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안희정 부소장, 염동연 전 특보, 이강철 특보 | ||
자동차를 마련해준 친구가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해명성 글에 따르면, 안희정 부소장의 친구들이 모인 것은 지난 2월께였다.
그는 이 글에서 ‘많은 세월이 지나, 각자 다른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느라 자주 모이기 어려운 친구들이었지만, 안 부소장이 청와대로 가지 않고 정치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길을 택한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말에 기꺼이 모인 자리였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자리서 한 친구가 ‘안 부소장의 낡은 차를 바꿔주자’는 말을 했고, 모인 이들이 함께 자동차를 마련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또한 그는 나중에 그 일을 알게 된 안 부소장이 친구들의 성의에 감사해하면서도 여러모로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친구들의 반강제에 밀려 차를 받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차량의 명의를 친구 이아무개씨의 A회사 명의로 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안 부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차량 구입에 도움을 준 친구들은 ‘평범한 회사원이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들’이라고 밝혔다. 또,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고려대 83학번 동기로 10년 이상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전혀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차량 등록이 친구의 회사 명의로 된 것과 관련해서는 ‘혹시 남들이 오해할지 모르니 명의는 우리 이름으로 해놓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러나 차량이 친구 회사 명의로 돼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인터넷에 ‘차도 친구들이 돈 모아 사주고, 세금까지 친구들이 내는 것이냐’며 비난성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던 것. 또 차량 구입 시점이 노 대통령 취임 직전이었다는 점도 논란거리였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느라 자주 모이기 어려운 친구들’이 왜 하필 노무현 정권 출범을 앞두고 모였느냐는 비난이 일었던 것.
네티즌들 중엔 ‘노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시점에 그것도 안 부소장이 핵심측근으로 부상한 이후에 왜 자동차를 선물했느냐’며 ‘저의’를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격언을 들어 꼬집는 이도 있었다. 결국 안 부소장은 ‘기대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친구들로부터 받은 차를 돌려주겠다’고 해명함으로써 ‘자동차’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 지어졌다.
안 부소장의 ‘SM5’ 소동이 있은 직후, 노 대통령의 두 핵심측근 염동연, 이강철 특보를 둘러싼 ‘자동차’ 구설도 잇따랐다.
염 전 특보의 경우 지난 3월 초, 기존의 ‘그랜저XG’ 자동차를 ‘에쿠스’로 바꿨다. 염 전 특보는 “대선을 치르고 나니 20만km 이상을 뛰어, 차가 종종 멈춰 서기도 했다”며 “함께 동승했던 모 언론인도 ‘차 좀 바꿔야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염 전 특보도 ‘자동차’ 구설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가 이용하는 ‘에쿠스’ 자동차의 명의 역시 자신의 동생 회사 명의로 돼 있기 때문이다. 염 전 특보는 “영등포에서 사업하는 동생 회사 명의로 차를 구입했다”며 “내가 이것저것 눈치보며 차 바꾸는 것을 주저하니까, 보다 못한 동생이 자신의 회사 명의로 차를 바꿔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보에 임명된 이강철 특보 역시 ‘자동차’와 관련, ‘차를 바꿨다’는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직자들에게 중형차를 이용하는 모습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차가 없어 내 일을 도와주는
후배의 10년 된 갤로퍼를 같이 타고 다닌다”고 해명했다.이 특보는 지난해 11월 이후 경북대 후배 권아무개씨 소유의 갤로퍼를 이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특보 부인 명의로 돼 있던 ‘경차’는 서울로 이사하면서 동생에게 명의 이전을 해줬다고 측근은 전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세 핵심측근 모두 자기 명의의 자동차 대신, 친구 회사, 동생 회사, 대학 후배 명의의 자동차를 이용해 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