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옥상 씨의 작품 거인상(왼쪽)과 하이킹 명소로 떠오른 서울숲. | ||
서울숲 숲속놀이터 옆에는 이상한 조형물이 하나 서 있다. 스테인리스 철근을 이어 만든 거인상이다. 조형물 앞에는 ‘무장애놀이터’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놀이터의 명칭뿐 아니라 그 거인상을 접하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설치미술가 임옥상 씨가 설계한 무장애놀이터는 장애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다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도록 만든 ‘평등’한 놀이터다. 이 놀이터의 중앙에 설치된 9m 높이의 거인상에는 장애 어린이들도 거인처럼 크게 나래를 펼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반 놀이터의 경우 장애 어린이들의 접근을 불허했던 것이 현실이다. 푹푹 빠지는 모래바닥에서는 휠체어를 굴릴 수가 없었고 미끄럼틀에 올라갈 방법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휠체어를 탄 채 미끄럼틀에 오를 수 있도록 했고, 미로를 헤쳐가듯 다리와 몸통을 오가며 거인상에도 올라갈 수 있다. 놀이터를 둘러싼 담장은 뱀 모양을 본 따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뱀의 몸통과 입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전화기놀이를 할 수도 있다. 이곳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나가는 ‘놀며 학습하는 학교’다.
무장애놀이터가 있는 서울숲은 이제 완연한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생태숲,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자연체험학습원, 문화예술공원 등 5개의 테마공원으로 구성된 서울숲이 조성된 지 겨우 1년 반. 나무들은 그새 훌쩍 자랐고 억새도 무성해졌다. 오염된 도심공간에서는 보기 힘든 참새떼가 관찰되고 고니도 습지생태원에 서식하고 있다. 서울숲은 한 걸음 더 완벽한 생태공간을 향해 나아가며 서울시민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숲은 서울에서 꼽을 만한 가을철 하이킹 명소이기도 하다. 곱게 물든 단풍과 은행나무숲길을 자전거페달을 밟고 가는 기분이 그만이다. 방문자센터 근처에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한편 서울 숲에서는 둘째 주와 넷째 주 토요일에 습지생태원에서 철새를 관찰하고 습성 등에 대해 알아보는 ‘환경교실’이 열린다. 11월 11일에는 생육이 좋지 않은 나무 주변에 비료를 주는 ‘나무 보약주기’ 행사가 자원봉사 형태로 진행된다.
★가는 길: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 도보 15분, 국철(1호선) 응봉역 2번 출구 도보 10분
★문의: 서울숲(http://parks.seoul.go.kr/seoulforest) 02-460-2905(직할), 02-462-0295(서울숲사랑모임)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