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한 모습. 연합뉴스
자본주의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철도’의 의미는 특히 대단하다. 과거 사회주의가 처음 시작된 소련에선 국가를 하나의 생명체로 비유하며, 철도를 ‘동맥’이라 칭했다. 이후 중국이나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북한에서도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다!”라는 슬로건이 흔하게 쓰였다.
그만큼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철도’는 국가의 간접자본 시설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북한에서 ‘철도’는 체제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로 생각한다. 철도를 주관하는 내각의 철도성은 다른 부처와 비교해 영향력이 크다. 김정일 시대,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리용무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한때 철도성 정치국장을 맡았을 정도다. 철도원들의 운영 방식은 흡사 ‘군대’와 비교될 정도로 엄격하고 체계적이다.
북한 철도와 관계된 교육시설도 체계화돼 있다. 핵심은 두 곳이다. 간부 양성을 위한 평양철도대학이 첫째다. 둘째는 원산 6.4차량제조공장 안에 위치한 철도전문공장대학이다. 이곳은 주로 차량생산 인재를 양성한다. 그밖에도 각 도에는 철도기술전문학교가 있다. 각 도의 학교에선 철도 차장 및 기관조사원 등 철도운영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북한의 철도연장은 2016년 기준으로 본다면 총 5450여km에 달한다. 약 4000km 수준인 우리나라와 비교해 거의 1.4배 수준이다. 여기까지 놓고 본다면 북한의 철도 현황은 ‘흠 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실상은 심각하다. 동맥에 비유하자면, 생명체 유지가 힘겨운 동맥경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철도’의 핵심 사안으로 ‘복선화 비율’ ‘견인기의 선진화’ ‘레일의 고속화 및 중량화’ ‘차량의 고속화’ ‘전력의 안정적 공급화’ 등을 꼽는다. 북한은 이 모든 부분에서 열악하고 노후화돼 있다.
2016년 신년을 맞이해 북한이 공개한 철도 정상화를 격려하는 선전물. 연합뉴스
둘째로 차량 운영의 핵심 요소인 견인기(견인차) 문제다. 현재 북한의 견인기는 1950~60년대 체코에서 제공한 예전 기술로 만들어진 모델들이다. 공식적으론 1만 2000마력이지만,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론 6000~7000마력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북한의 견인기는 김정은 위원장도 공개 시찰한 바 있는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에서 담당한다.
참고로 김정은 위원장 전용 열차인 ‘1호 열차’는 북한의 열악한 다른 열차와는 다르다. 차량 내부 및 외부의 재질 및 구조도 남다르겠지만 견인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1만 8000마력의 수입제 고성능 견인기가 차량을 운영하기에 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운행이 가능하다.
셋째로 레일의 고속화 및 중량화 문제다. 현재 북한 철도의 레일 30~40% 정도는 아직 일제강점기 시절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 현재 북한의 레일은 황해제철소에서 생산되고 있다. 열처리 기술이 원만하지 못해 중량이 제법 나가는 차량 수십 대가 50km 이상 속력으로 2시간 정도의 짧은 간격으로 운영된다면 마찰열과 침목 문제 등으로 탈선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넷째로 북한은 차량의 고속화 수준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차량은 현재 원산에 위치한 6.4차량제조공장에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그 기술력은 과거 동독, 러시아, 중국 등에서 제공한 것을 아직도 기반으로 한다. 차량 공급량 자체도 고질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 후진타오 당시 국가 주석에게 화물차량 공급을 요청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전력공급 문제가 철도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앞서의 모든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매우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10도 이상의 경사가 있는 철도의 경우, 전력 공급이 일정치 않아 견인기 두 대가 동시에 앞뒤에서 끌고 밀어야 올라갈 정도다. 혜산이나 고원 등 자강도 주변의 경사도 높은 철길 위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두 대가 겨우 끌어야 올라간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 속에서 북한의 일상적인 철도 운영을 좀 더 살펴보자. 현재 북한 열차의 평균 운행 시속은 40km 정도의 저속으로 파악되며 전기화 수준은 약 80% 정도로 보인다.
