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부 요직과 공기업에 내정됐다가 낙마한 이들이 다시 정권의 중앙무대로 대다수 돌아왔다. 사진은 맨 위부터 강경호 (주)다스 사장, 이춘호 EBS 이사장,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 ||
자동차시트 및 관련 부품 제조업체인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 씨가 최대주주(지분율 48.99%)고 친형인 이상은 씨가 주요주주(지분율 46.85%)이자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로열패밀리’ 회사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회사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큰 파장을 낳기도 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1일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S라인’ 인사로 꼽히는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 다스의 새로운 사장으로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중공업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던 강 전 사장은 2003년 서울메트로(서울특별시 지하철공사) 사장에 오르면서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대선 때에는 이 대통령 친위 외곽조직이던 서울경제포럼의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정권 출범 이후 여러 공기업 수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강 전 사장은 지난 2008년 6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인사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가 불거지면서 5개월여 만에 물러나야 했다.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았던 강 전 사장은 지난해 6월 26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그로부터 불과 5일 만에 다스 대표이사에 오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다스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어 최측근인 강 전 사장의 사장 선임이 알려질 경우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강 전 사장은 철도 및 지하철공사 사장을 지내면서 이 분야에 폭 넓은 인맥을 쌓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 터라 향후 다스에서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윤대 고려대 전 총장은 이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고려대’ 인맥 중 한 명이다. 정권 출범과 함께 교육부 장관에 내정됐지만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려 했지만 어 전 총장이 이를 고사하고 자진사퇴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어 전 총장은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 장관, 서울시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되며 건재를 과시했다. 어 전 총장은 최근 강정원 전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KB금융지주의 회장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관치 금융’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오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대통령이 총애했던 공무원계의 ‘여성 신화’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도 재기를 노리고 있다. 7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요직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았던 이 전 차관은 2008년 10월 쌀 직불금 사태로 취임 7개월여 만에 사직서를 내야만 했다. 그러나 이 전 차관은 지난해 9월 직불금 부당수령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재 이 전 차관은 속초에 있는 경동대학 부총장, 건국대 석좌교수, 게이오대 객원교수 등을 맡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전 차관과 친분이 두터운 한 인사는 “(이 전 차관 사임시)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던 이 대통령이 조만간 다시 불러들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당시 이 전 차관과 함께 대표적인 여성 관료로 평가받던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논문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2008년 5월 물러났다. 박 전 수석은 청와대를 나와 모교인 숙명여대로 돌아갔고 지난해엔 이 대통령이 출연한 재산으로 설립한 청계재단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박 전 수석 남편인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에 연루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역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인연을 맺은 ‘S라인’ 중 한 명이다. ‘대운하 전도사’로 알려진 추 전 비서관은 이 대통령 선거캠프, 인수위원회, 청와대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핵심 측근으로 불렸다. 비록 ‘박연차 게이트’로 청와대에서 사직했지만 지난해 2월 창간한 <아우어 뉴스>에 정부 광고가 몰리면서 그 파워를 실감케 했다. 세금탈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취임 4개월 만에 사퇴했던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4월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컴백’했다.
이명박 정부 첫 조각에서는 3명의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김윤옥 여사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와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사퇴했던 것. 2년여가 흐른 지금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춘호 씨다. 이 씨는 지난해 2월 KT 사외이사로 신고식을 했고 9월엔 EBS 이사장에 올랐다. 당시 민주당은 “여성부 장관으로 추천됐다가 투기의혹으로 낙마한 부도덕한 인사를 교육방송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남주홍 씨는 비록 청문회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이후 정부의 통일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 외교안보 자문단에 참여했고 경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각종 강연에 연사로도 나섰다. 지난해 12월엔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로 지명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및 추진 과정에 보다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부터 대한 YWCA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은경 씨는 청문회에서 자진사퇴한 후 ‘본업’인 환경운동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7월엔 한승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한국물포럼’ 제2대 총재로 선출됐고 10월엔 세계물위원회 총회에서 여성 및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집행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경북 출신이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고등학교 후배(대륜고)이기도 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케이스다. 김 전 청장은 경찰청장에 내정됐지만 ‘용산 참사’에 지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사퇴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럽게 그만둬 뭘 할지 모르겠다”고 했던 김 전 청장은 지난해 5월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로 선임됐다. 자유총연맹은 이 대통령 ‘복심’으로 평가받는 박창달 전 의원이 총재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도덕성 시비로 역시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낙마한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소로펌 ‘로월드’에 영입됐다.
2008년 총선에서는 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공신 4인방이 나란히 패했다. 그중 ‘실세 중의 실세’라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국회 진출 실패는 단연 화제였다. 자신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은평구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전 의원에게 덜미가 잡힌 것이다. 이후 외유 길에 나섰던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회를 맡으면서 복귀했다. 그리고 ‘실세 위원장’으로서 파워 행보를 보이면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문국현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이 위원장이 올해 치러질 재·보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현재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박 수석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슬로건으로 내건 ‘중도실용’ ‘친서민’ 정책의 기획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8대 총선에서 ‘친박’ 열풍을 넘지 못하고 무소속 유재중 의원(부산 수영·현 한나라당)에게 완패했던 것이다. 당시 박 수석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개월 만에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임명되면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됐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아직도 재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측근들도 있다. 대선승리 일등공신이자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냈던 이방호 전 의원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경남 사천)에게 패한 이후 지금까지 두문불출 상태다. 친박계로부터 공천파동 장본인으로 지목받았던 터라 당내 복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이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출마하거나 다음 개각에서 농수산식품부 장관 등으로 입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 ‘형님’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은 총선과 재·보선에서 당 주류 측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무소속 친박 후보에게 패하면서 정치적인 상처를 입었다. 특히 정 전 의원 낙마는 이상득 의원의 당내 입지를 약화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검사 출신인 정 전 의원은 한때 청와대 민정수석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이 역시 ‘형님 특혜’라는 세간의 시선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 전 의원 역시 이방호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올해 지방선거 출마 혹은 청와대 입성을 통한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