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캠프의 경제 브레인 왼쪽부터김만제 의원, 이한구 혁신위 미래경쟁력 분과 부위원장, 임태희 제2정책조정위 원장 | ||
이 때문에 벌써부터 국민들은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할 대선 후보의 경제브레인들에 주목하고 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등장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경제브레인은 누구인가.
▲ 이회창 캠프
이회창 후보의 공식적인 브레인 집단은 지난 10월 초 출범한 경제 공약개발위원회. 이 위원회는 교수, 전직 관료, 실물 경제인 등 각계전문가 2백30명으로 구성됐다. 이 위원회 멤버 중 경제분야 전문가로는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 박청부 전 보사부 차관, 표세진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관 전 과학기술처 장관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전•현직 기업인으로는 한화증권 사장 출신으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관악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재룡 관악포럼이사장, 조흥은행 부행장을 지낸 최동수 한샘 부사장, 양원기 겟모어증권 전무 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에선 정통부 국장을 지낸 박영일 시스윌 회장이 눈에 띈다.
공약개발위가 선거대책팀이라면 지난해 구성된 국가혁신위는 이회창 후보의 자문그룹이자, 핵심 브레인 집단이다. 이상득 국가혁신위 부위원장, 이명박 미래경쟁력분과 위원장(현 서울시장), 이한구 혁신위 미래경쟁력 분과 부위원장, 임태희 제2정책조정위원장 등은 이 후보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는 인사들. 이들은 ‘회창노믹스’를 주도하고 있다.
공조직인 공약개발위나 국가혁신위외에 이 후보의 측근 경제브레인들도 적지 않다. 이 후보의 경제 싱크탱크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여의도연구소. 여의도연구소의 간판은 유승민 소장이다. 유 소장은 당 안팎의 공개되지 않은 브레인들을 종으로 횡으로 엮어 이 후보의 정책개발을 조율하는 실무 총책이다.
그를 보면 어떤 사람들이 모이고, 어떤 일이 준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평이다. 때문에 그를 보면 한나라당 이 후보 브레인들의 굵은 줄기들이 드러난다. 유 소장은 경복고-서울대를 나와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일하다가 지난 2000년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이 후보 진영에 합류했다. 유 소장은 경북 영풍 출신으로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이다. TK출신 경제 엘리트들과 이 후보의 모교인 경기고-서울대 출신 경제 엘리트들은 이 후보 캠프의 큰 정치적 자산이다.
한나라당 경북고 출신 경제 인맥의 좌장은 김만제 의원(전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꼽을 수 있다. 현 정부를 ‘사회주의’라고 표현해 정책위의장에서 물러난 김 전 의장은 이 후보의 경제특별자문역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민정당 집권 시절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것을 비롯 포철 회장, 삼성생명 회장 등을 지내 정관계의 고위직을 모조리 거친 정통 TK엘리트의 대부라 부를 수 있다.
그를 70년대 경제기획원 장관과 총리까지 지낸 신현확 전 총리에 비견하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이외 정책공약위원회에 속해 있는 이한구 의원과 박종근 의원 등이 경북고-관료 출신 브레인들이다. 또 99년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산업경제과장을 끝으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임태희 제2정책조정위원장도 서울대 출신 경제관료 인맥이라는 점에서 이 그룹에 넣을 수 있다.
이 후보의 또 하나의 책사 인맥은 경기고-서울대 출신 인맥들이다. 진영 총재특보(변호사)나 박신일 외신담당 특보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고-서울대 영문과 출신인 박 특보는 보스턴 총영사 출신으로 미국 학계나 재계에 발이 넓어 이 후보의 중량감을 불어넣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무현 캠프의 경제 브래인 왼쪽부터 임채정 정책선거 특별본부장, 정세균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 강봉균 경제특보 | ||
▲노무현 캠프
노무현 후보의 싱크탱크는 민주당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노무현이라는 개인 브랜드로 사람을 끌어들이기보다 여당인 민주당 브랜드로 모인 사람들이 훨씬 많다. 때문에 노 후보의 싱크탱크는 민주당 당조직에 얽힌 21세기 국정자문위원회 등 공식적인 조직과 대통령 후보 노무현을 만들어낸 개인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노 후보의 개인 자문그룹은 인지도가 높지 않다. 대신 발로 뛰는 30~40대 전문가의 층이 두텁다. 노 후보의 정책은 민주당내에서 임채정 정책선거특별본부장과 정세균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 강봉균 경제특보 라인에서 큰 흐름을 잡아주고 있다. 물론 자문 교수단이 뒤를 받치고 있다.
