설지구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숙박 시설이 없어 더욱 호젓한 계곡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산의 골짜기를 따라 거대한 암반과 집채만한 바위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 계곡에 흐르는 물에 비해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검은 바위에 나이테처럼 흰 줄이 아로 새겨져 있어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승천사를 지나 명지폭포를 향하는 계곡에서는 재잘대며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외에 다른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호젓한 곳에 앉아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면 한여름 더위는 어느덧 성큼 사라지고 편안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경반계곡에 비해 명지천은 온전히 발걸음에 의지해야 한다. 차가 올라갈 수 없는 길 옆에 계곡이 위치한 까닭이다. 그래서 산과 물은 더욱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벼운 차림으로 계곡 길을 올라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아무데서나 앉아 쉬기 좋을 만큼 편안하다.
명지폭포까지 다녀온 후에는 직접 만들어서 파는 손두부에 잣막걸리 한잔이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숙박: 명지계곡 등산로 시작점인 승천사 입구 금자네식당(582-5574) 등에서 민박이 가능하며 대규모 숙박시설은 없다. 명지계곡에서 벗어나 백둔계곡 입구 하얀집(581-5289)은 깔끔한 펜션형 민박. 용수골 버스 종점 고개마루에 있는 용수골산장(582-6964)은 가족단위 예약이 많은 곳이다.
▲특산물: 가평은 청정지역에서 자연적으로 나는 약초와 산나물, 잣 등이 유명하다. 산삼, 더덕, 산나물 등을 직접 사거나 담근 술을 구입하는 것도 좋다. 등산로 입구에 명지산약초(031-581-330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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