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오세훈 시장,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 ||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선거를 분석하는 선거전략가들은 전국단위 선거를 어떻게 분석하고 예측할까. 견해와 시선은 다를 수 있지만 대략 구도와 인물, 전략을 기본틀로 상정하고 있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 아래서 집권 중반기에 진행되는 전국단위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나타낸다는 것이 일반적 평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디 오피니언’ 백왕순 부소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2년여에 대한 ‘동의’냐 아니냐가 선거의 기본구도로 나뉠 것”이라면서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집권 시기에 대한 회고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후보 간의 인물경쟁과 여야의 선거전략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나 결국은 이 역시 기본구도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년여 동안 무난한 성적을 보인 각종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보다는 그간 두드러졌던 갈등요소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당은 ‘일꾼론’에 기반한 조용한 선거로 수세적 입장인 반면, 정당 지지율에서 크게 떨어지고 있는 야당이 ‘3(호남)+2(중원)+알파’를 장담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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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지방의 살림살이를 끌어갈 일꾼을 뽑는 정책중심의 선거보다는 갈등요소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중심이 되는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선거를 앞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갈등사안은 단연 ‘세종시’다.
세종시 수정논의는 여야 간의 정쟁뿐 아니라 이미 여권 내 친이-친박 갈등으로 번져 충청권뿐만 아니라 영남권 주도권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실상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 방안을 내놓은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원안+알파’를 줄기차게 제기하면서 세종시는 여권의 후계구도와도 직접 연결되는 사안으로 비화됐다. 차기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총리가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서, 물러서는 쪽은 곧 후계경쟁에서 탈락하는 모양새가 됐다.
여권의 후계구도는 공천구도와 맞물려 당선가능성이 높은 영남권에서는 한나라당 공천 과정이 양측의 사생결단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영남권 광역단체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사인만 남았다”고 말할 정도다.
세종시 문제는 야당에게도 기회와 우려를 동시에 던지는 양상이다. 야당은 이미 세종시 문제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충북권에서 국회의원 다수를 확보하고서도 도지사와 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한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반전의 호기로 보고 있다. 또 충남과 대전권의 선전도 점친다. 보수적 색채에 걸맞지 않게 국회의원 집단삭발까지 단행한 자유선진당도 ‘충청권 대변정당’이라는 프리미엄을 확실히 챙길 태세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가 수도권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소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가 자칫 수도권-지방의 이해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진행되면 수도권 선거에 영향을 미쳐 우리에게 결코 유리한 이슈가 아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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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우리 전국단위 선거의 판세 저변에는 ‘지역’이 깔려 있다. 영남에선 한나라당이, 호남에선 민주당이, 충청권에선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여야 각 당이 각축전을 벌여왔고, 이번 선거 역시 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과거 선거 전체 판도의 승리 여부는 결국 수도권의 결과로 갈렸다. 서울시장, 경기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빅3는 차기 대선을 노리는 여야 내부의 권력지형과 직결돼 공천과정부터 치열한 세 대결이 불가피하다.
◇ 서울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알파요 오메가’로 통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국민 눈에는 ‘서울시장 선거를 어느 당이 이겼느냐’로 전체 선거판이 평가된다”며 “다른 지역을 다 지더라도 서울시만 이기면 희망이 있다고 보는 것이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만큼 여야의 후보 확정 자체가 뉴스의 중심에 올라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오세훈 시장의 재선가도에 대표적 소장파 인사인 3선의 원희룡 의원과 구청장 출신 김충환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혔다. 시민여론과 당원들의 선택을 혼합해 후보를 선출하는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오 시장 측이 ‘여론의 우위’를 앞세우는 반면, 원 의원은 ‘당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야당의 ‘견제론’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의 향배는 3~4월 이후 여론조사의 흐름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 중립성향의 한 서울지역 의원은 “3~4월 이후 여론조사의 흐름이 결국 당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권은 상대적으로 후보 결정 자체가 난항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후보 선출 이후에도 ‘야권 후보연합’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한명숙 전 총리 추대론과 경선을 통한 후보육성론이 부딪히고 있다. 민주당 주류 측은 한명숙 전 총리를 ‘범민주개혁진영’ 단일후보로 내세우자는 쪽에 기울어 있다. 국민참여당 후보로 거론되는 유시민 전 의원과의 단일화,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등을 고려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송파구청장 출신의 김성순 의원과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자 출신의 이계안 전 의원,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신계륜 전 의원 등이 “전략공천은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노회찬 전 의원을 후보로 이미 선출한 상태다.
◇ 경기·인천
경기도의 경우 한나라당 김문수 지사의 정치적 거취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김 지사가 경기지사 재선가도에 나서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듯 보이지만 한나라당 사정에 따라 7월 당권 도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김 지사가 재선을 위해 출마를 확정할 경우 당내 후보로 확정되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당내 주류로 통하는 경제부총리 출신 김진표 의원과 비주류 강경파인 이종걸 의원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이 의원은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 정세균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비주류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신당은 심상정 전 의원을 내세웠다.
