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토지공개념이란 상대적으로 제한된 토지를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이용하자는 이론이다. 헌법 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조항과 제23조 2항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에서 토지공개념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토지공개념은 1970년대 말 처음 논의된 이후 노태우, 노무현 정부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6대 도시에 한해 1가구가 200평 이상의 택지 취득 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초과 보유 시 부담금을 물어 원칙적으로 택지를 초과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택지소유상한제’, 개인이 소유하는 유휴 토지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서 발생하는 초과이득 일부를 조세로 환수하기 위해 과세하는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사업 등의 요인으로 인해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개발부담금제’ 등이 논의되거나 시행했으나 위헌 결정 등으로 무산된 전력이 있다.
하지만 1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토보유세’라는 토지공개념이 담긴 정책을 건의하고 13일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참여정부 때보다 최대 0.2%p 오른 3.2%로 책정함에 따라 한동안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한민국의 부동산투기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줄이고, 그 이익을 환수해 국민의 이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토보유세의 신설은 소득불평등의 해소와 일자리감소에 대한 대책과도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아 조세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27%로 미국 실효세율 1.4%의 5분의 1에 불과하며 스웨덴(0.43%)과 덴마크(0.69%)의 절반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재명 지사는 “국토보유세로 기본소득정책을 시행해 가처분소득 증가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라면서 “전국적 일괄 시행이 어려우면 시‧도 형편에 따라 특정지역을 우선 시행할 수 있도록 조례에 위임하면 된다”고 했다.
이재명 지사가 구상하는 국토보유세는 ‘토지’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건물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와는 다르다. 이 지사는 종부세와 재산세 등에서 토지 부분만을 떼어내 통합 과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경기도는 국토보유세는 지방세기본법의 지방세 세목과 지방세법의 과세표준 및 세율 등의 규정을 개정해 신설하고, 도는 기본소득정책 시행을 위한 목적세로 시행해 특별회계로 운영하면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도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부동산이 특정 소수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했다. 세금에 대한 저항은 세금을 걷어서 다른 데 쓴다는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유세를 걷어 국민에게 그대로 돌려준다면 저항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당대표도 “토지공개념을 도입해놓고 실제로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다 보니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중앙정부에서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모색해 달라”고 답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경기도가 소득주도 성장의 성공모델을 확실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보유세 도입도 같은 정책이라고 본다”며 이재명 지사를 거들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서는 초과분양 수익을 공공환수해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토지공개념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경기도는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한 다산신도시 내 공공분양주택 7469가구의 분양수익을 임대주택 1만 2108가구의 건립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재명 지사는 국가 정책적으로 공공분양 수익을 장기공공임대주택 재원으로 투입하고 나아가 민간부문의 초과 분양수익 공공환수제도(분양가에서 표준건축비 기준 건설비용, 건설사의 적정 이윤, 분양인의 적정 이윤을 제외한 차액을 공공환수해 장기공공임대주택 재원으로 활용) 도입을 위한 법령 개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국가가 필요하면 토지 이용에 제한을 두고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토지공개념을 대통령 개헌안 제128조 제2항에 명시했다. 일각에서는 사유재산 침해, 사회주의 국가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토지에 대한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현 정권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3일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로 걷힌 세수는 전액 해당 지역의 발전에 사용하겠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제한된 국토에서 부동산의 무한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반대로 경제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해묵은 논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이 돼버린 양극화 문제, 주거난, 저출산 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된 토지공개념이 부동산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