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서 진행된 무료급식 모습.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부산진구 부암3동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 내 지하주차장에서 어르신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 봉사단체에게 당장 퇴거하라고 압박하자,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마찰이 일고 있다.
무료급식봉사단체 ‘밥퍼천사들(대표 권용수 목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부산진구 부암3동 동사무소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이번 주말 비 예보가 있어 무료급식장소로 이용하고 있는 지하 주차장의 침수 피해 우려가 있으므로 당장 급식기구들을 옮겨라’고 단체를 압박했다.
이에 밥퍼천사들 관계자는 “엄동설한에다 비까지 예상되는 날씨임을 알고도 관에서 어떻게 어르신들을 내쫓으려 하느냐”며 “어차피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니, 이번 겨울만 쓰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부암3동 동사무소 측은 ‘무조건 급식장비를 빼내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부암3동 동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2일과 9일에도 밥퍼천사들과 밥 먹으러 모여드는 어르신들의 주민자치센터 출입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급식장소인 지하주차장은 셔터가 내려지고, 입구에는 ‘일시 화재점검 중’이라는 안내판이 부착된 상태였다.
지난 2일과 9일 셔터가 내려지고, 입구에 ‘일시 화재점검 중’이라는 안내판이 부착된 지하주차장의 모습.
“당장 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서 짐 빼라”
“엄동설한에 밖으로 내쫓는 게 공직자의 자세냐”
무료급식봉사단체 밥퍼천사들은 2015년 5월 부산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후 부암3동 부산정중앙 쌈지공원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어르신 30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2만 5천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았다.
그동안 급식장소가 야외여서 비가 올 때나 추운 겨울에는 부암3동 주민자치센터를 급식장소로 이용하자고 요청했지만, 그 때마다 거절당해왔다.
매주 일요일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부암3동 한 어르신은 “이 엄동설한에 비까지 맞으면 노인들이 독감에 걸리는 건 자명한 일인데도 밖으로 내쫓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관에서 해야 할 일을 민간봉사단체가 나서서 하면 도와줘야 하는 게 공직자의 바른 자세다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밥퍼천사들 관계자는 “1년 내내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겨울 혹한기 한두 달만 쓰게 해달라는 것인데, 무슨 영문으로 우리 단체의 활동을 막으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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