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알산 분석을 위한 주인-손님 전략, (a)두 시알산들의 구조를 이 연구의 분석전략(b)을 통해 혼합된 용액을 질량분석기로 측정(c)해 관찰한 스펙트럼으로 분석해 각 1대1 복합체를 형성함을 알 수 있다.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지만 바이오의약품 속에 다량 포함돼 있는 시알산의 정량 분석 방법이 보고됐다.
고려대 김준곤 교수와 충남대 안현주 교수 연구팀은 주인-손님 화학을 이용해 인간이 아닌 포유류의 시알산을 유도체화하지 않고 분석해내는 방법을 제시했다.
주인-손님 화학이란 주인 역할을 하는 분자가 자신의 분자 구조 내에 손님 분자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안정한 복합체를 형성하는 현상을 연구하는 화학 분야다.
김준곤 교수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기체상 주인-손님 화학이 단당류 이성질체와 같이 구조적 차이가 적은 저분자들을 정성, 정량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후 이 전략을 좀 더 실질적으로 사용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글리코믹스 연구를 활발히 하던 안현주 교수와 만나 공동으로 비인간 시알산(Neu5Gc)의 분석을 시작했다.
시알산 중 하나인 글리콜뉴라민산(Neu5Gc)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며 포유류의 세포 및 추출물로 제조한 치료용 단백질에 다량 존재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과량 투여되는 의약품에서의 함량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액체 크로마토그래피를 사용해 글리콜뉴라민산을 분리해 또 다른 시알산인 아세틸뉴라민산(Neu5Ac)과 구분하기 위해 유도체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기체상 주인-손님 화학을 이용해 두 종류의 시알산을 유도체화나 추가적인 분리 없이 높은 감도로 정량해냈다.
연구 결과 두 시알산의 용액 상태의 농도 비가 기체 상태에서 주인-손님 복합체 비율과 비례했다. 복합체 형성 비율은 주인 분자의 구조 인식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점을 이용해서 각 시알산 복합체 이온의 세기를 비교분석하는 원리다.
개발된 분석법은 글리콜뉴라민산을 최소 농도 1.6pmol(피코몰)까지 정량할 수 있어 유도체화가 필요한 기존 분석법들과 비견된다.
또 대표적 치료용 단백질인 세툭시밥, 에리스로포이에틴 등을 포함한 7종의 당단백질에서 시알산 함량을 확인함으로써 분석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진행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실험에 필요한 당단백질들을 준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당단백질은 바이오 물질들이어서 그 금액도 보통 화합물에 비해 비싸고, 주문 후 배송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또 치료용 당단백질들은 의약품이므로 구입 방법이 매우 어려워 이 과정에서 고려대 안암병원 윤승규 교수의 도움을 받아 이번 연구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오른쪽에서 부터 김준곤 교수, 안현주 교수, 이현희 제 1 저자
김준곤 교수는 앞으로의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주인-손님 화학과 기체이온화학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질량분석법 기반 분석법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서 겪는 문제해결에 적용한 것”이라며 “향후 분석에 어려움이 있는 다른 표적 물질에도 적용하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8월 28일자에 논문명 ‘Accurate Quantification of N-glycolylneuraminic Acid in Therapeutic Proteins Using Supramolecular Mass Spectrometry’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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