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다 해서 이름붙은 흑산도. | ||
흑산도 - 규사 반짝이는 고운 모래밭
아침 7시50분, 목포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흑산도를 향한다. 한가로이 떠나는 철부선은 아닌지라 별 흔들림 없이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 두 시간이 채 안돼 섬에 이른다. 그래도 내내 바다만 보며 달려온 끝이라 이리도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색다를 것만 같다.
섬으로만 이루어진 신안군의 8백27개 섬 가운데 하나지만 신안보다 더 유명한 흑산도. 많은 사람들이 흑산도에 내리면 해상관광 유람선을 타거나 예리항 주변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번화가에 숙소를 정하고 멀지 않은 해수욕장에 몸을 담그다가 바삐 떠나버린다.
번화가라고 해봐야 영화 세트장 속 읍내 거리 같은 곳이 밤이면 바닷물에 비쳐 흔들리는 불빛이 꽤 화려하지만 말이다.
섬 전체 해안선의 총 길이가 42Km인데 반해 일주도로는 27.6Km. 하지만 이 도로를 걸어서 돌아본다는 것은 소요되는 시간도 그렇고, 웬만한 체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열 대의 갤로퍼 택시가 독특한 영업을 하고 있다. 택시는 아직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산길까지 달리며 섬의 비경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흑산도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운전기사의 설명까지 곁들여 2시간이면 섬 전체를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셈이 된다. 비수기에는 6만원, 성수기에는 10만원까지도 부르지만 여행객들끼리 팀을 만들어 합승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
옥녀봉이 솟아있는 섬의 남부지역은 워낙 지형이 험해 지프를 타더라도 덜컹거린다. 그 튼튼한 지프도 3개월마다 타이어를 갈아야 되고 2년이면 차의 수명이 다한다고 한다.
추억의 옛길이라든가 다이어트 관광이라고 위로할 수도 있겠지만 꾸불꾸불한 산길 아래로 펼쳐 보이는 바다를 잠시 내려다보며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여기저기 널린 것이 산딸기라 붉은 빛으로 농익은 그 열매를 따먹는 맛도 색다르다. 흑산도 택시 일주관광 061-275-9716.
▲ 1 사리 앞 바다. 2 처녀당. 3 초령목. 4 지석묘군. 5 전망대 팔각정. 6 셋게해수욕장. | ||
예리항에서 시작되는 섬내 관광은 지석묘군과 초령목, 처녀당까지 묘한 분위기 속으로 이어진다. 거기다 아침 일찍 출발한 일정이라면 아직 걷히지 않은 안개를 또 하나의 볼거리로 더할 만하다. 천연기념물 369호로 지정된 희귀수 초령목은 제사를 지낼 때 귀신을 부른다고 해서 귀신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은 고사하여 새끼 초령목이 1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를 뒤로 하고 선 전망대에서는 길게 누운 장도(長島)와 사자바위 너머 홍도까지 보인다고 하지만 날 좋은 날 이야기다. 대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서 새천년을 맞이하기 전날, 그 넓지도 않은 전망대에 3천 명이 몰려왔다는 얘기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뒤편 진짜 전망대 모양으로 팔각정을 세워놓은 곳은 일출을 감상하는 곳. 바다 위로 떠올라 바다 아래로 잠기는 태양을 섬 속 산길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것도 흑산도만의 매력이다.
사리 앞 바다는 멀리서도 물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그 위에 뜬 고기잡이배들의 그림자까지 어른거려 운치를 더한다. 사리는 조선 후기 정약전이 천주교 박해 때 연루되어 유배생활을 하면서 근해의 물고기를 집대성하여 ‘자산어보’를 탄생시킨 곳이다.
사리에서 이어지는 소사리 마을은 흑산도의 열두 마을 중 가장 머물기 좋은 곳으로 꼽을 수 있다. 만조 때는 백사장이 보이지 않고 자갈밭만 보이다가 간조 때 작고 아늑한 백사장이 드러난다.
셋게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이 있긴 하지만 차라리 이름 없는 모래밭 쪽이 어울려 보인다. 소나무 몇 그루 모여 있는 그늘 아래라면 종일 바다만 보고 있어도 좋을 만큼 은밀한 별장지 같은 느낌이다. 모래사장으로 들이치는 파도가 거친 듯 느껴지지만 경사 없이 평지로 펼쳐진 모래밭은 고운 규사로 반짝댄다. 그래서 셋게해수욕장은 두고두고 아껴보자고 아는 사람만 몰래 다녀가는 곳이다.
