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국사에 서서히 가을이 오고 있다. 가운데는 세계신화전 전시실. 맨 아래 사진은 화랑과 원화가 세계 무희들과 함께 어울려 춤추 는 마가리타쇼. | ||
여름 나들이가 단지 휴식을 위한 것이었다면 가을 나들이는 풍성한 문화의 탐식을 위한 것일 터.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도시마다 풍요로운 가을 축제가 준비되고 있다.
아예 삼복 여름부터 가을까지를 관통하는 경주의 문화엑스포는 계절이 바뀌면서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이 행사는 추석연휴와 개천절 연휴를 지나 10월23일까지 이어진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2천년 고도 경주. 중국인들이 평생에 만리장성을 한번 보지 않으면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듯, 한국인으로서 경주를 보지 못했다면 문화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수학여행길에 한번쯤은 들렀을 테지만, 제 걸음으로 다시 한 번은 들러야만 할 곳이 경주다.
지난 98년과 2000년에 이어 세 번째 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경주는 올가을 나들이를 계획하기에 맞춤하다.
2천년 고도 경주에서 또 한 번의 문화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98년과 2000년에 이어 세번째. 올해는 ‘천마의 꿈’이라는 다소 신화적인 주제로 지난 8월13일 개막했다. 주제행사와 국제행사, 참여행사, 특별행사, 그리고 시가지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들로 꾸며지는 이 축제는 가을도 다 가는 10월23일까지, 72일간 진행된다.
“단순나열식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 두 차례 행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 테마 위주의 특화된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여 올해는 좀더 성숙된 행사가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열의를 보인다.
보문관광단지 안에 위치한 엑스포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눈부신 백색의 ‘천마’ 조형물이다. 천마의 꿈이라는 주제는 고분 천마총을 모티브로 한 것. 날개를 활짝 편 천마상이 금세라도 날아오를 듯한 자태다. 그 뒤로 ‘세계신화전’이 열리는 새벌터가 눈에 띈다. 월드컵 4강진출의 신화를 엮은 시민응원단 ‘붉은 악마’의 표상인 ‘치우천왕’의 얼굴이 전시장 입구를 꾸미고 있다.
세계신화전은 크게 신들의 나라, 상상동물의 나라, 인간의 나라, 지하의 나라, 사이버나라로 구성됐다.
‘신들의 나라’에는 우리나라의 단군신화, 중국의 복희와 여와의 인류창조 신화, 일본의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신화, 이집트신화, 북유럽의 게르만신화,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시베리아와 아이누족, 길리약족 신화와 문학을 통해 가장 많이 소개된 그리스 로마신화 등 다양한 신화의 주제들이 소개된다.
신들의 나라에서 인간의 나라로 가는 통로에 인도의 불사조 피닉스, 포세이돈과 메두사의 아들인 페가수스(그리스 로마), 사람과 동물의 혼합체로 태양신을 상징하는 스핑크스(이집트), 부리로 벼락을 물고 오고 날개로 천둥을 일으킨다는 천둥새(아메리카 인디언),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몸통을 가진 그리핀(고대 아시리아), 한국의 용 등 각 국의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이 모빌과 영상으로 전시돼 있다.
‘인간의 나라’는 각종 영웅설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인간들의 장이다. 우리나라의 난생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알 모형으로 꾸며진 모니터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돋군다.
▲ 지난 8월13일 개막제 장면.에밀레종의 신화를 주제로 만든 음악극 ‘천년의 소리’. 난장트기.(위부터) | ||
세계신화전을 경험하고 나오면 바로 에밀레극장 앞. 최첨단 입체영상으로 꾸며진 ‘화랑영웅 기파랑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주대학교 게임애니메이션센터가 제작한 이 작품은 입체영상뿐 아니라 관람객이 촉각 청각 시각 미각 감각 등 오감을 통해 향기와 바람, 안개 등을 실제처럼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최첨단 기술인 ‘실시간 특수효과’가 동원됐다.
일명 4D 영상으로 제작된 ‘화랑영웅 기파랑전’은 찬기파랑가와 바다에 몸을 던져 의상대사를 구한 선묘의 이야기, 피리를 불면 나라의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는 신문왕 때 있었던 만파식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신라를 무대로 화랑과 선화, 신라장군, 고승, 사천왕 등 신라인의 모습과 불국사와 황룡사를 포함한 서라벌의 전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 실물과 거의 흡사한 입체 애니메이션 자체로도 완성도가 높다.
