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선거연대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경기·경남 선거구도 주목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대한 관심사 중 하나는 야권의 후보단일화 여부다. 야권에선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여당인 한나라당에 맞서고 있지만 민주당뿐 아니라 여타 야당들 모두 대안세력으로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지는 못한 상황. 이러한 야권의 한계를 ‘보완’해줄 가장 파급력 있고 매력적인 방안은 바로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다. 역대 선거에서도 후보단일화 및 더 나아가 합당으로 인한 ‘깜짝 효과’는 큰 힘을 발휘해온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의 후보단일화 여부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18일 모노리서치의 정기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34.9%가 ‘야권단일후보’를 택하겠다고 답해 ‘한나라당 후보’를 택한 이들(29.5%)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 2월 1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야권단일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41.6%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40.1%)보다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주목할 것은 연령별로 보았을 때 특히 30대와 40대에서 ‘야권단일후보를 택하겠다’는 의견이 각각 42.0%와 39.8%로, ‘한나라당 후보 선택’(각각 24.1%, 21.3%)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 모노리서치 손석우 팀장은 “실제 선거에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고 있는 30~40대에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 30~40대 층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권에 유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권역별로는 경기와 호남, 충청권에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 ‘한나라당후보’와 ‘야권단일후보’를 택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경기권 26.9%, 37.7%, 호남권 17.0%, 38.0%, 충청권 13.2%, 55.6%로 나타났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가 과반 비율에 이르러 야권연대가 성사될 경우 파괴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맞물려 야권의 후보단일화 여부에 큰 관심이 쏠려 있는 경기지사와 경남지사 선거 구도도 주목된다. 경기권은 수도권 중에서도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의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곳이기도 하다. 경기지사의 경우 현재 김문수 지사의 지지율이 가장 높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유시민 전 장관이 2위로 부상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김 지사에 비해 낮은 수치지만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앞서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보듯이 ‘시너지효과’에 따라 득표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경남지사는 ‘무소속’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선전으로 야권단일화 여부에 대한 관심이 가장 증폭되고 있는 곳. 여론조사 결과 김 전 장관이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한나라당 후보로 예상되는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 이방호 전 사무총장 등과 팽팽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마산·창원·진해의 경우 민노당 후보에게, 거제의 경우 진보신당 후보를 밀어주는 식으로 야권 연대가 성사되고 김두관 전 장관이 단일후보로 나선다면 폭발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KSOI의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야권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야권 정당지지율의 합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이는 야권 정당 지지에 의한 야권단일후보 선택이 아닌, 현 정권에 대한 반감과 견제 의식으로 인한 의사 표출이다. 때문에 실제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젊은층 투표율 초미관심
지방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지지 정당이 없는’ 이른바 ‘무당층’의 비율이 오히려 늘어가는 추세여서 이 점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관심사다. 여론조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최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무응답’을 선택한 비율이 20%대를 넘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선거 국면임에도 무당층이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은 현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응답자들은 투표에 의해 과연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의 무당층이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새로운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고 이러한 환경 변화는 각 당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실장은 “한나라당 지지층은 보수 성향이 강하고 새로운 이슈에 대해 민감성이 덜하다. 야권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지지층이 다시 결집할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특히 젊은 유권자층을 선거에 얼마나 불러들이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2일 모노리서치 조사에서 ‘오는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인가’란 물음에 응답자 중 36.5%는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고 했으나 26.1%는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눈에 띄는 것은 20~30대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평균 지지율을 훨씬 웃돌았다는 점. 20대층에서는 한나라당,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33.4%, 32.8%, 30대의 경우 각각 23.4%, 31.5%로 나타나 젊은층의 투표율이 두 정당의 희비를 엇갈리게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전 여론조사 정확도는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시작되면서 예비후보들의 지지도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것 외에 예비후보들이 여론조사기관에 직접 의뢰해 비공식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이 결과는 예비후보들이 언론에 직접 배포하거나 홍보전에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예비후보들이 직접 의뢰해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얼마나 ‘정확도’가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표본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오차범위도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빙의 경쟁을 하고 있는 후보들의 경우 조사마다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여러 조사결과 중에서 예비후보들이 ‘선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만을 공개하기 때문에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해 공개하는 결과와는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홍보전에 이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예비후보들은 설문문항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요구하거나 여러 명의 후보들 중 자신을 최대한 앞 번호에 배치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고. 간혹은 조사 결과가 자신의 예상과 다르다고 해서 낙심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는 것.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응답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여러 번 듣게 하기 위해서 후보들의 가상대결 조사시 꼭 1번에 넣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투표를 여러 번 해야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다. 이름을 알고 있을 경우 선택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부터 예비후보들이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선관위에 사전 신고를 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부당한’ 요구는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또한 해당 여론조사기관에서도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지를 돌려가면서 듣게 하는 등 조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