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스파비스 실외온천풀. 폭포탕 연인탕 키드풀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있어 온천욕 겸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 ||
예전처럼 단순히 피부보호나 휴식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족모임이나 여가 공간으로서도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어 온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또한 대단하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강추위만 원망 말고 마음의 묵은 때까지 툭툭 털어내는 ‘뜨듯한’ 온천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온천지는 크게 ‘레저냐, 보양이냐’ 이 두 가지 기준으로 나뉜다. 오랜 역사와 전통 즉 수질을 자랑하는 쪽이 보양온천이라면 다양한 워터파크 시설을 갖추고 위락지 역할을 하는 곳이 레저온천이다. 물론 전통적인 온천들조차 일종의 워터파크로 거듭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역시 ‘물’이다. 물이 좋다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온천 마니아들. 건조하고 메마른 피부가 고와질 수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달려갈 마니아들이 즐비하다. 이른바 ‘온천 고수’들이 내세우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여행을 겸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다. 온천만으론 부족한 2%를 주변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로 채우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눈이 시린 겨울바다, 설경을 볼 수 있는 산, 아이들 방학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박물관 탐방 등 바라는 조건도 가지가지다. ‘온천 고수’들이 제일 먼저 달려간다는 보양온천, 레저온천, 그리고 휴식온천들을 한번 이리저리 뜯어봤다.
▲ 담양의 노천탕 풍경. 눈으로는 푸른 대숲에 내린 하얀 세상을 즐기고 몸은 절절 끓는 온천수에 편안히 맡기고. 신선세계가 부럽지 않을 만큼 여유롭다. | ||
덕구온천은 경북 울진 응봉산(998.5m) 자락에 위치한 온천이다. 동해안 7번 국도에서도 내륙의 계곡으로 20분은 더 들어가야 한다. 이름에서부터 역사와 친근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보양온천의 원조 격이다. 6백여 년 전에 발견된 온천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됐다는 온양이나 수안보 온천 못지않은 수질을 자랑한다. 수도권에서는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과 수려한 산을 끼고 있어 2박3일의 주말여행 코스로는 무난한 편.
이곳의 온천수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해발 약 1000m의 산자락에서 솟아오르는 41.8℃의 자연 용출 온천수다. 약알칼리성으로 피부병, 당뇨병, 신경통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시설 면에서도 크게 달라졌다. 테라쿠아, 액션스파 등을 도입해 수(水)치료 시설을 갖추고, 아이들을 위한 슬라이더와 가족온천실을 마련하는 등 ‘덕구스파월드’로 단장을 모두 끝낸 상태다. 특히 산으로 둘러싸인 덕구온천의 자연경관은 노천탕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최신 시설을 모두 갖춘 지금에 와서도 덕구온천의 가장 큰 미덕은 여전히 자연 용출되는 천혜의 수질에 있다. 피부가 먼저 안다는 이곳 온천수의 효능 덕분에 1박 코스로 왔다가 2~3일씩 머물다가는 온천객들도 적지 않다.
덕구온천을 ‘보양온천’이라 부르는 데는 온천수의 수질과 함께 심산유곡의 자연환경 덕이 크다. 매일 아침 7시 온천장의 투숙객들은 전문 가이드의 안내로 응봉산의 청정한 공기 속으로 산책을 다녀올 수 있다. 계곡 길에는 하버교, 금문교 등 세계의 유명 다리를 본떠 만든 12개의 다리와 선녀탕, 신선샘 등이 있으며, 온천수가 샘솟는 원탕까지 둘러보는 데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Tip: 망양정, 죽변항 등 온천과 가까운 곳에서 겨울바다를 즐길 수도 있다. 특히 죽변항 인근의 해안 절벽에는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아름다운 세트장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겨울철 별미인 울진대게도 놓치지 말 것.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울진대개 맛을 보려면 아침 일찍 죽변항으로 가는 것이 좋다.
★문의: www.duckku.co.kr/ 054-782-0677
[기타 보양온천]
수안보 온천
충주 수안보는 약 3만년 전부터 온천수가 발견됐다고 전해지는 곳. 온천장들이 대형 아파트단지처럼 빼곡히 들어선 온천지구에서 자연온도 53℃의 약알카리성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수안보파크호텔 온천장이 대표적. 리듐을 비롯해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등 천연 미네랄 성분이 살아 있어 물을 받아놓은 지 한 달 이상 지나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아산온천지구
충남 아산에는 세 군데 대단위 온천지구(온양온천·도고온천·아산스파비스)가 조성돼 있다. 역사가 가장 오랜 곳은 온양온천. <이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온양온천은 효과 면에서 여전히 전통의 성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KTX가 연결되면서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 덕구온천과 가까운 울진 죽변항의 새벽 풍경(왼쪽). 오른쪽 두 사진은 응봉산 자락에 위치한 덕구온천. 6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물의 수질은 말할 것도 없고, 시설도 말끔하게 새단장해 가족단위로 즐기기에 적당하다. | ||
푸른 대숲에 둘러싸인 작은 노천탕이 하나 있고, 밤하늘의 별이 총총 떠 있다. 탕 속으로 슬그머니 한 발을 넣어본다. 추위만큼이나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나머지 한쪽 발을, 그리고 몸 전체를 매끄럽고 부드러운 온천수에 맡긴다. 봄눈이 녹듯이 사르르 녹는 느낌에 소름마저 돋는다. 가만히 두 눈을 감고 뺨으로 스치는 겨울바람을 맞으면 전율은 두 배다.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담양리조트 노천탕이다.
