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첫 번째로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동행복권 컨소시엄’이다. 제주반도체를 주관사로 한국전자금융, KIS정보통신, 케이뱅크 등이 참여했다. 동행복권에서 내세우는 타이틀은 ‘국산 복권 및 스포츠토토 소프트웨어 개발 주역 회사가 자사의 일원’이라는 것.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 ATM을 통해 소액 당첨금을 지급하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장밋빛 플랜이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조금 다른 양상이다.
‘동행복권 컨소시엄’은 복권사업 운영 경험이나 기술 노하우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국내 스포츠토토 솔루션은 ‘SK C&C’가 개발했다. 현재 K토토가 사용하고 있다. 국내 로또복권 솔루션 개발사는 ‘LG CNS-윈디플랜 컨소시엄’이다. 이외 다른 업체는 하청으로 참여한 회사들이다. ‘SK C&C’에 따르면 스포츠토토 솔루션 개발 당시 하청 업체만 수십 개다. 전체 개발에서 주간사로부터 일부 용역을 하청 받은 업체가 ‘개발 주역’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자동차에 일부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가 완성차를 생산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라는 것이다. 때문에 동행복권 컨소시엄에 빗대 ‘제주반도체라는 얼굴은 있는데 몸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행복권의 케이뱅크를 통한 당첨금 지급 플랜은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이어서 복권 당첨자의 시중 은행 당첨금 수취가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전국에 지점망을 갖고 있는 제 1금융권 은행을 확보하지 못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자사 컨소시엄에 참여한 전문 회사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등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른 컨소시엄의 자사에 대한 공격 포인트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공개된 회사는 인터파크, 대우정보시스템, 미래에셋대우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대우정보시스템이다. 현재 사업자인 나눔로또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라는 게 장점이다. 대우정보시스템은 경험을 살려 블록체인, AI, 챗봇 등 첨단 기술을 차기 복권사업에 적용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주간사인 인터파크는 공연티켓 판매 등으로 쌓은 노하우와 인지도를 활용해 ‘당첨’을 거머쥐겠다는 심산이다.
난제는 경험이다. 대우정보시스템은 현재 사업자인 나눔로또에서 솔루션 운영을 맡고 있지 않다. 대우정보시스템 주력은 3기 사업자인 나눔로또 사업초기 시스템구축이다. 복잡하고 세밀한 복권 솔루션 운영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는 데는 힘에 부쳐 보인다. 이 때문인지 대우정보시스템은 나눔로또에서 핵심 업무를 맡았던 직원을 스카웃했지만, 업계에서 ‘금기’로 치는 ‘직원 빼가기’ 전형으로 비난 받고 있다.
인터파크는 2016년 5월 국내 최대의 해킹 사건을 겪었다. 인터파크에 등록된 약 2천5백만건의 인적정보가 빠져 나갔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44억8천만원과 과태료 2천5백만원을 부과 받았다. 현재도 행정소송 중이다. 해킹 주범은 북한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복권판매금은 북한이 주물럭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나눔로또 컨소시엄’은 ‘3기 복권수탁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 다수가 그대로 나눔로또에 남아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로또복권 솔루션을 개발하고 복권 업체 중 유일하게 복권시스템 해외 수출 경력을 갖고 있는 윈디플랜이 3기에 이어 이번 입찰에서도 나눔로또에 참여한 점이 눈에 뛴다. 운영 업체로 유진기업과 대우정보시스템이 빠지고 동양과 케이씨씨정보통신이 참여한 게 달라진 점이다. 국민 친화적인 카카오페이가 새로운 팀으로 가세해 복권 구매 편리성을 높였다. 제1금융권인 농협이 10년 넘게 나눔로또에서 자금대행을 하는 것도 이점이다. 2기 사업부터 시작한 나눔로또의 10년 노하우와 기술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부분이다. 국제복권협회에서 공정성과 기술 안전성을 공인 받은 업체는 국내에서 나눔로또가 유일하다.
문제는 새롭게 주간사로 참여하는 ㈜동양이 10년 경력을 이어받아 순항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부 임직원이 다른 컨소시엄으로 이탈해 자사를 공격하는 것도 약점이다. 수성이 견고하다 보니 경쟁 회사의 공세가 드센 것은 나눔로또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부분까지 ‘아니면 말고’ 식 공세가 이어지면서 입는 타격도 크다. 현재 언론을 통해 게재 되는 복권입찰 관련 기사는 나눔로또에 비판적인 기사가 훨씬 많다. 일단 풍문에서 수세인 셈이다.
드러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응찰 업체들은 코 앞으로 다가온 심사를 앞두고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경쟁 회사를 ‘부정 선수’로 공격하며 벌이는 선두다툼이 치열하다. 심사에서 어떻게 옥석이 가려질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권성윤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