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양부남 검사장의 판단은 검찰 외부위원회의 판단에서 ‘지나치다’고 결론이 났고, 결국 대검찰청 김우현 당시 반부패부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곧바로 이뤄진 검찰 인사에서 “금기시되는 상명하복을 한 죄로 징계성 인사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양부남 검사장은 의정부지검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문무일 총장이 양부남 검사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청와대에 내비친 덕분에 ‘덜 중용’된 게 의정부지검장이라는 말까지 돌았을 정도다. 청와대가 양부남 검사장 등 수사팀의 폭로에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높게 평가했다는 게 검찰 내 공공연한 후문이다.
조직(검찰)을 상대로 한 개인(검사)들의 항명이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인데, 오히려 정부(법무부)는 이번 기회에 아예 검사가 개인적으로 검찰 안팎의 문제에 대해 외부(언론)에 표명하는 것을 더 쉽도록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당연히 우려도 상당하다. 특히 부장검사 등 간부급 검사들은 “조직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검사들 언로 열어줘야…피의사실 공표 문제 제한”
법무부가 손 본 것은 검사윤리강령. 기존 검사윤리강령 제21조는 검사가 외부 기고·발표를 하려면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기존 시스템을 살펴보면, 검사들은 사전에 소속 기관 내 부장검사, 차장검사, 기관장에게 각각 승인을 받고 이를 대검찰청이 통제했다. 아니, 애초에 검사들이 먼저 인터뷰를 하겠다고 승인을 올리는 것 자체가 불문율에 가까웠다. 가뭄에 콩 나듯 있는 경우에는, 대검찰청은 구체적인 보도 내용이나 주제를 확인한 뒤 인터뷰나 기고 등을 승인했고,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얘기해도 되는지’를 설정해줬다.
jtbc방송 캡쳐
하지만 최근 이를 비웃듯, 외부를 통해 검찰 내 문제를 폭로하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서지현 검사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JTBC ‘뉴스룸’에 출연·폭로해 대한민국 사회 내 ‘미투 운동’의 불을 지폈다. 또 안미현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과정에서, 간부들의 부당한 지시를 MBC와의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이런 검사들의 문제 제기를 더 권장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생각이다. 이번에 개정된 강령은 검사 개인의 자유로운 외부 발표를 보장하는 데 방점이 있다. 기존 승인이었던 외부 기고나 발표를, 신고로 바꿨다. 기관장 등에게 “하겠다”는 의사만 전달하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이다.
대신 수사에 관한 사항은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적용해, 외부에 기고하거나 발표하는 내용에 수사 중인 부분(피의사실)이 들어갈 수는 없게끔 제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 상황과 관련이 없는 사회적 문제에 관한 의견 표명은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는데, 극도로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검찰을 감안할 때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통제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수사 과정의 모든 내용이 다 외부로 알려질 수 있는 것 아니냐” (A 차장검사)
하지만 부장, 차장검사급 이상 간부들의 생각은 다르다. 예민한 정보를 다루는 검찰에게 ‘언론의 자유’는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다른 간부급 검사는 “수사 도중 오간 대화들이 모두 언론에 나올 수 있게 됐다”며 “우리가 그동안 극도로 조직을 통제해 온 것은 수사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잡음, 특히 수사 검사와 간부, 혹은 수사팀과 대검찰청 간 의견이 다를 때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만 알고 가야 한다. 언론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룰 때문인데 이제 그런 부분까지 언제든 언론에 다뤄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도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선 안미현 검사. 박정훈 기자
실제 지난 5월 안미현 검사가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안 검사는 검사장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검사장은 “사실 관계가 더 확인된 후, 승인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지만 안 검사는 이를 강행해 ‘징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검찰 내 반발이 상당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검사는 “주목받지 않는 작고 소소한 형사 사건을 처리하며 바쁘게 지내는 검사들이 대부분인데, 몇몇 검사들이 언론에 노출돼 스타검사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불쾌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며 “그들의 폭로가 검찰을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주 작고 일부에 국한된 검찰의 문제를 마치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포장해 인터뷰하다 보니 우리 같은 평검사들은 일은 일대로 하면서 욕은 욕대로 먹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안재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