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했던 삼나무가 잘려진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지방도 1112호선). 사진/박해송 기자
제주 비자림로 도로구간의 대규모 벌채 사실이 알려지자 삼나무 숲길 환경 파괴 논란은 순식간에 전국적 이슈로 부상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는 연이어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게재됐다.
공사 과정에서 삼나무 수백그루가 잘려나가면서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 8월 10일 제주도는 합리적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숲길이 훼손된 데 대한 강력한 비판 여론에 제주도가 공사를 일시 중단하자 지난 8월 같은날 오후 이번에는 성산읍 지역 주민들이 즉각적인 공사 재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성산 주민들은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공사로 인해 삼나무숲 전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사람과 환경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균형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자연환경보존을 빌미로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장 공사 완공 후 도로의 가상조감도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이어 29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개월 동안 지역주민 여론수렴,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추진한다”며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재개를 공식 발표했다.
공사 재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는 29일 성명을 내고 “도민여론을 무시한 개발계획 강행은 도정 철학의 역행”이라며 비자림로 확장공사 계획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오로지 주민숙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비자림로 사업을 강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결국 제주도정이 내세워온 청정과 공존의 구호는 완전히 폐기됐고, 자연 환경 보전을 우선하겠다는 원희룡 도정의 공약도 휴지조각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개발계획 강행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일단 자문회의를 구성했으나 실제적으로 비자림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구성원인 환경단체의 자문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본적인 필요성과 환경 파괴에 대한 의혹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오히려 제주도는 개발을 전제로 한 3개의 안을 제시해 놓고 이중에 하나만을 고르도록 강요했다. 사실상 사업 추진을 전제하고 진행된 자문회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많은 도민들과 심지어 수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삼나무만 피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으로 공사규모와 그 피해반경은 더욱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이어 “벌채면적의 반을 줄였다고 하지만 2만1050㎡의 숲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개발사업의 중단이나 축소가 아니라 확대로 귀결된 어이없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도로는 제주도민 나아가 국민 모두의 공공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즉각적인 공론작업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며 “부디 개발을 위한 개발로 제주도와 도민사회를 괴롭히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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