2003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특징 중의 하나는 입체영상과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관한 관심이다. ‘화랑영웅 기파랑전’을 비롯해, 컴퓨터 게임관에서 선보이는 ‘천년의 신화II’, 천마의 궁전에서 열리는 ‘천마에서 마시마로까지’, 그리고 첨성대 영상관에서 보여주는 3D 입체영상 ‘애니멀 비전’ 등은 고대 캐릭터와 사이버시대의 캐릭터까지 다양하게 아우르면서 영상 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신화를 주제로 하는 각종 공연들도 풍성하다. 백결공연장에서 열리는 ‘에밀레─천년의 소리’는 에밀레종에 얽힌 설화를 바탕으로 한 총체 음악극. 코러스와 라이브 연주단의 실감나는 사운드, 전통무예인 택견과 선무도의 군무가 돋보인다.
국가와 백성의 안위를 위해 신종을 만들기로 결심한 경덕대왕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승하하고, 새로 즉위한 혜공왕 역시 신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는데, 어느날 꿈속에서 비책을 듣고 난 후,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를 쇳물 속에 넣어 종을 만든다.
맑고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로 울려퍼지는 에밀레종의 소리와 함께 신라인의 이상과 꿈의 상징인 천마가 힘차게 날아오른다는 내용으로, 누구나 관람하기 쉽도록 대중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다른 나라 초청팀의 공연들도 다양하다. 엑스포 기간 동안 세계공연예술축제와 세계꼭두극축제, 국제학술회의, 국제청년문화축제가 함께 열린다.
세계공연예술축제는 세계 각국의 독특한 전통음악과 무용, 화려한 의상 등을 볼 수 있다. 13개국 14개 공연단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춤과 음악중에는 지난 엑스포 행사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멕시코 믹스코아틀 공연단과 이스라엘 호라아말아데아 공연단을 비롯해 경상북도 해외 자매지역 유명 공연단의 초청 공연이 이어진다.
남아프리카 인드로부 링크의 아프리카 리듬과 깡통 고무신 드럼을 이용한 다양한 춤, 프랑스 알자스주 홀라트리오 홉사사의 전통춤과 음악, 중국 하남성 문화예술단의 중원민간고악과 하남예극, 일본 시마네현의 북의 고음과 저음을 활용한 미토야 북춤 등이 선보인다.
▲ ‘첨단과 고대의 만남’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람객들.(위), 캐릭터 애니메이션전은 영상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 ||
특히 성인전용관에는 탱화 카마수트라 도자기 민화 등을 통해 도서고금의 에로티시즘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어른들만 즐길 수 있는 은밀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다음 들를 곳은 세계 벼룩시장. 세계 각국의 전통복장을 한 현지인들이 각기 자국의 토산품과 소품, 공예품 등을 선보인다. 반지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에서부터 양탄자, 모자, 가방 등 생활용품과 소품들까지 전시돼 있어 특히 여성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서커스공연장에서는 하루 두 번씩 러시아 국립 니쿨린 모스크바 서커스단의 공연이 펼쳐진다.
천마총특설무대에서는 펼쳐지는 ‘한국의 춤, 세계의 춤’ ‘얼씨구, 우리가락 우리노래’ 등 야간특별공연과 야외오페라, 야외창작극, 문무대왕 고유제 등이 차례로 열려 가을 밤을 수놓는다.
[경주 둘러보기]
▲ 세계문화유산 답사코스
문화엑스포공원-불국사-석굴암-남산일원(삼릉)
▲ 문화 역사관광 코스
분황사-보문단지-민속공예촌-불국사-석굴암-통일전-박물관-안압지-계림숲-첨성대-대릉원(천마총)-포석정-오릉-김유신묘-태종무열왕릉
▲ 하이킹 코스
분황사-보문단지-민속공예촌-불국사-신라의 달밤 노래비-통일전-화랑교육원-박물관-안압지-반월성(석빙고)-경주역 (*자전거는 고속버스터미널, 보문관광단지. 시내 자전거 대여점 등 이용)
편경애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