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진포의 겨울바다. | ||
고성군 거진항은 명태산지로 예부터 유명한 곳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국 명태 어획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 많던 명태는 그러나 해마다 수온 상승이 거듭되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요즘은 하루 10여 척의 명태잡이 어선이 출어하고 있지만 1척당 2~3급(1급 20마리) 잡기도 어려운 실정. 어획량이 줄기는 했어도 역시 ‘명태’ 하면 ‘거진’이다.
최근 거진항은 그간의 스산함을 떨치고 한껏 활기에 차 있다. 곧 명태축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법.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어민들의 마음이 통했는지 최근 한파가 다시 몰아치면서 명태도 다시금 앞바다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거진항 주변에는 생태찌개 전문 식당이 많다. 생태는 역시 찌개가 제맛이다. 이곳의 생태찌개는 모두 ‘맑은탕’이다. 일반적으로 먹어왔던 벌겋고 얼큰한 매운탕이 아니다. 내장을 제거하고 먹기 좋게 토막 낸 다음 무, 두부, 대파, 마늘, 청양고추 등의 재료를 넣어 끓이다가 소금간을 하면 생태찌개 완성. 그 국물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명태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생선이다. 창자로 창난젓을 담그고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는 깍두기를 만든다. 거진에서는 깍두기에 명태 아가미를 삭혀 넣기도 하는데 그 맛이 참 독특하다.
‘진짜’ 명태로 입이 즐거웠으니 이번에는 눈이 즐거울 차례. 거진항에서 통일전망대 방향으로 10여 분을 달려 화진포로 가보자. 고니, 청둥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저들만의 언어로 노래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 장관이다. 화진포 앞에는 해양박물관이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조개류, 갑각류, 산호류, 화석류 등 1천5백여 종 4만여 점이 전시중이다. 또한 살아있는 상태로 사육이 어렵다는 고성의 군어(君魚)이자 특산물인 명태를 비롯해 연어, 혹돔, 대왕문어 등이 전시돼 있다.
▲ 아버이마을과 중앙시장을 오가는 속초의 명물 갯배, 항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 그림엽서 같은 풍경의 주문진항과(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 ||
배에서 내리자마자 불이 잘 오른 갈탄에 도루묵 몇 마리 얹어서 굽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어부들. 그 주름골 깊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임신부처럼 볼록한 도루묵은 알이 별미. 도루묵의 반이 알이다. 알에 독특한 맛은 없지만 먹는 재미만큼은 으뜸이다. 도루묵알은 끈적끈적하면서 연한 게 있는가 하면 끈기가 하나도 없고 딱딱한 것들이 있다. 산란기가 가까울수록 알이 딱딱하다. 도루묵은 알을 먼저 먹은 후, 배 부분을 살짝 갈라내 뼈를 통째로 빼낸 다음 온전히 남은 살코기를 먹는 게 요령이다.
고소한 도루묵구이를 떠올리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하지만 도루묵은 찌개로 먹어도 맛있다. 짭짤하게 간이 밴 도루묵을 밥 위에 얹고 입으로 가져갈 때의 행복감이란….
속초에 가면 꼭 들러보길 권할 곳이 한 곳 있다. 한국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청호동, 속칭 ‘아바이마을’이다. 중앙시장에서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운행하는 갯배를 타면 아바이마을로 데려다준다. 갯배의 운항거리는 50m도 채 되지 않는다. 갯배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한참을 돌아가야 아바이마을에 닿을 수 있다.
아바이마을을 유명하게 해준 명물은 다름 아닌 아바이순대. 돼지 대창과 막창을 손질해 찹쌀, 야채, 선지 등을 넣고 쪄낸 순대 맛이 그만이다.
송이는 생육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오로지 소나무 밑에만 뿌리를 내리고 낮기온이 26도를 넘거나 밤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안 된다. 송이는 이른 새벽 해뜨기 전에 따야 더 단단하고 그 향도 좋다.
송이는 날로 먹어야 그 맛과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겨울인 요즘은 급속 냉동시켰던 것을 꺼내 구워먹는다. 특히 양양 특산물 중 하나인 한우 등심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세로로 얇게 썬 송이를 등심과 함께 돌판에 올려놓고 구워먹는데 소고기 육즙이 송이를 감싸면서 특유의 향이 달아나는 것을 막는다.
양양은 막국수로도 유명한 곳. 속초공항 가까이에 10여 곳의 막국수집이 몰려 있는데 그 중 제일로 치는 곳이 실로암막국수. 고 정주영 회장이 살아 있을 때는 한 달에 서너 번씩 찾았다는 유명한 곳이다.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을 육수로 쓰는데 그 시원함이란 이를 데 없다.
7번 국도변을 달리다 양양을 지날 때면 가슴을 후비는 곳이 있다. 화재로 전소된 천년고찰 낙산사.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경건한 아름다움이 그립다. 한편 흉물스럽게 변한 낙산사 아래에는 곤충생태관이 있는데 자녀와 함께 들러볼 만한 곳이다. 여러 곤충의 표본 1천2백 여종을 전시하고 있다.
꾸구리, 똥고, 뚜거리, 뚝지구, 뽀드래, 꺽지, 쭉정어….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꾹저구’일까. 강원도 연곡천과 남대천에 사는 망둥어과의 민물고기인 꾹저구. 이 이름은 ‘저구새가 꾹 집어 먹은 고기’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왜 이렇게 별 볼일 없는 듯한 민물고기에 주목하느냐 하면 ‘꾹저구탕’이 해장에 최고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강릉 옆에 자리한 작은 마을 연곡에 가면 바로 이 꾹저구로 탕을 끓여 내놓는 곳이 있다. 물을 부은 냄비에 통째로 삶아 으깬 꾹저구와 깻잎·대파·팽이버섯을 넣은 다음 3년 묵은 고추장으로 간을 하면서 20여 분간 끓이면 꾹저구탕 완성. 먹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어탕맛과 비슷한 꾹저구탕에 밥을 말고 김치를 얹어먹으면 속이 저절로 풀리는 느낌이다. 소화를 돕는 점액질 효소가 들어 있는 꾹저구는 소화기관이 약한 어린이, 노인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연곡 주변에선 주문진항과 소금강이 들러볼 만한 곳이다. 연곡에서 4km가량 떨어진 주문진항은 즐비하게 늘어선 건어물가게와 어시장의 사람들로 활기 넘치는 아름다운 항구. 사람들 틈에 섞여 그 분위기에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금강산을 축소해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소금강은 연곡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다. 마의태자가 은거하며 망국의 한을 풀고자 쌓았다는 아미산성을 비롯해 구룡연, 비봉폭포, 무릉계, 옥류동, 만물상, 십자동 등 절경이 병풍처럼 첩첩이 이어진다.
[여행 안내]
★가는 길: 양평에서 6번국도 이용→홍천→청운→44번국도 남면→인제→원통→한계리 삼거리에서 좌회전→46번국도 진부령→간성→자산리→거진항. 거진항에서부터 연곡까지는 7번국도를 타고 달리면 된다.
★숙박: 고성 화진포 인근 ‘화포리 132펜션’(033-682-1223), 속초 ‘해뜨는 집 펜션’(033-633-4655), 일출이 아름다운 양양 ‘하조펜션’(033-672-033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