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연도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경실련 제공
토지자산이 가장 많은 그룹은 현대차다. 2017년 말 기준 24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은 16조 2000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SK 10조 2200억 원, 롯데 10조 1900억 원, LG 6조 300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토지자산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도 현대차다. 19조 4000억 원이 증가했다. 삼성은 8조 4000억 원, SK는 7조 1000억 원, LG는 4조 8000억 원, 롯데는 4조 원이 각각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현대차와 LG가 4배 넘게 뛰었다. SK는 3.3배, 삼성은 2.1배, 롯데는 1.6배 증가했다.
5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위 50위 기업이 보유한 토지자산은 62조 7000억 원이다. 5대 그룹 전체(365개 기업) 67조 5000억 원의 93%다. 상위 10위 계열사로 좁히면 5대 그룹 전체의 68%인 42조 5000억 원이다.
상위 10위권 내에 든 계열사는 현대차 10조 5760억 원, 삼성전자 7조 8330억 원, 기아차 4조 6980억 원, 호텔롯데 4조 3730억 원, 현대모비스 3조 4690억 원, 현대제철 3조 2790억 원, 삼성생명보험 2조 1880억 원, LG전자 2조 1220억 원, SK에너지 2조 600억 원, 삼성중공업 1조 9220억 원 등이다.
50위권 기준으론 13개의 계열사가 이름을 올린 SK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롯데 11곳, 삼성과 엘지가 각 9곳, 현대차가 8곳씩 포함됐다.
경실련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 법인 상위 10개 기업이 보유한 토지는 5억 7000만 평(여의도 650개 규모), 공시지가는 38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면적이 1억 평에서 5억 7000평으로 4조 7000평 늘었다. 이는 여의도 530개 면적, 서울 면적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금액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283조 원 늘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상위 10개 기업이 공시한 토지자산 42조원과 국세청이 공개한 공시지가 385조원을 비교하면 기업공개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5대그룹 상위 50개 계열사 장부가액은 63조원이지만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시세로 환산할 경우 1000조 원대로 추정된다”고 추산했다.
경실련은 경제적인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공재인 토지를 이윤 추가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불로소득에 대해선 환수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업의 부동산 투기와 토지 세습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재벌들이 지난 10년간 땅 사재기를 통해 자산 불리기에 주력했음을 보여준다”며 “땅값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 토지를 이용한 분양수익 및 임대수익이 기업 본연의 생산 활동보다 손쉽게 이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벌의 부동산 투기와 땅을 이용한 세습 등을 시장에서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대해서는 보유 부동산에 대한 건별 주소,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를 상시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