전국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인다는 담양온천은 그만큼 깨끗한 공기, 수려한 수목들에 둘러싸여 있다. 담양이 대나무로로 유명해 이곳에서도 대나무숯사우나가 발달돼 있다. 대나무숯은 뛰어난 탈취흡수효과를 발휘하고, 숯 속에 지니고 있는 미네랄 성분들이 녹아 물의 생명력을 부여해준다.
역사로나 온천수로나 담양리조트의 온천이 전국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일등급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온천들처럼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다니지도 않고, 줄 서서 자리싸움을 할 필요도 없다. 여타 워터파크 시설을 갖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설 면에서 부족한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깔끔하고 고급스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문의: 061-380-5000
[기타 휴식온천]
아쿠아월드
롯데오션캐슬리조트 내에 위치한 아쿠아월드는 고급스런 스파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지하 420m에서 공급되는 유황해수사우나는 시설 면에서도 뛰어나지만 온천수의 효과를 즉각 볼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뛰어나다.
해수탕을 통과하면 실내에 정원을 꾸미고 최첨단 스파마사지 시스템을 갖춘 ‘실내정원 스파떼라피’가 있어서 북적이는 대중 온천탕과는 차별되는 고급스런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꽃지 해변을 정면에 둔 노천탕은 어린아이를 둔 가족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온천 수영장’이라고 생각될 만큼 넓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바다와 어우러져 더욱 운치가 있다.
★문의: 041-671-7200 www.oceancastle. co.kr
테마가 있는 ‘레저온천’ [아산 스파비스]
가족, 친구간의 친밀한 모임이라면 테라피를 목적으로 하는 전통온천보다는 최신식 워터시설을 갖춘 테마형 온천이 좋다. 최상의 워터시설에 믿을 만한 온천수라면 당연 아산스파비스와 설악워터피아, 그리고 이천스파플러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도시 외곽이긴 하지만 접근성이 좋고, 산을 끼고 있어 맑은 공기나 수질에 대한 염려도 없기 때문이다.
그 중 아산스파비스는 설악워터피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시간이나 경제적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더 좋다. 온천수 역시 게르마늄을 비롯해 인체에 유익한 20여 가지 광물질이 함유된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이다.
실외 온천을 남녀노소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젊은 연인들이나 가족 단위의 이용객들이 많으며, 연인들은 연인탕에서, 아이들은 키드풀이나 폭포탕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수중운동이나 수(水)치료를 할 수 있는 4백여 평 규모의 바데풀(Bade Pool) 역시 실외온천만큼이나 인기 있는 아이템. 레몬탕, 포도탕 등 계절별로 달라지는 이벤트탕도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각종 카드사들의 제휴할인이나 포인트 결재도 스파비스만의 매력 포인트.
아산스파비스 주변에는 가볼 곳도 많다. 맹사성고택, 온양민속박물관, 세계꽃식물원, 외암리민속마을 등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들러볼 만한 곳이 지척에 있다.
★문의:041-539-2000 http://www.spavis.co.kr
[기타 레저형 온천]
이천스파플러스·신북온천환타지움
경기도 이천에서는 스파플러스라는 레저형 온천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6백여 명이 동시 입장 가능하며 가족 테마파크로도 안성맞춤이다. 온천수를 이용한 실내수영장과 5층 높이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아쿠아튜브 슬라이더가 최고 인기.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신북온천환타지움도 아산스파비스에 버금가는 테마형 온천이다. 수영복 입고 즐기는 갖가지 스파시설도 훌륭하지만 중탄산나트륨이 함유된 부드러운 온천수가 개운하게 기억되는 곳이다.
지리산온천랜드와 문경종합온천
등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온천들. 각각 지리산과 문경새재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지리산온천은 인체의 산소 활성화에 좋다는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하다는 게 특징. 한꺼번에 3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온천탕과 호텔을 갖춘 지리산온천랜드는 화엄사 노고단 피아골 같은 지리산의 명소와 가깝다.
[온천상식]
· 온천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급성질환, 안정을 요하는 환자, 고혈압, 격리성 전염병이나 결핵, 임신중 유산하기 쉬운 시기거나 월경 기간의 여성들은 피하는 게 좋다.
· 하루에 3회 이상 입욕하거나 탕 안에 1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고온탕에서는 10분 이상 있을 경우 탈진할 우려가 있다.
· 피부질환 등 특정한 치료를 목적으로 할 때는 하루 한두 번씩 일주일 이상 집중적으로 입욕해야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유황천, 탄산천 등에서 오래 있을 경우는 피부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
· 냉온욕은 체액을 정화시키고 순환을 촉진하여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평소 피로감에 시달리거나 추위를 잘 타고 몸이 냉한 사람, 쉽게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은 오히려 피하는 것이 좋다. 온도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기운을 더 못 쓰게 되거나 신경통이 악화될 수도 있다.
박수운 여행전문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