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국민은행이 단순히 자산 규모 1백97조원의 국내 1위 은행이자, 세계 랭킹 68위의 거대 은행이라는 것에 대한 주위의 시샘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올 초 국민은행에 이어 자산 규모 2위인 우리은행(구 한빛은행)은 국민은행이 독점 운용하고 있는 ‘국민주택기금’을 우리은행에서도 관리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해 파문을 일으켰다.
현재 국민은행이 독점 관리하고 있는 국민주택기금은 서민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빌려주기 위해 마련해둔 자금으로, 약 4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과거 이 기금은 국민-주택은행이 합병하기 전부터 주택은행이 보유했던 것으로, 자연스럽게 통합 국민은행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탄원은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우리은행측이 주장하는 핵심을 뜯어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는 게 은행가의 분석이다. 국민주택법에 의해 만들어진 이 기금은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위한 목적’에 사용돼야 하며, 기금운용에 따른 수익 역시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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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국민은행과의 통합 전 주택은행이 뉴욕 증시에 상장됐을 당시의 김 행장(왼쪽). | ||
그러나 우리은행 등 타 은행들은 국민은행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70%를 넘을 만큼 한국계 은행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인데도, 공돈이나 마찬가지인 이 기금을 그대로 국민은행에 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결국 40조원이라는 자금을 깔고 앉은 국민은행은 기금관리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지만, 수익의 70%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감에 따라 국부유출이 불가피해 국민을 위한 기금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
실제로 2002년 6월 말 현재 국민은행은 뱅크오브뉴욕 14.43%, ING베어링 4%, 골드만삭스 2.27% 등 외국인 보유 지분이 70.23%에 달한다. 우리은행 등 타 은행들이 국민은행을 향해 펴는 집중공세의 타깃은 김정태 행장인 듯하다.
김 행장은 누가 뭐래도 현 정권 들어 가장 각광받은 금융계 인사. 전남 광산 출신인 김 행장은 광주일고-서울 상대를 나와 지난 70년 조흥은행에 입행, 금융계에 몸을 담았다. 4년간 은행에서 근무하다 대한투자금융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대신, 동원증권(구 한신증권) 등에서 지난 98년 주택은행장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근무했다.
김 행장은 주택은행장으로 옮긴 이후 수익성 위주 경영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덕으로 통합 국민은행장으로 유력시되던 김상훈 당시 국민은행장을 누르고 행장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금융계에서는 그의 국민은행장 선임을 두고 정권 고위층의 입김이 있었다느니, 호남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등의 근거없는 추측들이 난무했다.
김 행장이 통합 국민은행장으로 부상하자 기존 은행계에서는 그를 두고 ‘신금융 개혁의 선봉장’ 등의 찬사와 함께 ‘은행가의 이단아’ ‘언론이 만들어낸 스타’ 등의 따가운 비판도 줄을 이었다. 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이순철 금감원 부위원장보를 국민은행 ‘복수감사’로 선임한 사례 등을 보면 김 행장이 외국인 주주를 등에 업고 지나치게 컸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했다.
은행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지난 7월 초부터 ‘노마진 대출’을 전격 선보이자, 또 한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행장은 소매금융의 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기업대출로 전환하기 위해 별도의 마진없이 대출을 해주는 이 파격적인 상품을 선보였다. 국민은행측은 이 제도에 대해 “은행도 앉아서 장사하던 시대는 끝났다.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상품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이 제도가 향후 은행 전체에 엄청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신한은행의 경우 노마진 대출을 실시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마진을 높인 전례가 있다”며 “국민은행의 경우도 기업들의 자금이 물리는 시점이 되면 마진을 높일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률에 저촉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는 김 행장이 명백히 공익을 위반하고 은행부실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은행의 수장으로서 ‘상도(常道)’가 있는 인물인지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재경부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했다. 경쟁 은행들은 김 행장이 지난 7월 말 공개적으로 선언한 ‘신입사원 전원 MBA 유학 지원제도’를 예로 들어 “지나친 한건주의식 경영이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김 행장이 제시한 이 제도의 골자는 입사 4년차를 대상으로 해외 MBA 학위취득을 위한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것. 이번에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적용되는 이 제도는,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치는 데 드는 비용이 한 명당 2억원선이고, 국민은행의 신입사원수가 매년 1백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은행측이 부담하는 비용은 엄청난 규모이다.
이 제도에 대해 타 은행 인사담당 관계자들은 “김 행장이 밝힌 이 제도는 지원조건으로 미국 내 10위권 학교에 입학할 때만 지원해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으며, 이는 업무와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은행원들로서는 그림이 떡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같은 비현실적인 제도 시행을 발표한 것은 김 행장의 언론플레이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은행계 일각에서는 “최근 해외언론사인 B통신 등에서 김 행장에 대해 호평을 한 이유는 외국인 주주들의 이익만 대변해주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결과”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 행장에 대해서는 기존 은행계 뿐 아니라 재계의 시선도 그리 곱지 않아 보인다. 김 행장은 최근 “재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면서 상의도 없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의없이 사업을 벌리는 재벌에 대해서는 대출금을 바로 회수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우 확대재생산을 해야 하고, 투자나 경영은 기업 경영인의 몫인데도 김 행장이 돈줄을 앞세워 기업경영을 지배하려는 것은 구태적인 발상”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행장을 둘러싼 설왕설래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업계의 타깃이 됐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일축했다. 정혜연 기자 ch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