여행 정보: 목포에서 흑산도행 쾌속선은 아침 7시50과 오후 1시20분에 있다. 휴가철에는 하루에 최고 아홉번까지 증편된다. 1시간50분 소요, 요금은 2만4천8백원이다. 섬까지 승용차를 싣고 갈 경우에는 화물선을 이용하면 된다. 목포에서 아침 7시에 출발, 5시간 소요되며 소형차 기준 6만5천원. 돌아 나오는 화물선은 흑산도에서 오후 1시에 있다.
흑산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민박이 가능(2만5천원~3만원)하고 예리항에는 수협숙소타운(061-275-9035), 그밖에 여관이나 여인숙 등 숙박시설이 많다. 흑산가족호텔(246-0020)도 이용할 수 있다.
▲ 흑산도 구무여바위, 면암 최익현 유배지였던 지장암,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
‘태양이 몸을 흔들면 붉은 모래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곳.’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 평원은 아니지만, 전갈이나 낙타도 없지만, 섬 전체가 모래 언덕으로 다져진 구릉에 갯바람이라도 심하게 불고 나면 섬의 모든 것이 모래로 뒤덮여버리는 임자도는 사막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그래서 ‘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말을 마셔야 시집간다’는 말이 있다.
임자도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무안군 해제면에서 신안군 지도까지 동네 앞 다리 같은 연륙교가 놓여 있고,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라기엔 너무 짧은 듯해서 금세 건너게 된다.
지도의 점암마을에서 철부선으로 20분을 타고 가 다시 자동차로 10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백사장이 있는 대광해수욕장은 마치 사막의 끝자락인 듯 느껴진다. 연륙교가 열리기 전에는 목포에서 뱃길로 6시간이 걸리던 곳이다.
해수욕장 가는 길 오른편으로는 산 너머까지 파밭이 파릇파릇하고 왼편 염전에서 나오는 때깔 좋은 소금이라야만 이곳 임자도의 유명한 새우젓에 맛을 더한다고 한다. 섬 북쪽 맨 끝동네 전장포는 우리나라 새우젓의 대표적 산지다. 오뉴월에 잡히는 살찐 새우로 담근 젓 갈은 오젓, 육젓이라고 하여 맛이 유명하다.
전장포 마을 뒤 솔개산 기슭에는 말굽모양 토굴 네 개가 있어 이곳에 저장된 새우젓은 김장철에 맞춰 비싼 값으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해당화는 예전에 무리지어 피었을 백사장에서 밀려나 이제 겨우 몇 그루만이 남아 있다. 다리가 연결된 뒤 관광지로 다듬어낸다는 계획에 따라 백사장을 따라 계단이 들어서면서 그 자리에 있던 해당화들이 베어 없어졌다는 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3백m의 폭으로 무려 12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어가려면 3시간, 자전거로도 30분이 더 걸린다. 널따란 바다를 안으려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 석양이 물들도록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그림처럼 남아 있다.
여행 정보: 신안군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8백27개 섬으로만 이뤄져 있다. 섬들의 지형과 상징성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의 다리를 건설, ‘세계 다리 박물관’을 조성하는 것이 신안군의 계획. 지금까지 안좌도-팔금도, 자은도-암태도, 비금도-도초도 등 세 곳은 이미 다리로 연결돼 섬 주민들간의 유통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고 목포-압해도, 지도-사옥도 구간은 현재 공사중이다. 지도-임자도 등 3군데 다리는 기본 설계중. 아직은 지도에서부터 철부선을 이용해 건너야 한다.
자동차는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를 이용해 무안읍-현경면(24번 국도)-지도 점암선착장에서 철부선을 이용한다. 철부선은 평일 한 시간 간격으로 뜨며 요금은 7백원, 승용차는 1만3천7백원이다. 문의 점암마을 대합실 061-275-7303. 대중교통은 목포 버스터미널에서 점암까지 버스가 많고, 광주터미널에서도 무안 해제를 경유하는 직통버스가 하루 25회 있다. 민박은 대광해수욕장 뒤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의 대광개발사무소 061-278-6524.
일반숙소 유랜드모텔(261-5454) 편안한모텔(262-0300) 해송모텔(262-0100) 썬비치(275-8484) 씨랜드모텔(261-0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