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제도는 토지공개념 도입이후 지가체계를 일원화하면서 1990년부터 매년 공시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세반영률 제고를 위해 공시가격도 도입됐다. 그러나 공시가격은 1200만 세대 아파트만 시세반영률을 70%수준으로 반영해‘세금폭탄론“을 야기했다. 그런 정책미숙으로 인해 2008년 이명박정부는 종부세 등을 완화시키고 보유세를 후퇴시켰다.
공시가격제도 도입 이후에도 상가업무빌딩 등과 고가단독주택 등은 시세를 3~40%만 반영, 이를 소유한 재벌, 건물주 등 소수의 부자는 아파트소유자의 절반이하로 세금을 냈다. 부동산 보유자간 세금차별까지 더 심화된 것이다. 낮은 세금과 불공정한 세금특혜를 악용하여 재벌과 법인들도 땅 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벌 등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2007년 8억평에서 2017년 18억평으로 10년만에 10억평(서울의 5.5배. 여의도의 39배)이나 증가했다.
경실련은 불공정한 공시지가 및 공시가격 축소조작으로 지난 14년간 징수되지 못한 보유세만 70조원 규모로 추정했다. 2017년부터 보유세액(12조 6000억 원) 중 아파트에서 징수된 세액은 3조 4000억 원(전체의 27%)이다. 상업업무빌딩·단독·토지 등에서 징수된 세액이 약 70%이다. 상업용 업무빌딩·단독 등의 시세반영률이 아파트의 절반 수준인 3~40%임을 감안하면 보유세액의 70%도 절반만 걷힌 것과 같다. 2005년 이후 징수된 보유세액으로 확대하면 약 70조원 규모이다.
경실련은 공시가격 도입이후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오히려 공시지가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땅값보다 더 낮은 집값으로 보유세를 부과해 온 것이다. 경실련이 한남동 고가주택의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를 비교한 결과 2005년, 2006년을 제외하고는 12년간 공시지가보다 공시가격이 더 낮게 책정, 공시가격 도입 이전보다 보유세를 덜 내는 특혜를 누렸다.
경실련에 따르면 공시지가 축소조작 의혹은 삼성동 현대자동차 땅에서도 나타난다. 2014년 9월 10조 5000억 원에 거래된 삼성동 현대자동차 땅은 거래, 공공기여금 산정, 공시지가 산정 등을 위해 여러 차례 감정평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감정평가를 할 때마다 감정평가 결과가 달랐다. 10조 5000억 원에 거래된 이후에도 거래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거래 이후인 2015년 불과 한 달 사이에 감정평가액이 2조 1600억 원에서 5조 4000억 원으로 두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경실련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업무 관련 예산만 매년 1,800억원 규모이다. 정당하게 걷혀야 할 세금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데 지난 14년간 2조원 이상의 국민혈세가 낭비된 것”이라며 “경실련은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의 축소조작, 공평과세 방해, 혈세 낭비와 투기조장 등을 초래한 국토부, 감정원 등의 부동산 공시업무의 직무유기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