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전경
[일요신문] (재)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 50명이 “최근 논란이 인 바둑계 미투에 관해 피해자를 지지하고 조속한 해결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를 통해 발표했다.
지지서명에 참여한 기사는 21일 오후 4시 현재 50명이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던 기사들이 추가로 서명할 가능성이 있어 참여기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성명 발표 전문이다.
함께 하겠습니다.
지난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이 디아나 초단을 성폭행한 사건에 대하여 아래의 기사들이 피해자인 디아나 초단을 지지하고 끝까지 함께할 것임을 밝힙니다. 이 일은 단순히 피해자 개인의 일이 아닌 여자기사 전체의 일이자 바둑계 전체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용기를 내어 여자로서는 입 밖에 내기 매우 어려운 일을 공개해 준 디아나 초단에 깊이 감사하며, 이 일이 올바르게 해결될 때까지 함께 지켜보고 싸우고 노력하겠습니다.
사건 공개를 한 뒤 5일이 지났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김성룡 9단이나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한국기원으로부터 어떠한 공식입장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어렵게 사실을 공개한 디아나 코세기 초단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기원은 조속히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할 것을 촉구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해결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2018년 4월 21일
참여기사
강다정 강지수 권주리 권효진 김나현 김다영 김미리 김민정 김민희 김세실 김수진 김신영 김윤영 김채영 김혜림 김혜민 남치형 도은교 문도원 박소현 박지영 박태희 배윤진 백지희 송혜령 오유진 오정아 윤영민 윤지희 이다혜 이단비 이도현 이민진 이슬아 이영신 이영주 이유진 이정원 이지현 장혜령 정연우 조승아 조연우 조혜연 최동은 최정 하호정 한해원 허서현 현미진
한편 한국기원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바둑계 미투’와 관련해 논의하고 실무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윤리위원회는 한국기원 이사인 임무영 대전고검 검사가 윤리위원장을 맡았고, 남녀 프로기사 각 2명,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과 직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무조사단은 이 윤리위원 중 일부 구성원으로 꾸렸다. 윤리위원회는 “조사 결과가 취합되는 대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무조사단의 수와 명단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 한국기원 집행부나 책임자의 사과나 유감 표명도 나오지 않고 있어 바둑팬들의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한 바둑팬은 댓글을 통해 “한국기원의 늑장 대처에 바둑팬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화가 난다. 홍석현 총재부터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원진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사태에 대한 중간 진행사항이라도 밝히는 게 바둑팬에 대한 도리인데 배려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국기원 측의 성의 없는 대처를 질타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