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 신륵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남한강 물줄기가 눈부시게 푸르다(사진 위). 강원도 원주 목계강에서 고기잡이에 한창인 부부(가운데)와 옛 번잡함을 잊은 두물머리 나루터(아래). | ||
운송수단이라고는 오직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던 시절. 쪽배를 타고, 뗏목을 타고 흐르는 옛 선인들의 잔영이 아슴프레 떠오를 것만 같은 남한강. 물줄기는 여주와 충주, 탄금대로 이어져 문경새재에 닿고 하류 쪽은 양평 양수리 한양까지 이어졌다.
이제는 가끔 낚싯배 말고는 수운이 끊어진 강줄기지만 빈 강변을 따라 차를 달리다보면 옛날의 애절한 전설들이 그리움처럼 가슴속에 살아난다. 빈 나루터 석조물이나 황화가 사라진 절터가 쓸쓸히 남아 있는 그곳.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봄햇살을 가득 느껴보고 싶다.
[두물머리] 두물머리 나루터 - 정약용 유적지
두물머리 나루는 강원도(북한강)와 경기도 양평, 여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등 농산물과 도자기를 포함한 각종 특산물을 서울로 실어 나를 때 중간 기착지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하루에도 크고 작은 배가 수 없이 드나들었을 두물머리 포구. 이제는 장꾼들의 시끌벅적했던 열기를 한낱 전설로 간직하고 있을 뿐, 인적 드문 강변은 고즈넉하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나루는 서울 마포나루터로 가기 전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60년대 초까지도 명맥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73년 팔당댐이 건설되고 육로가 돌더미(현 양수리시장)쪽으로 신설되면서 각종 생필품을 운반하던 황포돛단배와 뗏목은 자취를 감추었다. 육로가 발달되기 전 두물머리는 이포-뚝섬-송파-마포 등 서울 나루터들과 함께 교통의 요충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종 영화와 드라마, 야외 결혼식 장소로 인기를 누리고 있을 뿐이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와 빈배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안개가 자욱한 강변 너머로 ‘삐그덕, 삐그덕’ 노젓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두물머리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광주군 초부방 마현마을(현재 지명은 양주군 와부면 능내리)에는 다산 정약용이 살던 생가 ‘여유당’과 기념관이 있다. 아주 오래전 초로의 다산도 한양에서 배를 타고 왔으리라. 그저 강물이 흐르듯 역사도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 여행메모
청량리시장 앞에서 덕소와 팔당댐을 지나는 166번 좌석버스가 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마현마을은 능내역(031-576-7788) 하차 후 도보. 두물머리는 양수리에서 하차.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이용해 능내역-양수리역에 내려도 된다. 승용차는 6번 국도 이용, 팔당댐 팻말따라 나와 2차선 옛 국도를 이용한다. 양수리 오데뜨(031-772-6041)는 낙조가 아름답고 강옆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마현마을에도 카페촌이 형성돼 있다.
[양평 세월리] 이포나루 - 파사산
양평읍에서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여주방면으로 내려가면 이포대교가 나온다. 잘 알려진 드라이브 코스다. 양평대교 건너 세월리 방면을 통해 여주방면으로 들어서면 어느 순간 강변길이 이어진다. 강변이 끝나는 지점에 이포대교가 있다.
이포나루는 대교가 생기기 전인 10년 전만 해도 회사원과 학생들이 아침저녁으로 나룻배로 출퇴근을 하던 곳이다. 이포대교가 생기면서 나룻배가 사라질 적에는 ‘한강 최후의 뱃사공’ 등 제목으로 화려하게 매스컴을 장식하기도 했던 곳이다.
한양과 강원도 사이의 중요 나루터의 하나로, 물화를 실어나르는 배들과 뗏목과, 그 사공들이 쉬어가는 번화한 장터와 주막거리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 주막거리의 전통은 현재 천서리 막국수촌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여주 목아박물관(위). 숯을 뒤적이는 어부 | ||
이포나루 근처에는 야트막한 파사산(230m)이 있다. 퇴뫼형 산성에 들어서서 강줄기를 굽어보면 이포나루, 여주, 이천, 양평이 한눈에 들어와 아름답다. 고달사지도 연계된다.
- 여행메모
6번 국도 양평읍에서 양평대교 건너 세월리로 난 98번 지방도 이용. 세월리에서 88번 지방도 이용하면 이포대교. 이포대교 건너면 천서리 막국수촌. 이곳에서 용문 방면으로 난 70번 지방도 이용하면 파사산성이 나온다.
강남터미널에서 여주까지 고속버스가 30~40분 간격 운행된다. 상봉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30분 간격 직행버스 운행. 여주터미널에서 천서리행 버스 이용. 양평에서 들어올 때 만날 수 있는 범선311호(031-773-2311)라는 전원카페는 강변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천서리에 수십 개의 막국수집이 있다. 봉진막국수(031-882-8300)는 이포대교가 생기기 전부터 막국수를 만들던 곳이다.
