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조각 앞에서 추위도 잊은 다정한 모녀. | ||
‘양산8경’의 비경을 간직한 영동은 난계 박연 선생(1378~ 1458)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고장이다. 국악의 불모지를 개척해 오늘의 국악이 있게 한 난계 선생. 고려 말과 조선 초를 살았던 난계는 세자로 있을 때부터 가까이 모셨던 세종이 왕위에 오르자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세종의 뜻으로 ‘악학별좌’가 되어 우리나라 음악을 정비하는 데 앞장섰다. 선생은 대금을 잘 불었으며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일컬어진다.
영동군에서는 1967년부터 해마다 10월이면 ‘난계국악축제’를 연다. ‘난계국악축제’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유일한 국악축제. 국악당, 국악박물관, 난계국악기제작촌을 함께 연계해서 체험할 수 있다. 국악당의 공연은 상설이 아니어서 늘 볼 순 없지만 축제나 특별한 경우에는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옛것과 현재를 섞은 퓨전국악공연은 남녀노소 모두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그외에 난계국악박물관(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은 영동 여행의 필수코스라고 할 수 있는데, 국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2000년 9월23일 개관했다. 박물관 1층에는 국악실과 난계실, 영상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정보검색코너와 국악기체험실이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국악실에는 가야금을 비롯한 현악기 14종과 타악기 37종, 관악기 19종 등 1백여 종의 국악기와 국악 의상이 전시돼 있다. 난계실에는 박물관 모형과 옥계폭포 그래픽 사진, 터치스크린이 설치돼 있으며, 난계의 삶과 업적을 그래픽과 디오라마로 연출하여 전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종실록>과 <대악후보> <악학궤범> <가곡원류> <금보> 등 국악 관련 고문서와 12인의 명인명창이 전시돼 있다.
책에서나 봤던 희귀한 악기들이 줄줄이 자리잡고 있는 전시장은 눈길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체험실에서는 국악 교습에 관한 영상물을 보면서 이들 악기들을 직접 다뤄볼 수 있다.
가장 재밌는 ‘꺼리’는 박물관 옆에 있는 난계국악기제작촌. 이곳에선 각종 장식용 국악기 등 20여 종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악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의 기회도 제공된다.
▲ 금강모치마을 떡만들기 체험(위)과 난계국악박물관 장구 만들기 체험. 춥다고 몸을 움츠리면 겨울밤은 더 길게 느껴진다. | ||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통도사 스님이 특별히 주문해 만들었다는 개량 퓨전국악기. 이곳에서는 특별한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악기를 제작해주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스님께서 가져온 오동나무 고목을 가공해 만들고 있는 ‘북소리’ 나는 가야금. 이 악기는 12줄 가야금에 비하면 거의 4배에 가까운 크기. 미완의 현악기지만 눈길을 잡아끌기엔 충분하다.
건물 바로 옆에는 장고, 북 등 타악기 제작소가 있다. 나무를 깎는 기계 주변에 ‘나무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사이사이로 크고 작은 장고, 북 등 악기를 만드는 재료가 널브러져 있다. 이곳에선 촌장이 장고 만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설명해준다. 그후에는 자그마한 장고를 직접 만드는 각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설명을 들으면서 부모들과 아이들이 서로 힘을 모아 장고를 완성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솟대는 미리 만들어 놓은 모형에 접착제를 바르는 일이 거의 전부지만, 어느새 가족이 하나가 되어 즐거워한다.
겨울 해는 빨리 진다. 금강모치마을에서는 직접 농사지은 저녁상을 차려 놓고 체험객을 맞는데, 밥을 먹기 전에 떡 만들기 체험 시간을 갖는다. 시골 마을에 새로 지은 듯한 깔끔한 집이 ‘떡집’. 넓게 트인 방안에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둥글둥글 팥고물과 찹쌀떡이 준비돼 있다. 채 떡을 만들기도 전에 먹느라 바쁜 아이들, 자신이 만든 떡을 놓고 서로 솜씨를 자랑하는 아이들로 북적북적하다.
밤에는 한기가 온몸을 감싸오지만 마당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쥐불놀이를 한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앞서 ‘쥐날’인 열나흗날 밤이 되면 쥐불을 놓는 전통 풍속이 있다. 빈 깡통 사방에 구멍을 숭숭 뚫고 철사로 양쪽 귀를 이어 긴 끈에 매단 뒤 깡통 속에 오래 탈 수 있는 장작개비나 솔방울을 채운 다음 불쏘시개를 넣고 허공에 빙글빙글 맴을 돌리는 쥐불놀이.
아이들은 ‘망월이야’라고 외치면서 밭두렁과 논두렁 마른 잔디에 불을 붙인다. 어른들은 아련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면서 흥겨워하고 아이들은 불구경만으로도 즐거움이 넘쳐난다.
▲ 솟대 만들기 체험. 모형이 있어 작업이 간단하다. | ||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영동 나들목-읍내에서 4번 국도 이용. 국악당, 박물관, 옥계폭포 등을 들르고 금강모치마을을 거쳐 나오면서 송호국민관광지-영국사를 연계해 여행하는 게 좋을 듯. 나오는 길은 옥천 나들목을 이용하기보다는 대진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금산 나들목으로 나오는 것이 낫다.
▲주변 볼거리: 옥계폭포, 영국사, 송호국민관광지, 월류봉, 반야사, 물한계곡, 민주지산, 와인코리아(043-744-3211) 등이 있다.
▲별미집과 숙박: 폭포가든(043-742-1777, 심천면)의 우렁요리는 꽤 수준급이다. 그 외 영동읍의 뒷골집(043-744-0505), 일미식당(043-743-1811)은 다슬기 해장국이 일미다. 가선식당(043-743-8665, 양산면)은 도리뱅뱅이와 어죽으로 소문난 맛집. 숙박지로는 민주지산 자연휴양림(043-740-3437~8,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이나 읍내에 영동파크장(043-744-9220), 청솔모텔(043-745-1010, 양산면 호탄리) 등이 있으며 모치마을에서도 민박이 가능하다.
▲문의: · 국악당 공연(043-740-3221) · 난계국악기제작촌(043-742-7288) · 금강모치마을(043-743-8852/mochi.go2vil.org)
이혜숙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저자 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