인천시장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에 맞설 민주당 후보에 관심이 쏠린다. 안 시장은 3선 도전 의지를 피력했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윤성 국회부의장과 박상은, 윤상현 의원 등이 후보감으로 거론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 측근인 유정복 이학재 의원 등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나타내고 있는 안 시장은 ‘대세론’을 내세워 3선 고지를 점령한다는 복안이지만 여당 내 친이-친박 대결이 가열될 경우 ‘중립성향’인 그가 공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3선인 송영길 의원의 거취가 관심사다. 이미 김교흥 문병호 이기문 유필우 전 의원이 출마의지를 밝혔다. 송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송 의원의 인천시장 출마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황변경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왼쪽부터 이방호 전 의원, 김학송 위원장, 김두관 전 장관. | ||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김태호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경남지역. 친이계인 이방호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친박계인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이 사실상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이달곤 행안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본인들이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송-이방호 경쟁구도로 갈 경우 친이계가 정면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면지원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경남지사 선거에 나설 계획이어서 ‘제2의 노무현 돌풍’이 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친이 김범일 시장이 재선을 노리는 대구시장 선거도 친이-친박 경쟁의 회오리 속에 빠져들 수 있다. 친박인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 등이 출마를 놓고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을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김 시장이 후보선호도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3위권에 포진한 친박 후보들의 ‘단일화’가 이뤄지고 박 전 대표의 현지 영향력이 발휘된다면 역전극도 가능하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강원도지사 선거도 여권 내부 분화 선상에 놓여 있다. 친박계에서는 이계진 의원이 나설 전망이다. 반면 친이계는 아직 교통정리가 덜 된 상태다. 권혁인 전 행자부 본부장, 이윤영 그랜드코리아레저 감사, 조관일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회장, 허천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강원의 경우 특유의 영동-영서 간 경쟁 정서에 친이-친박 간 세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야권에서는 박연차 사건에 연루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강원지사 출마의사를 갖고 있는 이 의원은 지역 내 높은 인지도와 탄탄한 지지세를 갖춰 현재 진행 중인 재판결과가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충청
충청권은 세종시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격돌이 예상된다. 충북의 경우 민주당은 국회의원 선거구 8석 중 6석을 장악한 만큼 충북지사 선거 승리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정우택 지사에 맞서 이시종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자유선진당에는 보은·옥천·영동에서 5선을 지내며 맹주로 자리 잡은 이용희 의원이 있지만 지사 출마에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에서는 자유선진당과 민주당 간의 각축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완구 지사가 세종시 수정을 이유로 지사직을 사퇴할 정도로 여당에 대한 정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친노 핵심인 안희정 최고위원이 뛰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박상돈 변웅전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외부인사 영입론도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충남은 정당선호 조사에서 답하지 않는 비율이 40%를 넘는다”면서 “지역 요구를 대변하는 정당이 누구냐를 보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전망했다. 무응답층의 표심이 결국 선거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대전·전북
대전광역시장과 전북도지사 선거는 ‘4년 만의 재대결’이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은 민주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옮긴 염홍철 전 시장과의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 염홍철 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이던 박성효 현 시장은 염 전 시장에 맞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민주당에서는 선병렬, 김원웅 전 의원이 준비하고 있다. 박병석 의원이 물망에 올랐으나 본인은 중앙정치권 활동으로 이미 방향을 정했다.
전북도지사 선거에서는 김완주 현 지사가 4년 전 경쟁했던 정균환 전 의원과 다시 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지사는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 민주당 후보이던 정 후보에게 신승해 열린우리당 유일의 광역단체장으로 당선됐었다. 정 전 의원이 민주당 공천신청을 준비하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강봉균 의원, 한광옥 상임고문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정세균 대표와 이번에 복당하는 정동영 의원의 뿌리가 전북인 만큼 공천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 광주·제주
민주당 아성인 광주광역시장 선거의 경우 공천방식부터 예비후보 간에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세균 대표 등 당내 주류가 ‘공천혁신’을 명분으로 시민공천배심원제 적용을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박광태 시장이 ‘특정인 밀어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출마를 선언한 강운태 이용섭 의원이 당내 주류-비주류와 묘하게 얽혀 있고, 시민지지와 당내 지지가 엇갈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동채 양형일 전 의원과 정찬용 전 청와대인사수석 등이 채비를 갖췄다. 민주당 공천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무소속으로 나서는 후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선거는 무소속 간의 대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점쳐진다. 무소속인 김태환 현 지사에 맞서 우근민 전 지사가 역시 무소속으로 나설 태세다.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대표가 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 후보에 뜻을 두고 있다. 현동훈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노리고 최근 구청장직을 사퇴하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김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