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비공개 촬영회에서 일어난 모델 성추행과 협박 사건에 관련해 모집책을 담당한 피고소인 남성이 22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투버 양예원 씨와 같은 ‘비공개 출사’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모델이 6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유튜버 양예원 씨와 동료 이소윤 씨가 폭로한 비공개 촬영회 사건의 다섯 번 째 피해 모델을 지난 24일 저녁 불러 조사했다. 이 피해자는 양 씨와 같은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22일 양예원 씨와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지원한 바 있다며 그 실태를 고발하고 당시 계약서를 일부 공개했다. 센터에 따르면 모델들은 일반적인 피팅모델 촬영 명목으로 모집됐는데 계약을 위반할 시 모든 것은 모델인 ‘을’의 책임이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계약금 및 모든 손해액의 두 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이 계약서에 담겼다. 여기에는 촬영 수위와 그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포함되지 않았다.
촬영회를 운영하고 있는 스튜디오 업계에 따르면 노출 수위가 심각한 비공개 촬영회를 여는 곳은 서울에만 4~5개 정도 있다. 이 같은 비공개 촬영회는 사진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도 ‘성기 관람회’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한 스튜디오 대표는 “비공개 촬영회 참석자는 40~60대 남성이 대부분이고 여성 나체 촬영 목적으로 모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 한 사진 촬영 커뮤니티에서는 “리얼, 하드, 혼자놀기 등이 말이 들어가는 비공개 촬영회는 사진 촬영회가 아니다” “비공개 촬영회는 사진 연습하는 데가 아닙니다” 등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보통의 섹시 컨셉의 촬영회에서 모델의 신체 부위와 성기 등을 코가 닿을락 말락한 거리에서 수백 장 촬영한다. 가장 수위가 높은 하드코어 촬영회 경우 마지막 1시간은 모델이 촬영자 앞에서 자위 퍼포먼스를 하고 이것을 촬영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추가 비용을 내거나 사전에 계약을 하면 촬영 후 성관계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여성의 성기를 집중 관람 및 촬영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성을 매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즈음부터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출사, 비공개 촬영회를 열기 시작했는데 이는 일본에서 유행했다가 문제가 됐던 성산업과 흡사하다.
촬영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마추어 사진작가라고 소개하지만 사진업계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사진업계 관계자는 “출사, 촬영회와 같은 단어를 전문 스튜디오와 작가들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아마추어 작가를 표방하며 성추행을 작품으로 둔갑시키고 변태적 성욕을 채우는 작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스튜디오 실장 A 씨와 촬영회 참가자 모집책 B 씨는 계약을 통해 촬영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기 노출 사진을 찍는데 이를 계약서에 상세하게 적시하지 않는 것은 쌍방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은 양 씨 등 피해자들이 당한 성추행 문제와 함께 촬영된 사진이 유출된 경위도 수사하고 있다. 당시 촬영에 참가한 남성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고 이들로부터 사진 파일을 받아 유포된 사진과 비교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 씨가 피해를 입었던 스튜디오 실장 A 씨와 촬영회 참가자 모집책 B 씨 등 피고소인 2명에 대해 조사는 이미 이뤄졌지만 피해자가 늘어나 경찰의 추가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