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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남기 위원장 | ||
두 사람은 최근 공정위가 밝힌 6대 재벌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문제로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표면상 불공정 조사에서 불거졌지만, 속을 뜯어보면 그동안 정책당국과 재벌간에 쌓여온 해묵은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먼저 선제공격을 가한 쪽은 이남기 위원장. 그는 최근 재벌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를 조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이 타깃으로 제시한 대상은 삼성, LG, SK, 현대차, 현대그룹, 현대중공업 등 6곳. 이들 재벌 계열사 중 40여개사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일단 이 위원장과 공정위는 “주요 재벌들의 결합재무제표 발표 결과 내부거래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그러나 이같은 이 위원장의 방침에 대해 손병두 부회장은 “조사방식과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노골적으로 반발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지난 24일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서머포럼에서 “실제로 불공정 행위가 적발됐을 때 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순리인데도 마녀사냥식 일제조사는 지양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손 부회장은 “이 위원장이 연초에 올해는 내부거래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이 위원장의 방침에 정면 공박하고 나섰다.
이들 두 사람의 대립은 어쩌면 예고된 갈등이었는지도 모른다. 현정부 출범 이후 4년동안 재벌개혁의 칼날 앞에 몸을 숙여온 재벌들이 정권 말기를 맞아 제몫찾기에 나서면서 정-관-재계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특히 재벌의 입장에서 보면 현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산업빅딜과 구조조정, 부채비율 2백% 가이드라인 설정, 결합재무제표 강제 작성, 주5일근무제 등 잇따른 개혁적인 정책으로 거의 빈사상태에 놓였다.
불만이 누적됐지만 정권의 서슬에 가슴앓이만 해온 재벌로서는 잃어버린 기득권을 회복하기 위한 전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정권 말기를 맞아 일시에 이같은 불만들이 폭발한 것이다.이를 대변하고 나선 사람이 손병두 부회장이다. 손 부회장은 그동안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사실상 카리스마도 상실한 상태였다. 그가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은 재벌의 재기를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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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병두 부회장 | ||
사실 결합재무제표는 기업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회계기법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기업의 속성에 적용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같은 속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이 위원장이 기업의 가장 큰 약점인 결합재무제표를 들고 나선 것은 여러가지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상 기업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적 시각도 그 중 하나이다.
이남기 위원장과 손병두 부회장의 힘겨루기는 적어도 현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개혁 정책이 숨쉬는 한 공정위의 파상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벌간 대립의 선봉에 선 두 사람은 캐릭터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이 위원장은 정통 관료출신신인데 반해 손 부회장은 보수성향이 강한 학자풍이면서 실물 경제에 몸담은 경제인이다.
이 위원장은 고대법대를 나와 행시 7회로 관계에 발을 디딘 정통 관료. 현재 고려대, 숙명여대 등 대학에서 경제 관련법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전북 김제 출신인 그는 사무관 시절 경제기획원 공정거래과에서 근무했으며, 공정위가 출범하고서도 줄곧 이 분야에 몸담았다. 공정위 출범 사상 처음으로 내부승진자라는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반면 경남 진양 출신인 손 부회장은 경복고를 나온 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때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경영자로 일한 적이 있는 손 부회장은 박학다식한 경제논리로 경제계에서 신망을 쌓아 지난 97년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됐다.
그후 나름의 보수적 경제논리를 앞세워 재벌 옹호에 앞장섰던 그는 현정부 출범 이후 빅딜 등 각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았다. 지난해 환갑을 넘긴 그는 한동안 전경련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남기 위원장과 손병두 부회장의 정면 대결을 바라보는 관계와 재계의 시각은 착잡한 듯하다. 이런 시각 속에는 이번 공정위의 내부거래 조사가 또다른 문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국세청 등이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