노 후보의 자문 교수단은 소장 학자 1백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자문그룹에선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김 교수가 자문 교수단의 단장으로, 경제분야에는 인하대 김대환 교수, 이정우 경북대 교수, 유종일 한국개발원 연구원 등이 활동하고 있다. 노 후보가 14대 총선에서 떨어진 뒤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는 노 후보 개인 자문그룹의 모태.
노 후보의 자문그룹 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병준 교수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후신으로 2000년 출범한 자치경영연구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행정학 전공의 김 교수는 지방자치분야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이 자치경영연구원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노 후보의 대선캠프 구실을 했다.
지난 7월에 김 교수가 교수 1백여명을 엮어 발족시킨 정책자문단이 공개워크숍을 가져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때 참여한 교수들의 면면을 보면 행정분야의 김 교수와 정치분야의 조재희 고려대 교수, 경제분야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등.
노 후보 캠프의 경제 분야 교수들은 ‘분배 정의’에 관심이 많은 소장파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교수는 지난 10월 한 심포지엄에서 이회창 후보의 최경환 경제특보(한경연구소장)와 경제정책을 두고 공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은 각각 성장우선(최 특보), 분배우선(유 교수)에 중점을 둔 의견을 발표하는 등 후보간 경제관의 차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이 대표적으로 부딪쳤던 이슈는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였다. 최 특보는 집단소송제가 “미국에서도 변호사에게만 이로운 제도라는 비난이 있다”며 점진적 도입을 주장했고, 유 교수는 “국민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도입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을 폈다.
사실상 이런 자문교수단의 색깔이 노 후보의 색깔이다. 물론 이런 노 후보의 색깔을 현실 정치에 접목시키는 것은 민주당의 몫. 민주당은 지난해 총재직속기구인 21세기 국정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한나라당이 국가혁신위 자문그룹을 설정할 때 쯤의 일이다.
국정자문위는 길승흠 위원장을 비롯해 류태영 건국대 교수, 나병선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 6명의 부위원장급 인사와 15개 분과위에 소속된 3백41명의 자문위원 등 모두 3백4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정자문위의 경제분과위 위원이나 산업자원분과위 위원 면면을 보면 기업체나 공사, 금융기관장, 전직 고위관료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 전부를 ‘일사불란한’ 노 후보의 정책자문그룹으로 분류하긴 곤란하다.
선거전에 뛰어드는 싱크탱크라기보다 ‘여당의 정책자문그룹’ 정도인 것. 실제 이 명단에 들어간 인사가 한나라당 싱크탱크 그룹에 등장하기도 한다.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에 비길 수 있는 조직으로 국가경영전략연구소(소장 임채정)를 꼽을 수 있다.
현역의원 72명이 참여한 새시대전략연구소도 눈길을 끈다. 이곳은 국가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정책대안 제시가 주목적이다. 당내 조직이 아니고 활동범위가 넓어서 민주당으로 사람을 모으는 연결고리 구실도 한다. 민주당 싱크탱크의 고민은 여당 프리미엄으로 각계인사를 영입해 정책자문단의 면면이 화려하지만 이들이 모두 정치적으로 한가지 스펙트럼에 집결되는 인물들이 아니란 점이다.
일례로 새시대전략연구소 이사장인 김원길 의원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한나라당행을 선언했다. 또 국정자문위 경제분과위원으로 활동하던 모씨는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 싱크탱크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데 더 열중하고 있다.
노 후보 자문그룹의 유종일 교수는 여러 면에서 이 후보의 간판 경제참모인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과 비교된다. 둘다 58년생으로 유 교수는 전북 정읍산, 서라벌고-서울대 경제과 출신이고, 유 소장은 대구산, 경북고-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유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유 소장은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둘다 경제 엘리트로 불리기에 충분한 학력의 소유자인 것. 이들 중 학자로서 품은 개혁의 꿈을 누가 먼저 피워낼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