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크로드박물관에서 한 관람객이 페르시아 지역의 유리목걸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박물관 1층에는 다양한 총포들이 전시돼 있다. | ||
실크로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지나 서역으로 통하는 동서문화교통로. 이 길에서 동양과 서양의 무역이 이뤄졌고 외교활동이 전개되면서 활발한 문화 소통이 가능해졌다.
서쪽 로마에서 시작되는 실크로드의 동쪽 끝은 그간 중국의 장안, 항주, 소주 등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경주’라는 학설이 주목을 얻고 있다.
실크로드박물관에서는 중앙아시아의 오탄국, 누란왕국 등 지금은 사라져버린 나라와 투르판, 타클라마칸, 우루무치, 내몽고 지역 등에서 출토된 15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화려한 유리제품 외에도 소박한 토우와 불상, 목제마차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실크로드의 표정’이라고 불리는 유리공예품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채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곳에는 향수, 향신료, 기름 등을 담았던 유리용기와 유리구슬과 같은 장신구들이 전시돼 있다. BC 3세기~AD 3세기 사이에 제작된 유리용기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출토된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도자기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양으로 손잡이가 크고 주둥이가 넓은 게 특징이다. 또한 소박한 우리 백자나 청자와 달리 모양도 최대한 화려하게 꾸몄다.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작된 유리구슬에서도 그 특징이 보인다. 이 박물관에서는 중앙아시아와 중국 일대에서 출토된 일명 ‘잠자리 눈 문양 구슬’과 ‘인면 구슬’ 등 예스럽고 화려한 구슬들을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실크로드의 표정’은 토우다. 흙으로 빚어 만든 조형물인 토우는 사람, 말, 소, 새 등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 토우는 순장의 풍습이 사라지면서 무덤 안에 사람과 짐승 대신 넣거나 주술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들이다. 중국 전국시대와 한·송대를 거치며 제작된 것들로 각 시대별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박물관 건물은 지상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이 총포박물관, 2층이 실크로드박물관, 3층이 우리그릇박물관이다. 실크로드박물관이라고 이름을 내걸긴 했지만 1층과 3층의 전시도 꽤 볼 만하다.
특히 3층 우리그릇박물관은 방문객들을 위한 다실로도 이용된다. 전시장 중앙과 한쪽 방에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고 메밀차와 녹차 등을 끓여 대접한다. 삼청동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이 박물관의 꼭대기인 3층 전시장은 전망도 좋다. 창문을 통해 인왕산과 삼청동 일대의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길잡이: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올라간 뒤 세계장신구박물관 위쪽 작은 골목을 따라 300m 정도 가면 나온다.
★문의: 실크로드박물관(www.silkroadnet.net) 02-720-967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