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월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월에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직 아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듯이 ‘청와대 2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단 “NO”라는 대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러 참모가 자리를 비운 이 시기를 맞아 청와대 내부 조직에 대해 소폭으로는 개편을 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엔 선거 결과가 어떻든지, 큰 폭의 자리 이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 “우리는 갑니다”
6·13 지방선거 열기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출마 결심을 굳힌 청와대 참모진의 줄사퇴가 이어지는 중이다. 우선 광역단체장 자리를 희망하는 참모들이 가장 먼저 떠났다. 박수현 대변인과 오중기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문대림 제도개선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돼 2월 2일자로 면직 처리됐다.
8개월 넘게 ‘대통령의 입’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온 박 전 대변인의 경우, 안희정 충남지사의 뒤를 잇겠다며 출사표를 던지고 나섰다. 박 전 대변인은 2월 5일 충남도청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도민께 약속한 공약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변인이 ‘여당 프리미엄’을 업고 당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공석이 된 청와대 대변인 자리는 김의겸 전 한겨레 선임기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신임 대변인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를 출입한 경험도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고 소통도 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포항에서 두 번의 총선 출마와 함께 2014년 경북지사 선거에도 나갔던 오중기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다시 한 번 경북지사에 도전하기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오 전 선임행정관 역시 박 전 대변인과 같은 날인 2월 5일 경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의 심장격인 경북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달라고 지역민들에게 호소한 오 전 선임행정관은 최근 이뤄진 몇몇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나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 듯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대림 제도개선비서관은 일찌감치 제주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로 조만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선 이들 3명은 면직 처리를 하루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가 고별인사를 했으며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면서 그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공직 사퇴시한은 3월 15일로 꽤 긴 기간이 남았지만, 선거운동을 하려면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만큼 광역단체장 출마 희망자들은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일인 2월 13일에 앞서 미리 청와대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사표를 낸 한 광역단체장 출마 희망자는 “월급 한 달 더 받으면 당장은 좋지만 길게 봐서는 하루라도 빨리 나가 자리를 잡는 게 좋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사표를 낸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또 한 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로 거론됐던 박영순 제도개선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대전시장 출마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단체장으로 나갈 청와대 참모들은 일부가 이미 떠났거나 곧 자리를 비워줄 것으로 보인다. 황태규 전 균형발전비서관은 일찌감치 지난해 말 비서관급 중 처음으로 사표를 냈다. 황 전 비서관은 전주·임실 등 전북지역에서 기초단체장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기초단체장 출마 예상자들은 행정관급으로 ▷강성권 정무비서관실 행정관(부산 사상구청장) ▷김기홍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인천 남동구청장) ▷김병내 정무수석실 행정관(광주 남구청장) ▷백두현 자치분권비서관실 선임행정관(경남 고성군수) ▷유행열 자치분권비서관실 선임행정관(충북 청주시장) ▷이재수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강원 춘천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초단체장 선거 출마자들은 다음 달 2일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어 이 시기에 맞춰 청와대를 떠날 것이 확실시되며 이달 말쯤 청와대를 떠날 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참모는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이용섭 부위원장도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월 7일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조만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원장은 대통령 정책특보도 겸하고 있는데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와 관련한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조율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문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다. 일자리 늘리기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만큼 이 자리 역시 후속 인사가 이뤄져야할 부분이다.
# “우리는 그대로”
충남지사 도전설이 있던 나소열 정무수석실 자치분권비서관은 불출마하기로 했고 출마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다른 수석급 참모도 모두 ‘잔류’를 선택하면서 예상보다는 지방선거 출마자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올초까지만해도 나소열 비서관은 물론,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에다 권혁기 춘추관장까지 대거 출마군으로 거론되면서 대대적 인사 바람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들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히면서 청와대가 당초 예상보다는 큰 변화를 겪지 않게 된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경우,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1월 29일 “저는 (선거에) 안 나간다고 분명히 다시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처음부터 (성남시장 선거에) 나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수석은 지난해 말부터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알려왔으나, 성남시장 유력후보 중 한 명으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렸고 각종 지지율 조사대상에도 포함돼왔다. 정치 상황에 따라 차출설이 제기될 수 있어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정당은 선거에 이겨야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에 져서 흔들리면 문재인 정부도 힘이 떨어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인만큼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갖는다.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는 이들이 정당 인기에 힘입어 지자체 선거에 나서려 하지만 옥석을 잘 가려 공천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다당제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어서 자칫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공천에 신경써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청와대 참모도 과감히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당초 예상보다 출마 준비자가 많지 않아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하기보다는 적합한 후임자를 찾아 인선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의 사퇴시점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여서 사표 수리 이후 한동안은 임시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림픽이 끝난 뒤인 3월 초·중순쯤이 되어야 구체적인 인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금 내부 분위기는 빈자리만 메우는 정도다. 수석 이상 고위급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빈자리를 채우는 데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및 2기 내각 구성’과 관련, “그 부분은 질문 자체가 뜻밖이다”면서 “아직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도 “의석 수 지키기를 위해 현역 국회의원은 단체장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지침이 만들어지면서 사실상 출마길이 봉쇄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크게 낮아진 것이다.
# 청와대 조직 개편은?
‘청와대 2기’의 출범은 아니더라도 내부 조직 개편은 일정 부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청와대 안에 있다. 탄핵으로 대선 일정이 크게 앞당겨지면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급하게 청와대로 들어오다보니 지금쯤 조직 구성을 다시 점검해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직제상 비서실 밑에 있는 정책실을 독립시키거나 유사 업무를 다루는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을 통합하는 안이 일단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한 실무 관계자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개편되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는 있다. 지난 9개월간 업무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불거진 문제점이 있었고 이를 고치기 위해 직제 개편을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다. 그러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서 비쳐진 것처럼 대규모 개편보다는 소폭의 업무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출범 1년이 채 안 된 만큼 대대적인 개편은 아직 이르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참모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생긴 지금이 업무 조정의 적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첩되는 업무 영역을 한 곳으로 통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역할 배분을 새로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간 자리에 반드시 새로운 사람을 채우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정책실을 비서실에서 독립시키는 내용 등 조직 개편이 제법 크게 추진될 수 있다는 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월 26일 기자들을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실을 비서실에서 독립시키는 내용 등의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비서실·정책실의 조직 개편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말의 의미를 해석해보면 청와대는 현재 내부 팀워크가 좋아 굳이 조직개편을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직 내부 알력은커녕 각 참모들 간 소통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좋다는 얘기도 청와대 근무자들은 내놓는다.
청와대는 업무량의 증가나 새로운 업무분장에 따른 인력 수요가 있다면 해당 업무에 한해 자리를 새로이 만드는 방안은 고려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직 개편보다는 업무조정 쪽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경철 매일신문 서울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