그중 핵심 노선인 ‘평양-신의주’ 노선을 놓고 보자. 이 노선은 국제노선인 중국 ‘단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참고로 북한에서 국경을 넘는 국제열차는 아직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 번씩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평양-신의주’ 노선의 소요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애초 전기공급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5~6.5시간이면 충분할 거리지만, 실제론 최소 12시간에서 여의치 않을 때는 24시간까지 걸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요즘 이 노선은 ‘일반 완행’과 ‘급행’으로 나뉘어 운행 중이라고 한다. 완행은 기존 전기 열차로서, 전기 공급 수준에 따라 소요시간이 크게 차이나지만, ‘급행’은 전기 공급과 관계없이 기름으로 운영되는 ‘내연기관 견인기’가 차량을 끈다고 한다.
이 노선의 일반 열차는 국정가격으로 0.65달러(한국 돈 700원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불규칙한 운영 덕에 대부분 사람들은 값이 나가더라도 급행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기존 완행 노선의 열차 안은 항상 한산하다고 한다. 급행은 외국인 기준 약 45달러(한국 돈 4만 8000원 정도), 내국인 기준으론 30~35달러(한국 돈 3만 2000~3만 7000원 정도)의 엄청난 고가다.
북한 두만강역 인근을 오가고 있는 북한 화물 열차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이 급행열차는 북한 39호실과 군부 소속 일부 무역기관들이 러시아산 중고 내연기관 견인차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이용허가를 내고 수익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 철도는 여전히 여객 및 화물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서의 열악한 환경 및 불규칙성 때문에 그 자리를 점차 ‘자동차’와 ‘도로’에 내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장사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철도보다 ‘써비차(민간업자가 운영하는 트럭)’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써비차의 경우 평양에서 신의주를 가는데 약 10~15달러(한국 돈 1만 7000원~1만 6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도 8~12시간이면 가능하다. 화물 역시 철도의 부족한 부분을 자동차와 도로가 점차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정상회담에서도 언급했듯이 자국의 철도 노후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북한에서도 ‘민간경제’ 부분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 문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 이에 앞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존 당시 ‘북일수교’에 따른 식민지배상금의 투자처로 철도를 염두에 둘 만큼 고질적인 문제로 여기고 있다.
남북 간 철도 경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북한 철도의 사정을 놓고 볼 때 적잖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기준을 ‘국제 스탠더드’ 수준으로 잡는다면 특히나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김정은 시대 핵심 철도 연장 사업인 ‘혜산-삼지연’ 공사 뒷이야기 김정은 시대 철도 연장 사업의 대표적 사례는 ‘혜산-삼지연’ 철도 연장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약 100여 km의 백두산관광철도를 염두에 둔 구간 건설이다. 이 사업은 2015년 1월부터 계획됐으며, 그해 4월 ‘삼지연군 국제관광특구 조선계획’이 확정됐다. 그리고 6월 ‘삼지연대기념비’ 앞에서 ‘보천보전투 기념일’을 맞아 착공을 시작했다. 완공은 2016년 6월이었다. 현재 김정은 시대 들어 김정일의 고향집(선전을 목적으로 한 가짜 고향집. 실제 김정일의 고향은 알려졌다시피 연해주다) 등이 위치한 ‘삼지연’은 ‘특별군’ 취급을 받으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업에서 지역 주민들의 상당한 희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혜산시민 등 양강도 주민들은 이 사업을 두고 ‘백성들의 등껍질을 벗겨 만든 피의 철도’로 회자할 정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물론 해당 사업은 철도성 산하의 철도건설대와 각 도의 청년돌격대가 주도했지만, 그 지역 주민의 노동력과 자금이 상당 부분 투입됐다. 철도 공사의 주민 노동력이 투입되는가 하면,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공사기간만 해도 1인당 200위안(한국 돈 3만 3800원) 정도의 식료품 및 기름을 각출해야만 했다고 한다. 현재 노선은 혜산(위연)-화전-가림-간상봉-차가수-독산-삼포-리명수-건창-베개봉-삼지연(스키장)-못가역 등 10여 개의 역이 새로이 건설됐지만, 열차 사정 상 20km 이상 속력을 지속적으로 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는 철로의 기술상 절대적인 수평 기준을 놓고 볼 때 커브 구간에서 필요한 각도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기반이 개별적인 주민들이 구간구간 맡아 기술보장조건이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