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의 돌잔치 모습.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한 살배기 아기에게 찾아온 감당하기 힘든 삶의 고통이 따뜻한 손길들에 의해 회복되는 현장이 부산의 한 병원에서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계속되는 친부의 학대 속에 구순구개열(언청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시설에 맡겨진 한 살배기 아기인 A군의 1차 수술이 부산 온종합병원과 국제구호단체인 그린닥터스의 지원으로 지난 22일 이뤄진 것이다.
특히 수술 다음날인 23일 오전 11시 30분 온종합병원 9층에서는 그린닥터스에서 마련한 A군의 돌잔치가 누나 2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A군은 엄마의 행적이 불분명한 가운데, 아빠 및 두 명의 누나와 함께 원룸에서 살았다.
하지만 아빠는 삼남매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이 됐고, 이후 아동복지시설 새들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게 됐다.
최근 새들원이 온종합병원 및 그린닥터스와 MOU를 맺으면서 이 같은 A군의 사연이 전해졌고, 이에 무료수술이 이뤄졌다.
23일 아침부터 그린닥터스 어머니들과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Happy Birthday’라는 글씨와 풍선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꽃들이 장식됐다. 각종 과일과 다과, 케이크 등도 분주하게 준비됐다.
박명순 주니어그린닥터스 단장은 “분주하지만 준비하는 내내 즐거웠다”며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서 아이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되자 이쁜 옷과 모자를 쓴 A군이 등장을 했고, 그린닥터스 어머니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사진을 찍으며 돌잔치 축하를 받았다.
새들원에서 함께 돌보고 있는 두 누나, B양(3세)과 C양(5세)에게도 축하를 전했는데, 사실 두 누나도 친부의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심신이 병약하고 정신적 장애가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쓰럽게 했다.
온종합병원 정근 원장은 “너무도 안타까운 사연이라 수술 지원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린닥터스 어머니들이 정성껏 준비한 돌잔치가 아기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태어날 때부터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진 소아 선천성 질환인 구순구개열은 적절한 시기에 수술로 치료하지 않으면 말을 잘하지 못하거나 음식을 씹어 넘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1차 수술을 받은 후에도 성장기에 맞춰서 평균 5회 이상 추가 수술을 받아야 안면부가 정상적으로 성장, 발달할 수 있다.
온종합병원과 그린닥터스는 이번 1차 수술인 구순 성형술을 시작으로 A군이 성인이 될 때까지 모두 5차례 수술을 모두 책임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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