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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노갑 고문의 내년 총선 서울 출마설이 흘러나와 그 배경 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김대중 전 대통 령의 퇴임일에 동교동을 찾은 권 고문. | ||
동교동계 등 민주당 구주류 인사들이 강경 개혁세력의 ‘신당 창당’과 ‘17대 총선 표적공천’이란 도전에 맞서 치켜든 검의 양날이다. 권 고문은 최근 재판 진행 과정에서 수뢰혐의에 대한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무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속정지 결정 이후 골프 등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권 고문은 주변 인사들에게 명예회복 의지를 계속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권 고문 성격상 돈을 받았다면 부인할 분이 아니다”며 무죄를 확신한 뒤 “권 고문이 17대 총선에서 서울 출마를 검토중이며 지역적 연고가 있는 동대문 갑 지역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동대문 갑’은 현재 민주당 신주류의 김희선 의원이 지역구를 맡고 있다.
그러나 권 고문의 서울 출마에는 지역연고보다 훨씬 속깊은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다. 권 고문은 당초 목포가 지역구였지만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에게 넘겼다. 이후 권 고문은 김대중 정권이 동진정책을 추진할 때는 경북도지부장을 맡는 등 행보에 정치적 함의를 담아왔다. 따라서 권 고문 의 ‘서울 출마’ 결심이 ‘지역적으로 영·호남, 충청권 출신들이 골고루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정치적 심판을 받겠다’는 개인적인 의도에 머무른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구주류측 일각에서는 권 고문의 서울 출마를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신주류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보고 있다. 구주류측 한 핵심 인사에 따르면 권 고문의 서울 출마가 신주류에 대한 경고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이른바 ‘20+α론’ 때문이다. ‘20+α론’이란 민주당 수도권 의원 대부분이 해당 지역구 내에서 20%에서 최고 40%에 달하는 호남 유권자의 표를 기반으로 개인적 지지율 몇 %(α)를 더해 당선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호남 유권자의 경우 워낙 투표 참여율이나 표의 결집도가 높아 실제 당선에 기여하는 확률은 훨씬 높을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주류측이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의 기반이 된 민주당을 깨고 신당을 창당할 경우 20%의 지지율 중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고, 이는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나는 수도권에서는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아가 신주류가 당을 탈당하면 남아있는 구주류와의 감정대립은 극단을 치달을 수 밖에 없고, 이럴 경우 17대 총선에서 민주당측의 ‘신당의 수도권 후보에 대한 표적공천’으로 이어져 결국 양당의 동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권노갑 의원의 동대문갑 출마는 표적 대상인 김희선의원뿐 아니라 수도권 의원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서울지역의 경우 1천표 이내로 승부가 갈린 지역이 적지 않은데 권 의원 같은 거물이 아니더라도 호남 출신 민주당 후보가 출마, 1천표 내외의 표만 잠식해도 한나라당에게 승리를 넘겨줄 수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현장’에서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서울 광진을 추미애 의원의 경우 대중적 지지도도 높고 지난 대선에서는 차기 여성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등 정치적 상종가를 기록한 의원이다. 그러나 추 의원 지역구는 서울 어느 지역보다 호남 유권자 비율이 높아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추 의원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사건 특검법을 공포하자 “우리당 지지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배려를 바라고 있고 햇볕정책을 마지막 자존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런데 노 대통령이 고민한 흔적도 없이 웃으면서 걸어 나와 특검법 공포를 발표하자 지지자들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추 의원은 이후에도 “청와대가 민주당을 너무 소외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당 개혁과 관련해서도 “신주류가 신당 만들기에 주력할 때가 아니라 모두 포용해야 한다”며 신주류 핵심을 비판하기도 했다.
구주류의 한 핵심의원은 이와 관련, “누굴 당선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낙선시키는 것은 간단하다”며 “신당 창당이 말은 쉽지만 충분한 대세를 형성하지 않을 경우 상당수 수도권 의원들이 참여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주류측이 신주류의 신당 창당에 대해 이 같은 경고를 보내는 것은 신당 창당이 이미 상당 수준까지 추진됐으며 그 목표는 구주류 물갈이를 겨냥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
노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 겸 신주류 좌장으로 정치적 행보에 신중하기로 유명한 김원기 고문까지 26일 신주류 핵심인사들과의 정례 조찬회동에서 “당 개혁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신당논의도 가능하다”며 구주류를 압박했다. 신주류측이 신당창당 명분의 핵심으로 삼는 것은 ‘당 개혁안 후퇴’이고 당 개혁안 중 양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지구당위원장제 폐지’다.
‘지구당위원장제 폐지’는 현행 지구당위원장제를 폐지하는 대신 지구당 관리위원장을 두되 관리위원장은 취임 후 5년간 공직후보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직후보 공천이 당원들에 의한 상향식 공천으로 바뀐 상태에서 기존 위원장들의 기득권을 박탈하겠다는 취지로 노 대통령이 당선 직후 당 개혁안과 관련해 강조한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 포기’와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구주류측은 ‘구주류 물갈이’를 위한 전술이라고 단정짓는다. 구주류의 한 핵심 의원은 “당·정 분리와 상향식 공천제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서 물갈이를 시도하려다 보니 기존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폐지해 신주류측 인사들을 제도 정치권 내에 진출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주류측 주장에는 신주류 당권파 일부 인사들도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차기 총선을 겨냥, 구주류 핵심인사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신주류측 신진 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이른바 ‘민주당 살생부’에서 ‘반노 수괴급’으로 분류됐던 정균환 총무(전북 고창 부안군)에게는 대선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맡았던 장세환씨와 20여년간 김원기 고문의 보좌관을 지낸 김찬호씨, 임종인 변호사 등이 도전을 검토중이다. 역시 ‘반노 수괴급’으로 꼽힌 박상천 최고위원(전남 고흥)에게는 송하성 전 공정거래위 국장 등이 ‘맞상대’로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전남 목포)에게 정대철 대표의 측근인 민영삼 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던질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 반노 세력으로 꼽히는 유용태 의원의 지역구(서울 동작 을)에는 공인회계사 출신의 이정희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고 역시 지난 대선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한 김영환 의원 지역구(경기 안산시 갑)에는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석규 당개혁 사무처장이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구주류측은 당 개혁안을 그대로 통과시켜 앉은 채로 고사당할 바에는 차라리 신주류에게 탈당 명분을 주더라도 당 개혁안이 좌절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신주류측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적어도 17대 총선까지는 영향력을 미칠 호남정서를 기반으로 민주당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주요 인사에서 PK인사들을 적극 배려하는등 정권의 성격이 PK정권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주류측이 호남인사들을 배제한 채 집단탈당할 경우 소외감을 느낀 호남정서의 결집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주류의 한 핵심인사는 “노 대통령이 전국 25%에 달하는 호남이란 지지기반을 포기한 채 신당을 창당한다면 자칫 제3세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이미 호남에서 소외감이 높아지고 있고 여기에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는 만큼 신주류의 창당 그림은 설계도에 머물거나 시공에 착수해도 부실건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선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