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ES는 사장, 부회장, 등기이사 등은 맡았지만 ‘대표이사’ 직함을 갖지는 않았다. 전문경영인인 각 사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복수의 ‘대표이사’ 직함을 갖는 이는 정몽구 회장(MK)이 유일했다. 그룹 수석부회장인 ES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등재는 사실상 그룹 총수 지위에 올랐음을 뜻한다. 기아차에서의 지위도 지배회사에서 파견된 이사인 기타비상무이사에서 정식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사내이사로 바뀔 예정이다.
MK도 현대모비스 등기임원 연임에 나선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대표이사직도 유지할 예정이다. 현대차 정관에는 ‘명예회장’직이 있지만 MK에게는 ‘아직’이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73세 때인 1987년에 ‘명예’를 단 것과 비교된다. ES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아직 진행 중인 까닭이다.
현대차그룹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의선체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신문DB
현대모비스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한 만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 모델도 어렵게 됐다. 인적분할이라면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 지주회사로 넘기는 게 유리하다. 금융계열사 분리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은 어렵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달리 표현하면 순환출자구조 해소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의 고리와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두 고리가 핵심이다. ES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다. MK의 지분도 6.96%에 불과하다.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가진 현대모비스 시가 4조 6000억 원 상당의 지분을 MK-ES 부자가 가져오는 게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ES의 개인지분율이 23.29%인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이 가능하지만, 시가총액이 현대모비스의 4분의 1에 불과해 충분한 지분율을 확보할 수 없다. 두 회사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부인 A/S 부분을 현대글로비스에 넘기려 했지만 좌절됐다.
ES와 MK가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도 가능하다. 현대모비스를 뺀 상장주식 가치만 MK가 2조 5000억 원, ES가 2조 원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이뤄진다면 1조 원 이상 불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세금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매매는 부담이 너무 크다. ES는 MK 지분 상속·증여에 따른 세금 납부에도 대비해야 한다.
주식 맞교환(Swap)이나 주식 현물출자가 적극 활용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춘다는 명분도 있다. MK 부자가 가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최소 1조 원), 현대글로비스 지분(1조 6000억 원), MK의 현대제철 지분(약 8000억 원)을 기아차에 넘기고 대신 현대모비스 지분을 받는 방법이 가능하다. 물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필요하다. 현대제철이 가진 지분은 ES의 보유 현금으로도 매입할 수 있다. 이미 현대글로비스, 현대이노션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이 1조 원에 가깝다. ES는 현재 진행 중인 현대오토에버 상장으로도 수백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
상속재원을 마련할 방법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배당 확대는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요긴하다. ES의 기아차 지분은 현금화해도 경영권에 영향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시가로 3000억 원에 달한다.
두 부자가 가진 현대차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매각하거나 현물출자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시가로 2조 원 상당이다. 물론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자사주 매입 확대를 당근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배구조의 정점을 유지할 현대모비스, 배당 확대의 핵심역할을 할 현대차가 유망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