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산 연구로 경상대학교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박현순 씨(오른쪽)와 그의 연구에 큰 도움을 준 안수산의 아들 필립 커디 씨(왼쪽 사진). 필립 커디 씨와 생전의 안수산이 안수산의 젊은 시절 사진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경남=일요신문] 조정기 기자 = 우리에게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딸’로 알려진 ‘안수산’을 연구한 첫 논문이 나와 화제다.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이상경) 대학원 사학과 박현순(49ㆍ진주시 이현동) 씨는 ‘코리안 아메리칸 안수산 연구(A Study of Susan Ahn Cuddy as Korean-American)’(지도교수 신종훈)라는 논문으로 24일 오전 10시 30분 경상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열리는 2017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는다고 밝혔다.
박현순 씨가 연구한 안수산은 도산 안창호의 딸이다. 1915년 1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산 안창호와 이혜련의 맏딸로 태어난 안수산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미국 해군에 입대해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으로서 최초의 해군 장교, 미국 여성으로서 최초의 포격술 장교가 됐고 해군 대위로 통신본부의 암호해독팀에서 복무했다. 제대한 뒤에는 국가안전보장국 내 중요부서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의 안수산은 독립운동가의 딸로서 한국과 끊임없이 소통했고, 동시에 한인 이민 개척자들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코리안 아메리칸 공동체(Korean-American Community)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그녀의 모든 삶을 할애했다.
21세기가 시작된 후에도 15년을 더 살았던 안수산은 무엇보다도 젊은 코리안 아메리칸 2세들 교육에 몰두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제시하며 ‘누구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줬다. 그녀는 타계하기 하루 전인 2015년 6월 23일까지도 공식 석상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2세들에게 강연을 하는 등 100세 고령 여성의 행적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운 강인함을 보여줬다.
안수산 생전의 주요 기록으로는 2003년 올해의 여성상 수상, 2006년 아시안 아메리칸 저스티스 센터(AAJC)가 수여하는 ‘아메리칸 커리지 어워드(American Courage Award)’ 한인 최초 수상, 2008년 미국 대통령 후보 오바마 지지 연설, 2013년 LA다저스 홈경기 중 게임의 베테랑(Veterang of the Game) 선정, 2015년 3월 10일 LA카운티 정부의 ‘안수산의 날’ 선포, 2015년 ‘Born to Lead’ 연극 공연 등이 남았다.
사망 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서는 그를 ‘미국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여성 영웅(UNSUNG WOMEN)’으로 선정했고 2018년에는 ‘아시안 아메리칸 및 태평양 도서지역 미국인 유산의 달’을 맞아 백악관 성명에서 안수산의 이름을 거명하며 그의 행적에 존경을 표했다.
그가 미국 역사에 매주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언론에서 보도한 신문기사들 외에는 알려진 자료가 거의 없다. 유일한 자료로는 2003년 번역 출간된 그의 전기 ‘버드나무 그늘 아래’가 있다.
박현순 씨는 “대학원에서 세계사적인 맥락에서 간과되었던 여성 인물을 찾고자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발굴한 인물이 안수산이었다”며 “안수산은 도산 안창호의 딸이기도 하지만 중첩된 차별과 억압이 만연했던 시대에 한계를 극복하고 미국 주류 사회에 속한 여성 인물이었다”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박현순 씨 자신이 결혼 후 20여년 동안 여성운동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고 따라서 여성사를 연구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박현순 씨는 “그들이 꼭 사회변혁을 위한 운동을 하지 않았고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여성으로서 관습과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았다면 이미 그들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박현순 씨는 2017년 1학기 종강하는 날 미국으로 건너가 안수산의 아들 필립 커디(Philip Cuddy) 씨의 도움을 받아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한번도 ‘연구된’ 적 없는 안수산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한 자료를 모은다. 주로 신문기사와 전기, 인터뷰였다. 국내로 돌아와 논문을 쓰는 동안에도 커디 씨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박현순 씨는 전한다.
박현순 씨는 “현재 미국사회에서 안수산은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장벽을 낮추는 것으로 미국 역사 진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그가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시민참여를 증진시켰고 여러 커뮤니티 간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발전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하고 “한마디로 안수산은 개척자적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현순 씨는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안수산 연구를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안수산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역사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그에 대해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 이유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 애초에 논문을 시작한 출발점이었다”며 “나는 그 원인 중 일부를 우리 사회의 민족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찾고자 했고 일부 내용을 정리해 두었다.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다는 것이 검증되면 이른 시일 내에 후속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사과정에서는 이주한인공동체 내에서의 여성의 역사로 연구를 좀 더 확대시키고자 한다”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이주 한인의 역사에서 여성들의 역사는 배제되어 왔다. 이주한인공동체 내에서 여성들은 정치적 역할이나 사회적 변혁운동과 무관하게 온전히 개인의 삶을 묵묵히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삶을 역사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자신의 연구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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