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인 정통부와 맞서고 있는 곳은 한국멀티넷이라는 무명의 벤처기업이다. 현재 무선 케이블TV와 무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1995년 10월 자본금 4백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설립 당시 회사 이름은 한국무선CATV라는 이름이었다. 이후 이 회사는 1998년 10월 정통부로부터 전송망 사업자로 지정받았고, 2000년 4월에는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
2002년 10월 말 현재 이 회사의 자본금은 79억9천만원이고, 지난해 매출은 18억원대(영업수익 기준)에 불과했다. 이 회사의 주주구성을 보면 2002년 3월 현재 대표이사인 정연태 사장 등 특수관계인이 전체 지분의 24.30%를, KT가 7%를, 외국계 투자회사인 ABN암로가 6.19%를 각각 보유중이다.
정통부와 이 회사가 정면 충돌한 것은 지난 2월 정통부가 이 회사에 할당했던 2.5GHz 위성 주파수를 반환토록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같은 정통부의 요구에 한국멀티넷측은 특정 재벌기업에 위성 주파수를 주기 위해 정통부가 자사 소유의 주파수를 빼내가려는 목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 회사가 지목한 특정 재벌은 때마침 위성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위성 디지털 라디오방송) 사업진출을 위해 정통부에 주파수를 신청한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2001년 9월 정통부에 위성 채널신청서를 접수했다.
문제가 된 것은 정통부가 왜 지난 1998년 한국멀티넷에 할당했던 위성 주파수를 갑작스럽게 반납토록 요구하고 나섰느냐는 부분. 이에 대한 정통부의 설명은 주파수 할당계약 당시 ▲5년간 시험용으로 위성 주파수(2.5GHz)를 할당하며 ▲위성 DAB사업을 하게 될 경우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는 예외조항을 두었다는 것이다.
이 예외조항에 따라 다른 사업자(SK텔레콤)가 위성 DAB사업을 위해 신규 주파수를 신청한 상황이 됐으니 기존 한국멀티넷이 보유한 주파수는 반납해야 한다는 게 정통부가 반납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라는 설명. 정통부는 이와 함께 “한국멀티넷은 만 4년이 넘도록 위성 주파수를 사용하면서 사용료조차 내지 않아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통부의 주장에 대해 한국멀티넷은 예외조항에 대한 해석차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SK텔레콤에 주파수를 주기 위한 정통부의 음모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말았다.
한국멀티넷측이 정통부 공무원에 대한 비리를 검찰에 폭로하고, 청와대, 감사원, 국회 등에 진정서를 잇따라 접수하면서 불똥이 계속 번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멀티넷은 사정기관 등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특정 기업에 주파수를 무상 할당하기 위해 내부 공문서를 위조하고 허위문서를 작성했다는 등으로 정통부 간부들을 고발하고 나섰던 것.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확대된 배경은 핵심 사업권을 잃을 처지에 놓인 중소 벤처기업의 자구책 차원의 저항일 수도 있지만, 좀더 내부를 뜯어보면 위성 채널 주파수의 관할권을 둘러싼 정통부와 문광부의 밥그릇 싸움과도 깊이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위성 주파수의 관할권은 정통부 소관이지만, 위성방송인 DAB사업은 문광부 소관이라는 것. 실제로 문광부 산하 방송위원회는 현재 SK텔레콤이 추진중인 위성 DAB사업이 방송위 소관이라는 점을 두고 정통부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멀티넷이 반발하는 이유의 하나는 지난 98년 주파수를 할당받을 당시 정통부와 맺은 계약 예외조항에서 ‘위성 DAB사업에 착수하면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은 원인무효라는 것. 왜냐하면 위성 DAB사업 자체가 정통부 소관이 아니라면, 당시 계약서상에 명기한 반납조건 자체도 무효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것.
이같은 주장은 결국 위성 DAB사업 자체가 방송이냐, 통신이냐 하는 논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문광부와 정통부의 부처간 관할권 싸움으로까지 연결돼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현재 서울지검 특수1부에 배당된 상태지만, 현재 담당 관계자들이 다른 업무에 투입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수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그러나 조만간 검찰 수사가 재개될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을 둘러싼 내막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안은 관련 부처의 이해충돌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
-
특혜 채용 있었나? 김용현 전 장관 이수페타시스 근무 이력 주목
온라인 기사 ( 2024.12.11 14:12 )
-
매각대금으로 활로 찾을까…금호건설의 아시아나항공 처분 시점 주목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10 16:18 )
-
비상계엄 불똥, 부동산에도 옮겨붙나…장기 침체 전망에 무게 실리는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06 1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