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남식 부산 시장(왼쪽)과 박맹우 울산 시장. | ||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이슈를 갖고 있는 강원지역의 경우 3선 연임을 한 김진선 현 지사의 출마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맹주’를 꿈꾸는 지역 출신 거물 후보들의 난립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호에 이어 광역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과 강원권의 6·2지방선거 구도를 미리 짚어본다.
대구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영남권의 주요 포스트 중 한 곳이다.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영남권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는 여야 대결보다는 한나라당 내 공천 대결이 더 치열했던 게 지금까지의 전례. 대구시장의 경우도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 이어 여권 후보들 간의 경합이 ‘1차 관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김범일 현 시장과 ‘친박계’인 서상기 의원이 또다시 공천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범일 시장은 재공천을 노리고 있고, 여기에 지난 7월 시당위원장 연임에 성공한 서상기 의원이 시장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치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 만약 서 의원이 친박계의 지지를 업고 후보로 공천돼 대구시장직을 가져온다면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도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팀장은 “영남권에서도 TK지역은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곳이다. 친박계로서는 향후 대권을 염두에 두고 주요 포스트인 대구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세종시 문제로 인해 박 전 대표에 대한 영남권의 비판여론이 높아진 점이 내년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서 의원은 12월 중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 당내에서는 이한구, 유승민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본인의 의지는 높지 않다.
한 가지 변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마 여부지만 최근 서울시장 후보군에 거론되면서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국민참여당에서는 김충환 전 청와대 비서관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 야권에서는 2006년에 출마했던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과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경북도지사 역시 현 김관용 지사가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 지사가 ‘친이계’인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과 또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커 이곳에서도 당내 과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구미 출신인 김 지사와 포항 출신인 정 원장의 대결 결과에 따른 지역민심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구미를 중심으로 한 경북 서부지역과 포항 주변 동부지역 민심이 각각 양 후보를 지지하며 대결구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당내에서는 권오을 전 의원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권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미국으로 출국해 지난 7월 귀국했다. 권 전 의원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유세지원단장을 맡기도 했다. 이외에 민주당에서는 박명재 전 행자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같은 영남권이지만 TK지역과 달리 PK지역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고 울산 지역은 진보색채가 강해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권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울산 북구에선 지난 4·2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승리한 바 있기도 하다. 민주당과 친노 진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즈음에 실시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노풍’을 재현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여서 야권이 내세울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힘을 받을지도 관심거리다.
부산시장의 경우 허남식 현 시장이 3선을 노리고 있다. 허 시장은 부산시민들 사이에서 비교적 만족도가 높아 무난하게 3선을 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11월 18일 발간된 <월간조선>과 ‘리서치 앤 리서치’ 조사에서 허 시장은 36.9%의 지지율을 기록해 다른 여권 후보예상자인 권철현 주일대사(7.9%)와 정의화(6.1%), 안경률(5.8%), 서병수 의원(3.4%)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시장에 대한 직무 평가에서도 ‘시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71.7%의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허 시장은 지난 선거 당시 ‘친박계’로 분류됐으나 현재로선 뚜렷한 색채가 없다. 이 점은 향후 친이계와 친박계가 동시에 부산시장 후보로 ‘자기사람’을 심으려 할 가능성이 생기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측에서 확실한 계파인물을 내세울 경우 허 시장이 ‘공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계진 의원, 이광재 의원, 서상기 의원, 김범일 시장. | ||
민주당에서는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장과 조경태 의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야권의 경우 국민참여당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마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 전 실장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부산시장 후보군에 거론되며 현 허남식 시장에 이어 2위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2일 <시사I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문재인 전 실장이 야권후보로 출마할 경우 허남식 시장(39.3%)에 이어 33.3%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지난 10월 22일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허남식 시장이 49.5%, 문재인 전 실장이 15.9%로 격차가 벌어졌으나 타 후보에 비해 모두 앞서는 수치를 기록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노풍’이 다시 점화된다면 문재인 전 실장의 파급효과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 전 실장은 선거 출마 권유에 대해 강하게 고사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야권에서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진보신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김석준 부산시당 위원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민노당과 ‘당대당’ 통합은 어렵겠지만 (시장) 후보 단일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민노당과의 연대 의지를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은 “진보진영 단일후보가 가시화되면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고도 언급했다. 아직 선거까지는 6개월여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연대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막판 후보 단일화’ 성사 가능성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울산시장의 경우 한나라당이 네 차례의 민선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자리다. 2선을 한 현 박맹우 시장이 내년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할 계획이어서 여권 후보에 대한 야권의 견제가 어느 정도 가능할지가 관심거리다. 또한 박 시장은 친박계로 분류된 인물이어서 친이계와의 공천 대결도 예상되고 있다. 울산에 지역구를 가진 친이계의 정갑윤, 최병국 의원이 박 시장에 맞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박 시장은 지역에서 높은 호응도를 얻고 있어 당내 견제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울산시장이 되면서 내놓았던 ‘에코폴리스 울산선언’ ‘태화강 마스터플랜’ 등 환경 살리기 운동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염이 심했던 태화강은 지난 4월 국토해양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 공모에서 ‘복원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태화강 살리기’ 운동이 ‘4대강 살리기’의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당내 공천경쟁과 더불어 울산시장의 선거구도는 한나라당과 진보정당과의 대결도 예상된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북구에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의 당선이 그 예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비슷한 ‘이변’이 연출된다면 울산 지역을 통해 기반을 다져온 정몽준 최고위원의 대권가도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심재명 변호사와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민주노동당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 진보신당 노옥희 울산시당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해 ‘봉하마을’이 위치한 경남도지사 선거는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살아나느냐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야권 진영에서 한번 도전해볼 만한 자리라는 평가다. 현 김태호 지사 역시 이번에 3선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았었던 점이 그동안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다는 평가다.
이외에 정부의 행정구역 개편 대상인 마산·창원·진해가 이 지역에 포함돼 있어 이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철곤 마산시장과 박완수 창원시장, 창원 출신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설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외에 여권 내에서 하영제 농림부 2차관과 이주영 의원, 권경석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야권 진영에서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민주노동당 문성현 전 대표, 강병기 전 민노당 최고위원 등의 후보단일화 논의 결과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리틀 노무현’으로 불려온 김 전 장관은 오래전부터 경남지사직을 염두에 두고 터닦기를 해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김 전 장관의 출마에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강원지사의 경우 현직인 김진선 지사는 3선을 모두 채워 더 이상 선거에 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후보군이 난립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지방선거 직후인 내년 7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있기에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현 김진선 지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어 도지사 후보 중 누가 ‘공조파트너’가 될 것인지도 관심 사안이다. 여권에서는 이계진 의원과 강원도당위원장인 허천 의원,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조규형 주 브라질 대사, 조기송 전 강원랜드 사장 등 여러 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계진 의원은 그간 ‘친박계’로 분류되었지만 최근 중립 성향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도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강원지역은 ‘친박 영향력’이 크지 않아 이 의원이 전략적 모션을 취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외에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 중인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 또한 공식적으로는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복권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와 MBC 엄기영 사장 등 외부인사 영입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