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막으려 ‘맞불’ 놓았나
사실 한상률 게이트가 터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여권 실세 L 의원의 정치적 생명은 끝났다”라는 성급한 해석이 쏟아져 나왔다. L 의원 라인이 한 전 청장뿐 아니라 안원구 전 국장과도 관계가 깊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L 의원 주위를 조여오던 게이트 한파는 12월 초를 정점으로 점차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전 청장이 밖에 있으니 더 이상 수사가 안 되는 것이다. 검찰도 그렇게 정리가 됐다고 들었다. 뭔가 덮이는 분위기다. 그쪽에서 작전을 다 그렇게 짜고 있으니…. 안 전 국장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터뜨려야 사건이 되지 그렇게 속도조절 해서는 아무 것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권 일각에서는 한상률 게이트의 소멸 조짐과 골프장 게이트의 부상 움직임에 뭔가 석연치 않은 권력의 냄새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12월 초부터 한상률 게이트는 갑자기 뉴스가 줄었다. 반면 골프장 게이트는 한명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금품수수 의혹과 보조를 맞추며 다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오비이락식 반전에 여권 실세들의 ‘작업’이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실세 L 의원 라인에서 자신들이 위험해지자 국면전환용 희생양으로 또 다른 실세인 L 전 의원 계열의 공성진 의원을 선택했다는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도 한 전 청장 부분이 주춤한 사이 한명숙 전 최고위원과 공성진 의원 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는 한상률 게이트를 다운시키고 여야 최고위원급을 엮어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적인 수사로 비쳐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 의원 측은 이런 음모론적인 시각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자신들도 듣는 말들이 있다’며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L 전 의원 계열 의원들이 대거 비리 의혹에 연루되자 L 전 의원 측에서는 “누군가 조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흘리고 있는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이 계열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여권 주류에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의도적인 음해라는 말들도 많아 청와대 민정라인에 스크린을 해보라는 요구를 한 적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L 전 의원 측은 이른바 ‘음모론’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대로 당할 수 없다’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지난 2008년 총선 때 정권 모 실세의 공천 연루 비리 의혹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방 출신 의원 A 씨를 당사자로 거명하기도 한다. 과연 ‘한상률 게이트’와 ‘골프장 게이트’가 위험한 권력게임으로 번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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