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스스로 발의한 안건에 대해서조차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제주도의회의 역할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하수관역류사태로 비롯된 제주신화월드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가 불발되면서 제주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문제는 지난 7월 4일부터 8월 6일까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리 교차로 인근 지역에서 오수가 도로로 역류해 엄청난 악취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신화워터파크가 문을 열면서 너무 많은 물을 배출시킨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제주도의회 허창옥 의원(무소속, 서귀포시 대정읍)은 지난 3일 열린 제364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제주신화역사공원 일대에서 발생한 하수역류 사태와 관련해 “집행부는 특정시간내 배출량의 일시 유입으로 역류된 것으로 제시했지만, 저나 도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허창옥 의원은 “이번 오수 역류 사태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런 자본과 이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JDC, 이에 동조 또는 묵인해준 무능한 제주도정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동의시 신화역사공원의 1인당 물사용량 원단위는 1인 333리터로 적용돼 있었는데, 최종 사업계획 승인시에는 136리터로 약 200리터가 적은 기준이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허창옥 의원은 “신화월드의 오수 역류 사고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만약 대규모 개발사업장의 배출하수량이 현재의 시설로 부족할 경우 도민의 세금으로 증설을 해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화워터파크. [사진=신화월드]
이와 관련 허창옥 의원은 지난 18일 하수 역류로 논란이 이어진 제주신화역사공원 등 도내 50만㎡ 이상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해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발의했다.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는 찬성의원 22명(도의원 3분의1 이상 발의)으로 이뤄졌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1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을 상정했지만 결국 부결됐다.
재석의원 34명 중 찬성이 13명, 반대 8명, 기권 13명이었다.
허창옥 의원이 행정사무조사를 대표발의할 당시 찬성한 의원은 22명이었다. 3일이라는 기간 동안 찬성 의원 22명 중 일부가 생각을 바꾼 것이다.
특히 이번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거나 기권한 의원 중 15명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회의가 끝난 직후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연대회의는 “이번 표결에 참여한 의원 36명 중 무려 21명이 반대 또는 기권에 투표하면서 민의를 배신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도정질의에서 강력한 비판과 문제 제기를 했던 도의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이어 “이번 표결로 민선 7기 제주도의회 출범과 함께 도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도정 감시와 견제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도의회의 약속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제주도의회는 민의를 배신함은 물론 자신들이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환경의 가치조차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지방자치의 가치와 의원 스스로의 품격도 마찬가지로 휴지조각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표결의 핵심적인 책임은 제주도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에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도민의 민의와 환경의 가치를 최우선 하겠다고 말해 왔다. 민선 7기 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에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된 것도 이런 공약에 동의한 도민들이 지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표결로 더불어민주당이 도민사회와 환경을 얼마나 도외시 하고 있는가를 이번 표결이 명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정조사 발동 부결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정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즉각 사과하고 이번 부결사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행정사무조사 이상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즉각 요구한다”며 “이번 부결사태에 관여한 도의원들이 아무런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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