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우리의 성황당을 닮은 티벳 순례지. | ||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은 기존의 패키지형 여행보다는 특별한 지역에 대한 개인적 관심에 의해 목적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배낭여행의 경험이 있는 세대들이 성인층으로 자리잡으면서 대학생이 아닌 일반인들 가운데도 배낭형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었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더라도 패키지 단체에 묶이기보다는 개인 취향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일정과 코스를 조정할 수 있는 에어텔(호텔팩)을 선택하는 가족 단위 여행객도 늘었다.
자연히 찾고자 하는 목적지도 다양해져 여름 휴가여행을 히말라야 오지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인기있는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티벳을 소개한다.
히말라야 줄기 해발 4,000m에 가까운 고원을 터전 삼아 독특한 종교, 문화를 가꾸어온 불교의 나라 티벳.
나라 전체가 오지나 다름없는 티벳으로의 여행은 편안하고 순조로운 일정의 투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거리감이 느껴지겠지만, 실제로는 짐작하듯 그렇게 어렵고 거친 것만은 아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짓눌려 있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되고, 거칠게 달려온 일상을 조금은 늦춰보고자 하는 이들에겐 한가롭게 쉬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은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여행인 까닭이다.
티벳의 수도인 라싸는 ‘신의 땅’을 의미한다. 중국의 영향 아래 상당 부분 훼손 되었지만 티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목적지다.
표고 3,650m로, 중국 사천성 성도를 거쳐 비행기로 도착하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항에 발을 디디게 된다. 라싸는 티벳에서 가장 독특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파란 하늘과 깨끗한 공기, 종교와 생활이 일치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티벳인들의 모습이 여행자에게는 신비롭게 다가올 것이다.
도시는 동·서로 구분되어 있는데 서쪽 끝은 중국 이주민들의 정착지. 고가품을 주로 취급하는 상점, 식당, 술집, 관공서 등이 늘어서 있다. 동쪽은 티벳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전통적인 거리다. 티벳구역이 신구역보다 볼거리도 다양하고 머무르기에도 편안하다.
▲ 라싸 순례자 가족. | ||
포탈라궁의 옥상은 라싸 시내 전체를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코발트빛 하늘과 금빛 찬란한 지붕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포탈라 앞의 인민광장에 휘날리는 붉은 중국 국기는 보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국권을 빼앗긴 티벳의 서글픈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죠캉 사원, 세라 사원, 드레풍 사원 등은 라싸의 유명한 불교 사원이다. 오랫동안 순례자들의 영적 중심지 역할을 해온 죠캉 사원은 항상 인파로 가득찬 코라, 즉 바코르 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사원 앞에서 오체투지하는 티벳인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종교에 관계없이 성스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세라 사원은 한때 5천여 명의 승려가 수도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거리의 골목과 맞먹는 사찰 내 건물 사이사이 길을 보면 퇴색된 화려함을 엿볼 수 있다. 세라스의 벽화가 유명한데 다른 사원과 마찬가지로 경내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일정요금을 내야 한다. 유명한 절이니만큼 포탈라보다는 아니지만 꽤 비싸다. 그러나 카메라 플래시를 받는 만큼 위대한 유산이 사라지는 것이니 그저 눈만으로 즐기는 것을 권하고 싶다.
세라스 어느 건물이든 2층으로 올라가기만 한다면 남쪽으로 보이는 포탈라를 구경할 수 있다. 한가로워 보이는 라싸 시내와 포탈라와 그 위에 드리워진 구름의 멋진 경치에 흐르는 시간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 티벳으로 가는 길에 하룻밤 머물러야만 하는 중국 성도에서는 팬더 동물원이 필수코스(위). 아래는 말린 야크 똥. | ||
티벳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드레풍 사원은 5,200m 높이의 감포위체산 위에 세워져 있다. 미니버스는 사원 입구에서 내리는 것과 바로 앞에 내리는 것이 있는데 입구에서 사원까지는 상당한 거리이고 또 오르막길이다. 그러나 그 오르막길 내내 하얀 벽과 산이 조화로운 인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고, 오르막길 또한 소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므로 입구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보는 것도 좋다.
드레풍 사원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하나의 마을에 가깝다. 아래쪽에는 승려의 가족들이 살고 위쪽에는 대전과 승려들의 수행처 등이 자리한다.
티벳의 라싸에서 네팔의 카트만두까지는 편리한 우정공로(7백25km)로 연결된다. 히말라야 고원지대를 내쳐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얌드록 호수, 장체, 시가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팅그리, 장무를 거쳐서 네팔까지 방문한다.
장무는 네팔과의 국경마을이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까지는 약 1백50km. 2,000m의 표고차를 급경사와 급커브로 이어간다. 내리막으로 온 사람은 공기가 풍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올라온 사람들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장무는 사람의 왕래로 붐비지만 티벳사람은 별로 없다.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 대부분은 한족 또는 네팔 사람이다. 건물들은 산의 비탈진 경사면에 주욱 늘어서 있다.
네팔을 방문했을 때 아름다운 호수를 낀 포카라를 놓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포카라에 덧붙여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지인 박타뿌르와 파탄 등지를 돌아본다면 네팔에서만 최소 3박4일 정도는 더 필요하다.
네팔에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인도로 넘어가게 된다. 배낭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은 석가모니 탄생지인 네팔의 룸비니에서 가까운 인도의 소나울리다. 소나울리를 통과하면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쿠쉬나가르가 멀지 않은 고락뿌르에 연결되고 교통의 요지인 이곳에서 인도 각지로 연결된다.
사진=유정 시민의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