[여주] 조포나루터 - 신륵사
조선시대 한강에는 서울 가는 길목으로 4대 나루가 꼽혔다. 이포나루, 조포나루, 광나루, 마포나루. 조포는 그 중의 하나다. 지금 신륵사가 있는 곳이 조포나루터다. 영월과 정선에서 뗏목을 만들어 서울로 몰고가던 떼꾼들이나, 소금을 싣고 강원도로 올라가는 소금배, 장꾼들을 실어나르던 황포돛배 등이 들락거렸다. 신륵사 바로 앞 조포나루에는 옛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황포돛배가 재현돼 있지만 현재 운행하지는 않는다.
여주 사람들이 여강이라 부르는 남한강은 주변 풍경이 수려해 문장가들이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 시원하게 트인 강과 신륵사의 강월헌, 그리고 서쪽 언덕 위의 영월루 정자, 뱃사공까지 어울려 한폭의 수채화를 빚어낸다.
여주 여행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세종대왕릉을 비롯하여 명성왕후 생가터, 목아박물관 등도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강변 길은 금모래 은모래 유원지다. 신륵사에서 물 건너로 보이는 곳이다. 유원지 안에 놀이시설과 보트장도 있다.
- 여행메모
강남터미널~여주간 고속버스 이용. 동서울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직행버스 운행. 여주터미널~신륵사는 시내버스 5분 거리다. 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나오자 마자 우회전-읍내 사거리에서 여주대교 건너 42번 국도를 이용하면 신륵사~목아박물관까지 길이 이어진다. 금모래 은모래유원지는 대교 건너기 전에 우회전.
잘 알려진 별미집으로 보배네집(031-884-4243) 만두와 보리밥 등 토속음식, 읍내에 있는 마을해장국집(885-2450)의 가마솥 해장국, 신륵사 앞 미아리회관(884-5040)의 매운탕이 있다. 테마카페 언덕말(886-1144)은 잠사박물관이 있는 곳. 숙박은 일성콘도(883-1199) 외에 신륵사 강변에 새로 잘 지은 모텔이 여럿 있다.
▲ 남한강변에 위치한 거돈사지(위). 수로가 기능을 잃으면서 이곳 역시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청룡사지에 쓸쓸히 남아있는 석비(아래) | ||
강원도 원주시 문막에서 부론-법천-정산-목계강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는 한적한 시골 여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코스다. 예전 수로가 발달되던 시절 번창했던 사찰들은 이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 허허롭기만 하다. 하지만 적막한 이곳에 옛 나루터의 향기만은 아직도 은은하게 배어있다.
지금은 사람 발길이 뜸한 오지지만 옛날에는 남한강 물길이 각 도에 닿는 물목으로 서울까지 왕래가 수월하여 수운이 번창했던 곳이다. 그 흔적은 남한강변의 청룡사지 법천사지 거돈사지 등 폐사지들이 말해주고 있다.
문화유적을 돌아보면서 즐기는 드라이브는 나들이 기쁨을 배가시켜 준다. 절터를 둘러보고 충주방면으로 나오면 남한강 물흐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목계교 앞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팔당호 상류인 양평에 이르는 강변길. 이제는 차소리만이 강렬하게 귀청을 때린다. 강에는 초크 그물로 고기를 잡는 두어 대 배가 매어 있다.
목계나루터는 1910년대까지 중부 지방의 각종 산물의 집산지로 남한강안의 수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창했던 곳 이다. 이후 1921년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의 일환으로 충북선이 부설되자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번성했던 옛 흔적을 말해주는 것은 강변에 세워놓은 볼품없는 석비와 매운탕집뿐. 아주 오래전 이 뱃길을 따라 오르내리던 옛 사람들의 모습을 잠깐 눈앞에 떠올려 본다.
- 여행메모
남한강길은 대중교통 수단으로 모두 돌아보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원주에서 부론(법천) 다니는 버스는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목계마을 방면은 충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시간2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자가용은 중부내륙 고속도로 이용. 여주분기점에서 충주로 가다가 감곡 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목계교 주변에는 민물매운탕집이 여럿 있다. 특히 참매자 매운탕이나 조림이 유명하다. 목계교 초입에 있는 강변횟집(043-852-0799)과 송도횟집(852-3566), 그리고 부론(원주) 방면으로 3백m 쯤에 자리잡고 있는 선창횟집(842-1399) 등이 참매자요리 전문집이다.
목계교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자연산가든(852-2048)은 목계강에서 직접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는 곳으로 유명하다. 목계교 건너 장호원으로 나오는 길에 온천단지가 있다. 용포, 앙성 일대는 수질 좋은 탄산온천들이 밀집되어 있는데 규모는 소박하지만 수질이 좋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